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짜골프 다 삭제해" "정경심이 괜히 잡혔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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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정권이 바뀔때마다 여야 정치인들이 번갈아 거쳐가는 전문건설공제조합은 6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3만7천여개의 회원사와 5만9천여명의 조합원으로부터 걷은 회비를 통해서다. 조합은 건설 단체 중에서 회원사가 가장 많은 전문건설협회와 사실상 '한몸'이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사이 협회와 조합은 각종 비리가 겹겹이 누적됐다. CBS노컷뉴스는 이들 단체의 숨겨진 민낯을 추적해 보도한다.

[전문건설협회·조합 비리 카르텔③]
'무단 골프비 면제' 증거인멸 지시 녹음파일 입수
"다 삭제해라" "공무원으로 명단 바꿔라" 요구
내부 감사 방해…"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지적
'경영상 판단'이라면 왜 증거 삭제할까 의문
"1, 2인은 연단체로 소명"…규정 위반 인지한듯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단독]'대표님 찬스'로 7600만원 공짜 골프…내부 감사 적발
②[단독]前금배지-現운영위원장은 비켜간 '비리 수사'
[단독]"공짜골프 다 삭제해" "정경심이 괜히 잡혔겠습니까"
(계속)


코스카CC의 무료 라운딩 제공과 관련해 당시 대표였던 이 모 씨 등이 증거 인멸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했다.  

증거인멸 지시는 전문건설공제조합 내부 감사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5월 말쯤 이뤄졌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골프를 친 사람들을 '지인'이 아닌 군청 공무원, 동네 이장 등으로 수정하라거나 무료 골프 내역을 모두 삭제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또 1억 7천만 원어치가 넘는 무료 골프가 내부 규정을 어긴 것이란 점을 관계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점도 드러난다.

법조계에서는 내부 감사를 방해하기 위해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성립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골프장 대표 "군청 공무원, 이장 등이 왔다고 해라"


6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녹음 파일을 보면, 코스카CC 당시 대표인 이 모 씨는 골프장 소유주인 전문건설공제조합 내부 감사에 앞서 자료를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본인 등의 지인들에게 공짜로 골프를 치게 해놓고 다른 사람들로 명단을 바꾸라는 것이다.

"컴프(골프비 면제) 처리한 것을 우리가 영업상 이익을 받기 때문에 관공서, 지역주민 업체 대표, 경찰서 정보과 이런 사람들이 왔었다고 해라."

이렇게 자료를 변경하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지인'에게 무료 골프를 치게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골프장 영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를 감사실에 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자료를 수정하면 감사 과정에서 복구가 될 수 있는 지 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명단을 군청 공무원, 이장 등으로 바꾸라고 지시하면서 "절차는 해당 팀장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내가 주면 되겠다"고 했다.

"다 삭제해요?" "없애려면 다 없애버려야지"


비슷한 시기 골프장 경영본부장이었던 안 모 씨는 직원 2명을 불러 놓고 무료 골프 자료를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삭제를 하더라도 흔적이 전산 기록에 남고, 전산 프로그램을 잘못 건드렸다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삭제 지시는 계속됐다.

안 본부장: 지금 조합에서는 전문가가 들어가서 보고 보고 그런 흔적(규정에 어긋난 무료 골프 제공)이 있었느냐, 이걸 잡아 잡아내라 이런 것 같아.
직원A: 다 삭제해요?
안 본부장:  그렇지. 없애려면 다 없애버려야지. 근데 삭제를 오늘 내가 했어. 그럼 그게 날짜가 남는 거 아니야?
직원A: 날짜가 남죠.
안 본부장: 오늘 삭제한 걸로?
직원A: 그렇죠. 근데 그것까지 없애기에는…실질적으로 그래서 그것까지 다 없애면 정경심이가 잡혔겠습니까.
직원B: 없앴다는 것도 찾아냈으니.
전문건설공제조합 감사에 앞서 무료 골프 삭제를 지시하는 대화
안 씨는 무료 골프 제공 자료가 방대하게 쌓인 상황에 대해 "그때그때 없애버렸어야 되는데"라며 후회하듯 말했다. 이에 직원은 "그때그때 없애기에는 개인 정보라.."며 쉽지 않다고 대꾸했다.

