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인쇄된 투표용지를 직원들이 분류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부산 강서구의 한 통장이 지인으로부터 국회의원 후보의 책 한 권을 받았다가 사퇴 권고까지 받은 사실이 알려져 총선을 앞두고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는 뒷말이 나온다.
부산 강서구의 한 행정동에서 통장을 맡고 있는 A씨는 최근 해당 동 행정복지센터로부터 통장을 그만두라고 권고를 받았다. 이후 A씨는 행사 일정 등을 공유받지 못하는 등 사실상 업무에서 배제 당하며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동에서 A씨에 사퇴를 권고하는 이유는 정치적 중립 위반이다. A씨가 강서구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경고를 받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A씨가 통장직을 내려놓을 것을 사실상 종용받는 현 상황은 다름 아닌 책 한 권에서부터 시작됐다. A씨는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강서구 국회의원 변성완 후보 캠프 자원봉사자인 지인으로부터 변 후보의 저서를 받았다.
선관위는 이를 후보자를 위해 기부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16조 등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경고 조치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동장은 A씨에게 통장을 사퇴할 것을 권고했다. 해당 동 관계자는 "통장 또한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쳐 있다거나 정당활동을 해선 안 되고,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선관위에서 경고 조치를 받았다는 사실이 그런 부분에서 물의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동의 주민을 대표하는 통장으로서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통장 회의 때도 정치적 언행을 자제해달라는 부탁을 여러 차례 했다"고 덧붙였다.
부산 강서구청 전경. 부산 강서구 제공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서구의 이러한 판단이 총선을 앞두고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통장은 선거철도 아닌 시기에 지인에게 책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 수도 있다"며 "동에서도 한 차례 경고 조치를 할 수 있는 사안인데 바로 사퇴를 권고한 것은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위공직자도 아닌 지역 통장이 5개월 전 후보의 책 한 권을 받아 경고 공문을 받은 사실을 두고 강서구가 과하게 예민하게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강서구가 구청장의 선거 개입 논란이나 구청장이 소속된 당에 유리한 선거 활동에는 입을 다물고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서구청 노조게시판에는 김형찬 강서구청장이 선관위로부터 계도 조처를 받았다는 내용에 대해 "통장 경고 받았다고 검토하라 했는데, 본인도 검토하냐"는 댓글이 달렸다.
정작 구청장이 선관위로부터 특정 후보 지지 활동을 해선 안 된다고 계도 공문을 받은 상황에서 통장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아 사퇴를 권고했다는 점이 이중 잣대라는 지적이다.
김형찬 강서구청장은 같은 당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과 축제 현장 등에 함께 있는 사례가 반복되며 선관위로부터 "총선 후보자 등록을 마친 현직 의원의 선거운동 참석이나 지지 호소 발언을 해선 안 된다"는 공문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역 주민 행사에서 노래 가사에 김도읍 의원의 이름을 넣어 부르는 등 노골적인 홍보 활동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장의 위촉 권한은 해당 지역 동장에 있다"며 "그러한 일이 있었다고 전달받았을 뿐 사퇴 권고 등 결정에 구청에서 개입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