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선(34)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조선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는 31일 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조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공격을 가했고 범행 과정에서 망설이거나 주저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도 사망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며 살인 고의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시민들이 책임을 다하면서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피고인은 더 이상 누릴 수 없는 게 타당하다"며 "피고인을 영원히 격리해 사회 안전을 유지하고자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목과 안면부, 후두부 등을 정확히 조준해 수회 반복해 식칼을 내리꽂는 등 극도로 잔인하고 포악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영상을 보거나 소식을 접한 국민들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는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질타했다.
이어 "(조선의 범행으로) 전국 각지에서 이를 모방한 유사한 이상동기 범죄를 촉발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의 변론 내용과 태도를 보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조선이 별도의 모욕 범죄 조사를 앞두고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자포자기 상태로 범행한 점,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점 등을 고려해 사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조선 측이 주장하던 정신장애 부분에 대해서는 "감정 결과에 근거하면 심신장애는 아니고 심신미약으로 보기 상당하다"면서도 "이를 이유로 처단형의 하한을 낮출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다. 심신미약을 사유로 형을 감경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또 "종합 심리검사 결과를 보면 피고인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성격장애)로 진단이 되고 일반인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범행을 저지른 점을 종합해 살인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백주 대낮에 다수의 시민이 일상적으로 다니는 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부푼 꿈을 안고 상경했던 청년이 그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됐고, 3명의 청년도 정신적으로 막대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판부는 조선이 2022년 인터넷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해 '게이 같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추가된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결심공판에서 "시민들에게 대낮 서울 한복판에서 '나도 살해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준 사건"이라며 조선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조선은 지난해 7월 21일 낮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카키색 수의 차림에 머리를 짧게 자른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선 조선은 선고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