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운은 기업 경영을 해봤잖아요."
"같은 동탄 주민이어서 한정민이요."
"이준석은 무언가 해줄 것 같아요."평균 연령 약 34세, 전국에서 가장 젊은 지역구 경기 화성을이다. 동탄2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화성을 유권자들이 4·10 총선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기업 리더, 청년 주민, 스타 정치인 등 세 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3파전 구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을 내세워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 사수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선 10년 주민이자 젊은 피 한정민 삼성전자 연구원이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전국구 정치인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무주공산이던 화성을은 수도권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화성 동탄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정치 이념보다는 교통 인프라 확충, 교육환경 개선 등 실생활에서 겪는 문제 해결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이념보다는 실리 추구…"교통·교육 개선해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아파트단지 모습. 정성욱 기자1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동탄2신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경기 화성을은 대표적인 젊은 도시다. 평균 연령은 약 34세로 전국 선거구 중 가장 젊다.
2015년부터 본격적인 인구 유입이 시작됐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등 대기업이 젊은 직장인들을 끌어모았다. 지금도 주택 개발이 이어지고 있어 확장성이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다.
도시가 급성장한 탓에 여느 신도시가 겪는 교통 인프라 부족과 과밀학급 등 교육의 질 문제가 대표적인 해결과제로 꼽힌다. 직장인 한모(37)씨는 "동탄2신도시는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가용이 아니면 이동하기 힘들다"며 "중고교의 과밀 학급 해소와 비평준화 문제 역시 꼭 필요한 해결 과제"라고 짚었다.
동탄의 젊은 유권자들은 기존의 정치 문법을 거부한다. 정치 이념보다는 지역을 발전시킬 적임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후보를 선택하는 것 역시 정치적 이유가 아닌 개인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공영운 후보를 지지한다는 김모(36)씨는 "동탄 지역의 교통문제를 해결할 후보를 뽑으려고 하는데, 민주당 공영운 후보가 '똑버스'를 확대한다고 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며 "현대자동차라는 우리나라 최고 기업을 이끌었다는 점도 호감"이라고 말했다.
10년간 동탄에 거주한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가 주민들의 불편함을 가장 잘 이해하기 때문에 지지한다는 주민도 있었다. 이모(44)씨는 "다른 두 후보는 선거에 맞춰 이사왔지만, 한 후보는 10년 동안 함께 산 주민"이라며 "그만큼 동탄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잘 알 것 같아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해결 과제는 모두 같기 때문에 스타 정치인인 이준석 후보가 필요하다는 지지자도 있었다. 김모(30)씨는 "주민들한테 동탄의 문제점을 물으면 열이면 열 모두 교통과 교육을 답할 것"이라며 "결국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인데, 아무래도 중앙 무대에서 활동해 온 이 후보가 무얼 해도 잘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무주공산 된 민주당 텃밭…"제3지대가 변수"
이번 선거를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현재 화성을이 무주공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화성을은 민주당 텃밭으로 꼽혔다. 지난 19~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이던 이원욱 의원이 50~60%대의 득표율로 내리 3선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개혁신당으로 자리를 옮기고 옆 지역구인 화성정으로 출마하면서 변수가 생긴 상황. 지역을 잘 다져놓은 이 의원이 같은 당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표심은 이 의원이 아닌 민주당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12년간 이어진 지역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3파전 선거도 주목할 점이다. 19대와 21대 총선에서는 진보와 보수정당간 양자 구도가 펼쳐졌고 모두 이 의원이 승리했다.
20대 총선 역시 이 의원이 4만 3천여 표를 챙기며 최종 선택을 받았지만, 당시 '안철수 열풍'과 함께 출마한 국민의당 김형남 후보가 1만7천여표를 받으면서 2만1천여표를 받은 새누리당 오병주 후보의 뒤를 쫓는 등 선전했다.
이준석이라는 전국구 스타 정치인이 제3지대 소속으로 나온 지금, 8년 만에 재현되는 3파전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이유다.
반도체-자동차 vs 10년 주민 vs 중앙정치 경험
세 후보 역시 각자의 경력을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나섰다. 공영운 후보는 현대자동차라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 근무 경험을 살려 동탄의 혁신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공 후보는 지난 6일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누구는 반도체 벨트를 이야기하지만 반도체만 갖고는 안되고, 자동차도 혼자서는 안된다"며 "화성을 반도체와 자동차가 손잡는 혁신산업 융합클러스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정민 후보는 자신을 '동탄 10년 주민'으로 소개하며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동탄에서 거주한 그는 교통 인프라, 교육 개선 등 삶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화성을에 공천된 것은 동탄에서 살아온 연구원으로서 반도체 핵심지를 직접 탈환하라는 사명을 받은 것"이라며 "반도체 패권국가, 교육수도 동탄을 위해 청춘과 경험을 함께 쏟아붓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중앙 정치무대 경험을 살려 동탄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른 두 후보에 비해 굵직한 정치 경력을 쌓아온 만큼 동탄의 이슈를 중앙으로 끌고 가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며 "개혁신당의 이름에 걸맞게 교육개혁, 연금개혁, 거기에 더해 정치개혁, 사회개혁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이준석 변수…젊은 유권자, 3파전도 포인트"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윤창원 기자전문가들은 전국구 정치인인 이 후보를 이번 선거의 변수로 꼽았다. 여기에 '젊은 유권자'와 '3파전'이라는 지역 특징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결과는 열어봐야 알겠지만 3개 정당이 모두 치열한 '3강(强)' 구도일 것 같다"며 "지난 선거에서 이원욱 의원을 향했던 표심이 모두 민주당으로나 이준석 후보에게로만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보통 선거에서 중도 표심은 관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20대 총선 당시 화성을에서는 국민의당이 선전했던 전례가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중도 표심이 이 후보에게 갈 가능이 있어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세대포위론 등으로 표심을 얻었지만, 총선판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탄은 30~40 세대가 주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먹고 살기 힘들고 경제도 어렵다는 민심이 있어서,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현실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