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국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분쟁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중국이 "당사자가 아니면 덩달아 떠들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한국 외교부 대변인의 관련 입장 표명에 주목했고, 이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사건의 책임은 완전히 필리핀 측에 있고, 한국은 남해(남중국해)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최근 몇 년 새 여러 해 동안 유지해온 신중한 중립 입장을 바꿔 남해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중국을 애둘러 비난했고, 중국은 그때마다 즉시 교섭을 제기하면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또 "나는 다시금 한국이 스스로 알아서 잘하고, 분위기에 휩싸여 덩달아 떠들지 않으며, 중한 관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늘리는 일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도대체 어떤 국가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진심으로 남해의 평화·안정을 지키고 싶다면, 그들은 중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국가들이 협상을 통해 적절히 이견을 처리하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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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7일 정례브리핑에서 남중국해 상황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선박이 충돌하고 필리핀 선박에 대해 물대포가 사용되면서 벌어진 위험한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이러한 상황은 선원들의 안전을 위협하며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전, 규칙 기반 질서 유지 및 해당 수역에서 유엔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보다 먼저 지난 5일 미국 국무부는 "중국의 도발적 행동이 벌어진 뒤 우리의 동맹인 필리핀과 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일본 외무성도 다음날 "무력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일방적 시도와 남중국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미국, 일본과 비교해 한국 외교부의 입장 표명은 상대적으로 '로우키(low-key)'를 취했음에도 중국이 발끈하고 나선 것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공조를 염두해 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