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해 탄핵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국무회의에 쌍특검(내란특검·김건희특검)을 상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한 대행 탄핵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한 대행 이후 대행직을 넘겨받는 국무위원에 대해서도 줄줄이 탄핵할 수 있다며 강경책을 꺼내들었다. 일각에서는 국무위원 5명을 한꺼번에 탄핵하는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여권 강성 지지층이 결집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동력이 떨어지기 전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韓탄핵 가시화" 26일 처리 시사…국무위원 5명 집단탄핵 주장까지
민주당은 23일 한 대행 탄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행이 약간 경고성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당 분위기는 경고성이 아니다"라며 "적절한 결정을 하지 않으면 즉각 조치를 취하겠다"고 못박았다.
24일 국무회의에서 쌍특검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를 묻는 질문에 "탄핵이 가시화된다고 봐야한다. 26일 본회의가 있기 때문에 즉각 논의를 거쳐서 (탄핵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민주당은 한 대행에게 쌍특검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며 24일을 기한으로 정했다. 법적 공포 시한은 다음달 1일까지지만, 신속한 탄핵 국면 대응을 위해 24까지로 당겨 최후통첩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 쌍특검법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한 대행 탄핵이 실제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추가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주어진 법정 시한(다음달 1일)을 모두 쓰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당장 24일 탄핵안을 발의한 뒤, 오는 26일 보고 후 27일 표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기에 더해 한 대행의 대행으로 오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에 대해서도 줄줄이 탄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국정 안정도 중요하지만 내란 사태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권한대행의 내란이 지속될 경우 탄핵할 수밖에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당내 일각에서는 국무위원을 한꺼번에 탄핵하는 시나리오까지도 제기된다. 국무위원 5명을 탄핵할 경우 국무회의 의결 조건을 맞출 수 없어 법안이 자동 통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국무회의 의결은 3분의 2로 하도록 돼 있다. 지금 국무위원 16명 중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직무가 정지된 만큼 5명을 탄핵하면 국무회의가 의결을 못한다"며 "국무회의가 돌아가지 않으면 법안들은 자동 발효된다"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에 있었던 국무위원을 한꺼번에 탄핵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화하는 한덕수 국무총리-최상목 부총리. 윤창원 기자대행 탄핵시 혼란 가중 우려에도…"尹탄핵 신속 추진해야"
민주당이 반발 여론을 감수하면서도 강경한 탄핵 기조를 잡은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최대한 신속히 추진하기 위한 정무적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당초 일각에서는 한 대행을 탄핵할 경우 혼란이 가중해 민생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윤 대통령 계엄으로 빚어진 혼란 국면에서 자칫 민주당이 역풍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특검 등을 신속히 추진해 윤 대통령 탄핵을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작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이 빠르면 빠를수록 윤 대통령 탄핵이 수월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여기에는 탄핵 국면에서 여권의 강성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19~2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도는 29.7%, 민주당은 50.3%로 집계됐다. 이중 국민의힘의 경우 비상계엄 이후 25.7%를 찍으면서 최저치를 찍었다가 이번주 소폭(4.0%p) 반등했다. 반면 민주당은 2.1%p 하락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여파가 남아있는 동안 최대한 빠르게 특검을 추진해 탄핵 동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연말이 지나고 점점 탄핵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윤 대통령 지지층이 결집하기 전 속도전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만 의존하기 어렵다는 점도 특검에 속도를 내는 이유로 꼽힌다.
공수처의 경우 상대적으로 인력과 증거 자료 등이 부족해 수사에 한계가 있다. 반면 특검은 수사 규모가 크고 수사 권한이 커 속도감 있는 수사가 가능하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이뤄졌다. 응답률은 5.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