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왼쪽),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연합뉴스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논란이라는 악재를 만난 국민의힘에서 대통령실의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을 포함한 선대위 핵심 구성원들은 물론, 친윤으로 꼽히는 인사들까지 '민심'을 전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움직임을 희망하고 있는데, 당내에서는 당정 이견 표출에 대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위기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갈등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변함 없는 대통령실의 이종섭·황상무 해명, 당에서도 '당혹'
대통령실은 18일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던 중 주호주대사로 부임해 출국한 이종섭 전 장관과 관련해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고, 공수처도 고발 이후 6개월간 소환 요청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조사 준비가 되지 않아 소환도 안 한 상태에서 재외공관장이 국내에 들어와 마냥 대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이 전 장관이 "공수처 소환 요청에 언제든 즉각 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호주대사 임명 자체에 대해서는 "안보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수출에 비춰 적임자를 발탁한 정당한 인사"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실상 전날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의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해야 하고, 이종섭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 전후로 여당 내에서 쏟아져 나온 이 전 장관의 즉시 귀국 논쟁을 일축한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윤창원 기자한 위원장은 새롭게 나온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선대위 내에서는 이 전 장관 사태에 대해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확실하다.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중앙선대의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내용이, 이것에 대해선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빨리 귀국해서 수사받는 게 좋다. 해임 문제를 포함해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전날 한 위원장의 반응도 공수처의 소환을 전제로 한 대통령실의 입장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기에 이견이 표출된 것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날 한 위원장의 침묵은 대통령실에 공을 넘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공수처가 오랜 기간 소환을 안 했다는 점은 분명 이상한 지점"이라면서도 "공수처 비판에 힘을 실으려면, 일단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국내에 떳떳하게 들어와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런 결단이 내려져야 국민들의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 회칼 테러' 언급으로 물의를 빚은 황상무 수석의 거취와 관련해서도 여당 내 거취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묵묵부답이다.
인사권자의 부담이 큰 경질 대신 자진 사퇴라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 외에도 친윤계인 김은혜 전 홍보수석, 이용 의원의 입에서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자진 사퇴 기류를 전한 보도에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일단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판단과 추가적인 입장 표명을 기다리고 있다. 당내 수도권 지역의 한 출마자는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는 악재이기에 빨리 털 수록 유리해지는데 이번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은 솔직히 좀 놀랍다"며 "당에서 이례적이다 싶을 정도로 강하게 민심을 전달한 만큼, 신속히 논란을 마무리 짓고 여당의 경쟁력에 집중하는 선거를 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위기론 현실인데, 위성정당 비례 순번까지 공개 충돌
총선까지 22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정 이견이 드러나는 모습은 이상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여권 핵심 지지층 사이에서는 일치 단결한 모습으로 '야당 심판론'을 앞세우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견이 강한데, 이번 사태가 자칫 '집토끼'의 실망을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내부총질'에 대한 트라우마가 큰 데, 지금 각지에서 쏟아내는 당정 이견에 전열이 흐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물밑에서 조율하고 야당의 공세에 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후보마다 한 마디씩 얹는 상황은 지지층의 외면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정 사이에 이견 표출이 필요하다고 보는 쪽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현재 당내 자체 조사에서도 수도권은 선거 시일이 다가올 수록 어려운 판세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출마자들은 한 위원장을 중심으로 '민심'을 전하며 난국을 돌파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지만, 이날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의 후보 순번이 공개되면서 당정갈등은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동훈 지도부의 비대위원인 김예지 의원과 한지아 을지의과대학 부교수가 당선권(20번 이내)인 15번·12번에 배치되고, 윤 대통령 측근으로 통하는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24번)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나자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친윤계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눈이오나 비가오나 문재인 정권에 저항하며 당을 위해 헌신해 온 동지들이 소외된 데 대해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당내에서는 위성정당 국민의미래의 당대표로 사무처 당직자 출신 조혜정 정책국장을 대표로 앉힐 때부터 한 위원장의 공천권 장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사무총장 휘하에 사무처가 있는 만큼 한 위원장이 장동혁 사무총장을 통해 비례 공천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인데,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반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