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 KOVO 제공프로배구 여자부 IBK기업은행이 이번 시즌 흥국생명을 상대로 '전패'의 악연을 끊을 절호의 찬스를 맞았지만 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사령탑 김호철 감독은 "국내 선수들은 역량껏 최선을 다했다고 보는데 외국인 선수들이 아쉬웠다"며 쓴소리를 남겼다.
IBK기업은행은 1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5라운드 흥국생명과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 대 3 (18-25 24-26 25-23 26-24 12-15)으로 아쉽게 패했다. 초반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3, 4세트에서 힘을 발휘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5세트에서 무너졌다.
김 감독은 이날 패인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꼽았다. 현재 IBK기업은행에는 미국·푸에르트토리코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191cm)와 태국 출신 아시아 쿼터 세터 폰푼 게르파르드(등록명 폰푼·173cm)가 뛰고 있다.
2명 모두 이번 시즌 내내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선수들이다. 아베크롬비는 이날 경기까지 752득점을 올려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후위 공격 2위(성공률 44.41%), 퀵 오픈 3위(성공률 47.52%), 공격 종합 5위(성공률 43.08%) 등 팀의 주포 역할을 해내고 있다. 폰푼 역시 아시아 쿼터로 팀에 합류해 '명품 세터'라 불리며 주전 자리를 잡고 시즌을 치러왔다.
그러나 이날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두 선수를 질타했다. 김 감독은 "팀의 주축인 두 선수가 스스로 끝을 내려는 모습이 있어야 하는데 오늘 경기는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외국인 선수들이 팀 분위기를 이끌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베크롬비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에서 말이 가장 없는 선수"라며 "(경기력 면에서) 자신의 몫은 다 한다고 보는데, 파이팅적인 모습이나 큰 액션으로 다른 선수들을 북돋우는 모습이 경기장에선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아베크롬비, 폰푼. KOVO 제공폰푼에 대해서고 김 감독은 "자신의 생각대로만 토스를 올린다"고 일갈했다. 김 감독은 "폰푼의 토스가 너무 빨라서 우리 공격수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공들이 넘어올 때가 많다"며 "공격수가 때릴 수 없을 만큼 빠른 공이 온다"고 덧붙였다.
이날 실제로 김 감독은 팀의 중심적인 역할을 해주는 폰푼을 교체 아웃해 상당 시간 벤치에 앉혔다. 김 감독은 교체 이유에 대해선 "노 코멘트"라면서도 "오늘은 폰푼이 흔들린 날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의 얼굴에선 흥국생명전 패배에 대한 아쉬움이 유독 많이 드러났다. 흥국생명을 상대로 이번 시즌 5전 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경기 전부터 "상대 전적은 전패여도 이길 만한 경기를 2번이나 놓쳤다"며 이날 경기 필승을 다짐했다. 하지만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번에도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김 감독은 "어느 한 부분이 모자란 게 아니었다"며 경기를 돌이켰다. 이어 "이기고자 하는 의욕이 선수들 얼굴에 나타나야 하는데, 조금만 플레이가 안 돼도 갑자기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봄 배구 생각은 하지 않겠다"며 "그저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경기 결과도 좋아질 것"이라고 남은 경기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