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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간 '데스매치' 부산 남구…"제2의 건국전쟁 vs 정권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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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갑·을 → 남구…1개로 줄어들어
與 박수영 vs 野 박재호…현역간 '데스매치'
같은 시간·장소에서 동시에 유세…신경전↑
21대 기준, 합구될 경우 與 '4.60%' 우세
대선·지선 보수 우세지만…지난 두 차례 총선에선 '초박빙'

제22대 총선을 한달여 앞둔 8일 부산 남구 못골시장에서 남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수영 후보와더불어민주당 박재호 후보가 유세 중 만나 인사하고 있다. 남구갑과 남구을 선거구는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돼 이례적으로 여야 현역 의원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연합뉴스제22대 총선을 한달여 앞둔 8일 부산 남구 못골시장에서 남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수영 후보와더불어민주당 박재호 후보가 유세 중 만나 인사하고 있다. 남구갑과 남구을 선거구는 하나의 선거구로 통합돼 이례적으로 여야 현역 의원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연합뉴스
부산 남구는 제22대 총선에서 기존 갑·을 두 개의 선거구가 하나로 통합된다. 선출되는 국회의원이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현역 의원은 남구갑에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초선)과 남구을에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재선)이다.

이들은 모두 각각 양당으로부터 단수 공천을 받았다. 둘 중 한 명만 살아남는 '데스매치'가 예정된 셈이다. 전국 254개 지역구 중 자신들의 기존 지역구를 놓고 현역 간 맞대결이 펼쳐지는 곳은 부산 남구가 유일하다.

與野, 같은 시간·장소에서 동시 유세…불꽃 튀는 '신경전'

부산 남구 대연동 평화공원에서 동시에 유세를 하던 두 캠프가 맞닥뜨린 모습. 서민선 기자부산 남구 대연동 평화공원에서 동시에 유세를 하던 두 캠프가 맞닥뜨린 모습. 서민선 기자
취재진이 부산 남구를 찾은 17일 오후 공교롭게도 두 후보는 동시에 대연동 평화공원에서 유세를 진행하고 있었다. 격전의 현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이들은 모두 해당 지역의 '현역'인 점을 내세우며 '민원 해결사'를 자처하고 있었다. 임시 천막으로 '찾아가는 민원 상담실'(박수영), '찾아가는 현장민원실'(박재호)을 만들어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청취했다.

영상 19도에 육박하는 만연한 봄 날씨에 공원엔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 가운데 빨간색, 파란색 점퍼를 입은 후보와 이를 수행하는 캠프 관계자들이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두 후보 사이에선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펼쳐졌다. 두 천막 사이의 거리가 약 300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적진'인 상대 후보 천막 주변에 모여 있는 주민들에게까지 접근해 인사하거나 명함을 나눠주는 모습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또 사진을 찍는 취재진을 상대 캠프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가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 온 이로 오인하는 등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손에 두 후보의 명함을 모두 들고 있던 한 시민은 멀리서 후보들의 유세 모습을 바라보며 "경제가 어렵고 물가가 너무 높아 서민들은 힘든데, 정치인들이 좀 싸우지 말고 잘 좀 했으면 좋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대선·지선에선 與 강세지만…20·21대 총선에선 '박빙'

최근 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부산 남구는 보수세가 강한 곳이다. 재작년 치러진 부산 시장 선거에서 총 투표수 11만 8507표 중 7만 6951표(64.93%)가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시장을 선택했다. 변성완 당시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32.55%에 그쳤다.

지난 대선 때는 표를 던진 17만 3557명 중 10만 1749명(58.62%)이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 6만 4361명(37.08%)은 이재명 당시 후보에 투표했다.

하지만 총선에서는 결과가 사뭇 다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남구갑·을의 총 투표자 수는 16만 4888명인데, 이 중 갑·을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를 찍은 이들의 합은 8만 3380명(50.56%)였고 민주당 후보를 찍은 이들의 합은 7만 5783명(46.56%)이었다. 갑·을을 합쳤을 때 국민의힘 후보가 7597표(4.60%) 앞선 셈이다.

그 직전인 20대 총선에서는 남구갑에선 새누리당이,  남구을에선 민주당이 각각 당선됐지만 갑·을을 합쳤을 때 득표율은 새누리당 후보들이 46.74%로 민주당 후보들(47.27%)에 비해 근소한 차이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하면 남구의 경우 점차 보수세가 강해지고 있지만,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졌을 때 총선에서 1~2% 차이로 당락이 바뀔 수도 있는 '초접전'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평생 보수였지만 尹때 돌아서" vs "남구 발전 위해 박수영이 대안"

두 후보가 17일 부산 남구 대연동 평화공원에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청취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두 후보가 17일 부산 남구 대연동 평화공원에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청취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남구에서 57년째 거주 중인 김숙녀(79)씨는 지금껏 계속 보수당을 지지해왔지만 이번엔 돌아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박사모'(박수영을 사랑하는 모임) 활동도 접었다고 한다.