직원이 전산 자료에 손을 댈 경우 잘못하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하자, 안씨 는 전산 관리 업체 직원을 데려와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자료 삭제가 불법이라 그 업체에서 거부할 수 있다고 난색을 보이자, 이번에는 해당 업체에서 배워서 직접 삭제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직원A: 계속 서버를 만지다가 보면 저희도 비전문가라서 잘못하면 서버 띡 떠버리면 저거 뭐야 결제도 안 돼버리고 (중략) 왜냐하면 제가 잘못 건드려 버리면은 그지 저거 뻥 나버리면은.
안 본부장: 그래서 우리가 잘못 건드려가지고 망가뜨리면 안 되니까, OO을 불러가지고.
직원A: 얘네가 그러면 이거 불법 아닙니까라고 하면 어떡해요.
안 본부장: 좋아 그럼, 알려만 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알려만 줘, 내가 손은 내가 댄다, 그러지. 그렇지 않냐. 손은 우리 손가락으로 하는 거야.
직원A: 알겠습니다.
외부 전산업체가 자료 삭제를 거부할수 있다고 하자 직접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

추후 들통날 것을 우려한 직원은 본인을 보호해 줄것인지 물었다. 안씨는 대표가 책임질 일이라고 대답했다.

직원A: 그럼 나중에 저는. 본부장님 나중에 저는 어떻게 해 주실 건데요.
안 본부장: 뭘 어떻게 해?
직원A: 걸리면.
안 본부장: 너도 검찰 수사관이 왔어? 누구한테 걸리냐.
직원A: 그니까 혹시라도 본부장님 살려주셔야 돼요.
안 본부장: 대표님이 다 책임지는 것이지.
무료 골프 기록을 삭제에 대해 우려하는 직원
이 씨와 안 씨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수정·삭제해도 기록이 남는 전산실 자료를 직접 손대지는 못하고, 대신 따로 허위 문건을 만들어 감사실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미 감사실도 기초 사실을 파악하고 조사에 돌입한 상황이라 속일 수는 없었다. 감사실은 전산관리 업체를 통해 무료 골프 리스트를 직접 받아 갔고, 허위 문서에 나온 인물에게 직접 확인 전화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경찰은 전산실 자료를 압수수색해 원본을 복사해 갔다.

정상적인 무료 골프라면 왜 삭제하려 할까


골프장 측에서 이렇게 군사작전 하듯 자료를 조작하거나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은 무료 골프 제공이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코스카CC 요금규정에는 '그린피 및 카트비 면제는 연단체에 한한다'고 적혀있다. 대화 내용을 보면 본부장이었던 안씨 역시 이런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안 본부장: 그게 많냐. 그렇게 많지 않을 걸
직원A: 의외로 많아요. 왜냐면 그게 1인 면제도 있고 2인 면제도 있고 전체 면제도 있고 이게 많거든요.
안 본부장: 1인 면제 2인 면제, 그런 것은 (감사실도) 못 찾는다.
직원A: 근데 거기서 우리가 그걸 쉽게 찾아내기 위해서 연단체라고 옆에다 (연단체라고 표기를 한다.) 연단체가 면제되는 게 있잖아요.
안 본부장: 그 1인 면제 2인 면제 이런 걸 다 연단체로 보내버리면 되잖아요. 1인 면제 2인 면제는 우리가 그냥 소명하면 되잖아. 연단체라고.
지인 무료 골프 기록을 규정상 가능한 '연단체'로 수정하라는 지시 내용
검찰이 골프장의 입장을 수용해 무료 골프 제공을 '경영상 판단'이라고 본 것은 이런 정황 증거와 명확히 배치된다.  영업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면 굳이 불법이 될 수 있는 자료 수정·삭제를 지시하고 감사를 방해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증거 조작과 인멸 지시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한 법조인은 "공짜 골프 제공이 영업상 필요와 연관이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검찰이 의지가 있다면 무료 골프를 친 사람들을 확인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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