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김정록 기자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 대해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가운데, 피해자들은 유죄가 인정된 점은 반겼지만 형량이 너무 낮다고 평가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케미칼, 애경산업, 이마트는 유죄다"라고 외쳤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형을 선고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는 판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사에서 낸 구형보다는 못한 실형이 나왔지만 가해 기업 전원에 쟁점을 다투던 부분을 인정하는 재판부의 판단을 보여줘서 마음이 한결 놓인다"고 했다.
이어 "가해 기업이 수십년 동안 국민을 마루타로 생각하듯 화학물질로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면, 국가는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고있던건지 의문"이라며 "이제부터 피해자들은 정부의 책임을 묻고 가해 기업에 제대로된 지원과 배상 방법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1심 무죄를 뒤집고 유죄를 선고한 점은 반겼지만 금고 4년형이라는 형량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 유가족인 김태종씨는 "1800여 명을 죽인 살인자들에게 고작 금고 4년형이 무엇인가"라며 "1800여 명 목숨은 누가 구해줄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 자리에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는 상황들에 처한 피해자들이 방방곡곡에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민수연씨는 "이제야 사법부의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반쪽짜리 실현일 뿐"이라며 "대법원에 간다고 하더라도 파기환송이 되지 않고 확정되길 바란다"고 했다.
연합뉴스
피해자들은 가해 기업에 대한 사법부 판단도 뒤집어진 만큼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 기업책임 배보상 추진회 송기진 대표는 "이제는 법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앞으로 나와서 피해자들에게 진정어린 사과를 하고 합당한 배·보상을 조속히 추진하길 바란다"며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할 정부도 사법부 뒤에 숨지말고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민변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 최재홍 변호사는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가해 기업이) 전 국민을 상대로 가습기 살균제의 만성 흡입독성시험이 행해졌다'고 판시했다"며 "대법원 확정 판결을 지켜봐야겠지만 진일보한 결과"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