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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저는 몇 등급일까요?" 미혼 남녀의 단골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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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인구위기.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까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 'Happy Birth K'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미래를 품은 목소리] 연재 칼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전합니다.

[미래를 품은 목소리②]박수경 듀오 대표이사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누구에게 기대고 위안 받으려 하지 말고, 그냥 '인생은 독고다이'라고 생각해라." 

가수 이효리가 얼마 전 모 대학 졸업식에서 한 축사다. 기성세대들의 충고와는 다른 결의 솔직한 응원의 말에 많은 청년들이 호응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이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인생 선배로서 '인생은 주체적으로 살아야 하지만 혼자는 더 많은 어려움이 있으니 내 편을 만드는 일에 좀 더 용기를 내보라'는 말을 전해주면 어땠을까? 도움을 받아야 할 때는 받고, 내가 조금 희생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언젠가 그 도움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요즘 청년들은 혼자 살아도, 아이를 낳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말 괜찮을까? 지금은 혼자가 편하고 행복하다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하고, 부모님이 떠나가면 그때에도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내 옆에 함께할 가족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진 않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결코 혼자서는 살 수 없고, 혼자서는 행복할 수도 없다. 본래 같이 어울려 사는 것이 오랫동안 내재하여 온 인간의 특성이다. 그렇기에 혼자여도 괜찮다는 청년들에게 이제라도 함께하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 하지만 아직도 TV를 틀면 가족의 갈등을 그리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언론은 비혼과 저출산이 문제라는 기사를 연일 쏟아낸다. 또 정부는 청년들이 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지에 대해 심층적 고려 없이 그저 저출산 대책만 늘어놓는다. 그 결과가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 0.6명대이다.

많은 저출산 대책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어떤 이는 프랑스의 등록 동거혼 제도인 시민연대계약 팍스(PACS)를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같이 살면서 가정을 꾸릴 수 있게끔 말이다. 팍스 시행 후 비혼 출산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팍스가 프랑스 출산율 제고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통계의 오류라는 논문 결과도 있고, 애초에 팍스는 사적 영역에 국가가 개입해서 출산율을 올리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제도가 아니라 동성 커플을 공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지금 한국은 같이 사는 것의 장점보다 어려움이 더 많다고 생각해 가정을 꾸리는 것을 주저하는 상황이라 팍스의 도입이 출산율을 높여줄 것이라 기대되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은 '청년의 행복'이다. 청년들이 사는 게 행복하면 저절로 이 행복을 함께 나눌 인생의 동반자를 찾고, 이 행복을 내 아이에게도 물려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 한국의 청년들은 행복하지 않다.

박수경 듀오 대표박수경 듀오 대표
미혼남녀가 듀오에 처음 오면 항상 묻는 말이 있다. "저는 여기서 몇 등급일까요?" 등급은 없다고 말해도 그들은 결혼정보회사 내에서 본인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계속 확인하고 싶어 한다. 평생의 반려자를 찾고자 하는 상황이라 서로의 성격, 가치관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상대적일 수 있는 외적인 조건들을 서열화해서 점수를 매긴 획일적인 등급을 왜 궁금해하는지 정말 안타깝다.

우리 어른들이 자녀를 키울 때나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지나치게 서열을 매기고 등급화하려고 한 것은 아닐까? 한국의 경쟁 사회는 남보다 더 나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심어 주고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살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나의 진정한 행복이 아닌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살게 된다. 이는 결국 결혼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 애를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 결과 행복하지 않고, 결혼도 출산도 남보다 잘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포기하고 혼자 사는 것을 택하고 만다.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소멸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시각으로 '청년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청년이 행복해지려면 분배와 균형을 통해 간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불안감이 큰 지금의 현실에서 미래를 위해 무조건 현재를 희생하라는 식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강요는 젊은 세대가 받아들이기 힘들다. 결혼과 출산이 청년에게 더 행복한 삶을 위한 선택이 되어야만 한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바탕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장애물이 없게끔 남녀 갈등 완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해소,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방균형발전, 여성의 독박육아 탈피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청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들어온 사람으로서 말한다. 청년의 삶이 바뀌지 않으면 인구 위기는 극복할 수 없다. "청년이 행복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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