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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장 치러서 다행"…서울시 대책에도 '맘편히 눈 못 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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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로 북적거린 서울시립승화원…서울시민들도 화장장 찾아 경기行
상조업체 직원들, 화장 일정 소화하느라 분주…"겨울철에 사망자 더 많아"
'3일장' 풍습까지 바꾸는 고령화 시대…서울시, 추가 인력 채용 등 대책 발표

9일 오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2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이 가득 찼다. 정진원 기자9일 오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2층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이 가득 찼다. 정진원 기자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령화 시대에 화장장은 가족과 지인들을 떠나보내는 시민들로 발 디딜 곳 없이 붐빈다. 고령 사망자 수가 매년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수용할 화장시설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우리나라 장례 문화인 3일장마저 지키기 어려운 지경이다.

눈바람이 몰아치던 9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부쩍 늘어난 부고 소식들을 연상케 하듯 주차장은 장례 버스와 리무진으로 가득 했다. 주차장 입구에는 아직 주차하지도 못한 차량만 13대나 망자를 품은 채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 2층 유족대기실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은 유가족들이 마지막으로 고인을 보내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층에 설치된 전광판에는 화장을 앞둔 13명의 이름이 길게 나열돼 있었다.
 
9일 오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2층 카페은 유가족들로 붐볐다. 정진원 기자9일 오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 2층 카페은 유가족들로 붐볐다. 정진원 기자
유족대기실 밖도 순서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를 피해 유족대기실 옆에 있는 카페로, 지하 매점으로 모여든 시민 70여 명이 한 건물에 몰리다 보니 앉아서 쉴 자리 하나 찾기 쉽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화장터를 구하기 쉽지 않은 이른바 '화장 대란' 속에 어렵게 시설을 예약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시민 서승욱(50)씨는 "(화장장) 예약 대기를 걸려고 했는데 예약 대기도 안 됐다. (화장장이 구해지기를) 이틀 정도 기다렸다"고 말했다.
 
건물 로비에서 딸과 대화를 나누던 김육영(45)씨는 "3일장을 치르고 싶었는데 4일장으로 진행할 뻔했다"며 "상조회사에 연락해서 다행히 3일장을 치렀다"고 안도했다.
 
부쩍 늘어난 화장 일정을 소화하느라 상조회사 직원들도 발에 땀이 나도록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울에서 화장장을 구하지 못한 서울 시민들이 경기도까지 넘어오면서 화장장이 더욱 바빠졌다.
 
상조업계에 종사하는 강대성(38)씨는 "겨울철에는 돌아가시는 분들이 더욱 많아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시민들이 경기권으로 빠지는 경우들도 생간다"며 "(우리나라는) 3일장을 기본으로 하지 않나. 3일장을 진행하고 싶은데 4일장으로 진행해야 된다고 하면 무리해서라도 경기도로 가시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화장장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난 배경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고령화가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2019년 일평균 131명이었던 화장 수요는 지난해에만 152명까지 늘었다. 오는 2028년에는 170건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시가 임시로 화장시설 운영시간을 2시간 연장했지만 3일장을 지키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4일장을 치루다 보니, 3일차 화장률은 지난해 말 기준 53.1%에 그쳤다. 절반 가까이 '4일장'을 치룬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시립화장장 운영인력을 최대 30명까지 늘려 늘어난 화장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임시로 연장했던 화장장 운영시간도 상시 2시간 운영체제로 바뀔 예정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추가 인력 채용 등으로 하루 평균 화장 공급량은 다음달 말까지 143건에서 172건으로 확대된다.
 
이와 별도로 시는 승화원에 화장단축 효과가 검증된 스마트 화장로를 2026년까지 총 23기 도입해 화장시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지난해에는 시립승화원에 스마트 화장로 2기를 도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장시간은 기존 120분에서 100분으로 20분 단축되고, 2026년까지 일평균 화장공급은 190건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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