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중소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할 때 시간을 조금 더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제4회 국무회의에서 "근로자의 안전이 중요함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지만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처벌은 우리 헌법 원칙상 분명한 책임 주의에 입각해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현장의 영세한 기업들은 살얼음판 위로 떠밀려 올라가는 심정이라고 한다"며 "정부가 취약분야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경제단체도 마지막 유예 요청임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국회는 묵묵부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뜩이나 지금 우리 영세기업들이 고금리, 고물가로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 이렇게 짐을 지우게 되서 중소기업이 더이상 존속하기 어렵다면, 그 피해는 역시 고스란히 우리 근로자들과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에 한 번만 더 귀를 기울여 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 현장에는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 달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적용 유예를 촉구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최근 진행하는 '민생토론회'식 정부 업무보고에 대해선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들으면서 민생 문제 해결에는 역시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원하는 과제를 중심으로 부처 간에 벽을 허물고 긴밀하게 협업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또한 민생현장에는 애타게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들이 많다며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도 더는 지체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잘못된 입법으로 집값이 많이 올라갔다. 무분별한 규제로 국민의 주거이전 자유와 재산권 행사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 서서 주택법 개정에 속도를 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산업은행법 역시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적 유불리,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 전체의 미래를 위한 길임을 고민해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정부안으로 상정되는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선 "이번에 정비하는 5개의 부담금은 위헌 결정을 받아 실효되었거나, 부담금을 협회 회비로 전환하는 것으로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실제로 덜어드리려면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 오염을 막거나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긍정적인 부담금도 물론 있지만 '준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다"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예외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부담금이지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나가야 한다"며 "기획재정부는 현재 91개의 부담금을 전면 개편해 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핵심 국정과제인 '약자복지'를 언급하며 "얼마 전 연탄 세 장으로 버티는 미등록 경로당 관련 기사를 보고 참 가슴이 아팠다.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지자체가 협력해 미등록 경로당을 조속히 전수파악해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복지정책이야말로 절대로 책상에서 나올 수 없는 것"이라며 "현장을 발로 뛰며 소외된 약자들을 찾아내고 복지 사각지대를 확실하게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