김씨는 "(여야가) 서로 대화를 하면서 잘 풀어가야 되는데 한동훈은 비판하면서 돌아다니기만 하고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도 만나서 타협도 하고 해야 하는데 만나지도 않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부산은 다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이번에 (이종섭 전 장관이) 호주로 간 것도 그렇고 대통령이 마음과 몸을 낮춰서 해야 존경받고 그러는데 오히려 큰 소리만 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남구에서 자영업을 하며 3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서모(70)씨는 "표가 많은 곳 중 하나가 메트로시티 등으로 약 1만 세대쯤 되는데, 트램(노면전차) 이슈에 매우 민감하다"며 "하지만 박재호 의원이 8년 전부터 공약했는데 제대로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램이 깔리게 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등 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계가 돼 있다. 근데 트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번에 남구을까지 하게 된 박수영 의원이 대안을 내놓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본인이 국민의힘 당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수영 "이번 총선은 제2의 건국전쟁…해운대카마 잘사는 남구"

제22대 총선에서 부산 남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17일 부산 남구 대연동 평화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제22대 총선에서 부산 남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17일 부산 남구 대연동 평화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평화공원에서 취재진을 만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종북 숙주론'을 꺼내들었다. 그는 "이번 총선은 저 박수영 개인의 선거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라며 "이재명, 조국, 한총련, 통진당 등의 세력들을 저지해야 하는 역사적인 책무가 우리한테 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우리 의원총회에서도 '제2의 건국전쟁'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처럼 이승만 대통령이 공산주의와 싸워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것처럼 이번에도 싸워 이겨내야 한다"라며 "자칫 그 세력들에게 넘어가게 되면 대한민국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인의 경쟁력으로는 "정치 부문에서는 '이재명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고, 정책 부분에서는 여의도연구원장을 했고 부산 발전을 위해 기업활력법, 가덕도신공항법, 산업은행법 등 추진했던 것들이 쭉 있다"며 "민생으로는 매주 지역 민원 청취 활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 쫌 만납시다'란 이름으로 이날로 181회째 민원 상담실을 열었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 지지자로 보이는 한 시민은 박수영 의원을 향해 "해운대카마(보다) 잘 사는 남구 만들어 주이소(주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박재호 "尹, 경제 어려운데 민생 신경 안써"…'개인기로 당 열세 극복

제22대 총선에서 부산 남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17일 부산 남구 대연동 평화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제22대 총선에서 부산 남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17일 부산 남구 대연동 평화공원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민선 기자
이번에 3선을 도전하는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이번 총선에 관해 묻자 '정권심판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남구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이 정권은 안 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너무 관심이 없는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종섭 전 장관 호주 출국 논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언급하며 "현재 경제가 너무 어려운데 이 정권이 그러한 잘못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민생에) 관심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먹고사는 게 어려워 정권에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구에 거주하며 택시를 운행한다는 김모(65)씨는 박재호 의원에 대해 묻자 "인품도 좋고 사람이 너무 좋은데 민주당이라는 게 유일한 약점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민주당이 무엇이 문제냐 하면 당이 주는 어떤 이미지가 부산 정서와는 좀 안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박재호 의원은 당세가 약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3차례 낙선 끝에 지난 20·21대 재선에 성공한 인물이다. 지난 총선의 경우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에서 부산 남구는 더불어시민당이 26.94%가 나온 바 있다. 야권 성향인 열린민주당(4.44%)과 국민의당(6.18%)을 합해도 약 37%에 불과한데, 당시 지역구 선거에서 박재호 의원의 득표율은 50.50%이었다. 13% 가까운 득표율을 오직 '개인기'로 뚫은 셈이다.

남구 최대 현안 '산업은행'…일부 주민 "민생 정책 경쟁해야"두 후보 모두 이번 총선의 최대 지역 현안으로 '산업은행 이전'을 꼽았다.

두 후보 모두 이번 총선의 최대 지역 현안으로 '산업은행 이전'을 꼽았다.

박수영 의원은 "산업은행 이전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대통령께 드린 사람이 바로 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있으면서 국정과제로 넣은 사람이 바로 나"라며 "내가 그 마무리를 해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동훈 위원장이 부산에 와서 우리가 다수당이 되면 제일 첫 번째로 산업은행 이전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며 "산업은행이 오게 되면 남구는 엄청나게 좋아질 것이다. 다시 남구가 해운대를 따라잡아 부산 1등 지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호 의원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부산의 금융 중심지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로 산업은행을 이전할 것"이라며 "당선돼서 3선이 되면 정무위원장을 해 산업은행 이전 법을 통과 시킬 때 방망이를 직접 두드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부 남구 주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좀 더 삶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정책으로 경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공원에 7살 딸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30대 부부는 "솔직히 산업은행이 온다면 좋긴 하겠지만 별로 와닿지는 않는다"라며 "남구에 곧 육아종합지원센터가 생기는데 어떻게 잘 운영할지, 초등학교 돌봄 정책은 어떻게 되는지 이런 공약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남구가 집값이 비싸서 젊은 사람들이 인근 신도시로 많이 나가는데 부동산 정책 같은 것도 필요해 보인다"라며 "두 후보가 좀 더 정책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요즘 양당이 서로 헐뜯고 그러는 거 같아서 정치라면 아예 신경을 끄고 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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