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의대 병원 진료창구 전경. 이재기 기자 정부의 의사 증원에 반발해 전국 전공의들이 대거 이탈한 지 이틀째인 21일 대학병원들은 진료 대기시간이 다소 늘어나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응급의료와 외래 등 병원이용에 차질을 빚지는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방식으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집단이기주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21일 현재 147명의 전공의 가운데 138명이(93.8%) 이탈한 경북대 동인동(대구시 중구)병원은 이날 오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진료 순번을 기다리느라 평소보다 대기줄이 길어졌지만 대부분 병원 업무가 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응급실은 대기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한 표정이었고 외래진료 부서들도 평소와 다름 없었다.
외래 진료 대기표를 뽑고 대기하던 허 모씨(대구시 방촌동) "신경과 진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는데 평소엔 금방 순번이 돌아오지만 오늘은 대기시간이 조금 길어졌다"며 "아픈 사람 입장에서는 (병원이) 정상으로 복귀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수를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이 시점에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생각도 해봤다. 사람 생명까지 담보로 해서 왜 반대하는 지 전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고래싸움에 새우 등터지는 격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혈액 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경북대병원을 찾는 강 모씨(대구 범물동, 여성)는 "환자 입장에서는 사람 목숨을 가지고 이러는 의사들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론을 통해 의사가 있어야할 곳에 없는 심한 경우를 보게 되는데 진짜 안타깝다"고 병원을 이탈한 의사들을 나무랐다.
흉부 촬영을 위해 이날 병원을 처음 방문한 이 모씨(시지동)는 의사증원 문제에 대해 "의사들도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본인 가족이 아프면 불안하지 않겠느냐"고 반문, "의사 인원을 늘리는게 맞고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전공의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환자입장에서는 의사 숫자가 늘어나면 대기시간이 줄고 훨씬 더 편리해지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대구 중심부에 위치한 경북대병원은 이날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지만 소란이나 환자-의료진간 실랑이 없이 평온한 분위기를 보였다. 응급실은 내원 환자가 없는 탓인지 대기석에는 두어명의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일뿐 오히려 한산한 표정이었다. 다만 병원측의 조치로 외부인의 응급실 출입은 삼엄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의료구역은 특수한 공간이라서 출입을 통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오전 한때 (11시쯤) 병원 본관 2층 정형외과 외래진료센터에서는 자그만 소동이 벌어졌다. 소란광경을 목격한 이 병원 환자 보호자 A씨(대구시 대명동)는 "진료 대기중이던 환자와 병원관계자들이 한 동안 다투느라 작은 소란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전공의 이탈의 영향을 덜 받는 외래진료부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을 유지했다.
이날 취재진이 대화를 나눈 병원 방문객 대다수는 정부의 의사증원 조치에 찬성을 입장을 밝혔다. 큰 틀에서 증원정책에 찬성하지만 갑작스럽게 정책을 추진하니까 마찰이 빚어진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사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의료진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산부인과나 소아과 같은 진료과목에 대해 맞춤형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남대병원 역시 병원 가동률이 떨어져 환자들이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병원관계자는 "수술은 60% 가동중이고 입원병동의 진료서비스는 원활하게 제공되고 있다"면서도 "10명이 근무하던 인원이 6명으로 줄어드니까 병원의 전체적인 가동률은 60%내외를 유지하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입원을 하려는 환자들이다"며 "입원해서 당장 치료해야 되는 응급환자는 당연히 대응을 해야하지만 이런 경우 외에는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급하지 않아서 입원시점이 유동적인 환자들은 입원이 지체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