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김창완의 '나는 지구인이다' 쇼케이스가 열렸다. 뮤직버스 제공"사실 매일매일 저도 어제의 내가 아니길 바라요. 진짜 '우일신'(날로 새롭게 하라)의 자세로 살고 있는데 마음만 그렇지 구태를 벗어던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지구인'을 만들 때만 해도 내가 뭘 더 내려놔야 노래가 나올까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뭘 더하려고 한 게 아니고, 내가 지금 가진 욕심이나 도그마(독단적인 신념)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게 제가 간절히 바라는 거죠."올해로 데뷔 만 46주년이 된 가수 김창완이 새로운 독집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매했다. "나는 지구인"이며, "지구에서 태어났다"라는 것을 문득 깨달은 어느 날 떠오른 네 마디를 가지고 시작한 노래였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벨로주 홍대에서 김창완의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발매 기념 쇼케이스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나는 지구인이다' 음원을 들은 후, 김창완의 연주와 노래가 이어지는 구성이었다. 김창완은 '월광'을 기타로 연주했고, 이후 기타를 치면서 '둘이서' '식어버린 차' '시간' '이쁜 게 좋아요'를 불렀다.
새 독집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는 2020년 낸 '문'(門) 이후 3년 만의 앨범이자, 그가 서른 살 되기 직전인 1983년에 낸 '기타가 있는 수필'의 연장선상에 있는 앨범이다. 고래 레코드 김경진 대표는 "이번 앨범 기본 콘셉트는 '기타가 있는 수필 2'를 의도한 앨범"이라며 타이틀곡 '나는 지구인이다'를 두고 "어쿠스틱한 곡 아니고 아주 친근한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신스팝 곡"이며 "중독성이 굉장히 강한 노래"라고 소개했다.
김창완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월광' 연주를 시작으로 다양한 곡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뮤직버스 제공신곡 '나는 지구인이다'는 전자음악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복고풍 정서의 신스팝으로, 지금까지 김창완이 발표한 곡들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한 번뿐인 우리의 삶을 찬미하는 노래"라는 설명이 붙었다.
김창완은 "가수 생활을 오래 했는데 너무 동어반복 하는 게 아닌가, 내가 한 말에 내가 갇혀 사는 것 아닌가 이런 반성을 했다. 그러면서 뭔가 좀 변화된 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방법이 있나요? 간간이 곡을 발표도 했는데 사실 요즘 뭐 K팝 열풍이라 해도 저희 같은 가수들한테는 진짜 희미한 무대 밑 조명도 잘 안 비쳐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세상이 정말 험한데 갈수록 뮤지션으로서도 무력감을 느끼고 어떻게 보면은 참 나약하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던 와중이었다. 그냥 제목 그대로 환경 문제도 많고 전쟁의 고통, 실시간으로 이렇게 소식이 오는 게 어떻게 보면은 참 잔인하기까지 하더라. 그런 환경에서도 무력감을 느끼니까 심지어 뭐 죄책감도 들고 형편없는 거다"라고 털어놨다.
"'나는 지구인이다' 그랬는데 '아, 여기서 태어났지?' 하는 생각이 진짜 어느 새벽에 문득 떠오르더라. 그래서 그 주제를 물고 며칠 지냈다"라는 김창완은 '나는 지구인이다' '지구에서 태어났다' '지구에서 자라나고' '여기서 어슬렁댄다' 네 마디를 갖고 집에서부터 팔당대교까지 흥얼거리며 자전거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김창완 새 앨범 '나는 지구인이다' 전 곡 음원은 24일 공개된다. 뮤직버스 제공집에 돌아오면서 만든 '라라라라라' 후렴구까지 해서 키보디스트 이상훈에게 보냈는데, "테크노 팝처럼" 만들어서 돌아왔다고 김창완은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 두어 차례 공연에서 인사 겸 불러봤다. 그랬더니 좋아라 하시더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쇼케이스에 앞서 이날 공개방송에서 처음 '나는 지구인이다'를 불렀다는 김창완은 "아침부터 우울한 얘기하기도 그렇고 해서 행복하게 지구인으로 살아갑시다 그렇게 해서 만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리뷰에 '왜 이렇게 노래가 슬퍼요?'라고 하더라"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 지구인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쩌면 벅차기도 하고, 그리고 제가 누누이 일상에 대해 말하는데 사실은 너무나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이 일상이 뒤집어 보면 기적 같은 나날들 아니겠나. 그런 것들에 대해 마음이 화들짝 깨어난다고 할까. 꽤 익숙해질 만한데, 저절로 굉장히 먹먹해지더라. 저는 상당히 기쁜, 벅찬 감정이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기타가 있는 수필' 앨범을 발매했던 1983년과, 2023년인 지금 달라진 점이 있는지 반면 또 변하지 않는 점이 있는지 질문이 나오자, 김창완은 "40년 전에는 굉장히 용감했던 것 같다. 진짜 음, 감히 뭐 고등어를 가사로 넣는다든지, 아까 '둘이서' 다음에 불러드린 '식어버린 차' 같은 것들을 진짜 클래식의 크 자도 모르는 상태에서 과감하게 그런 연주를 해 본다든지, 저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른다. 그만큼 용감했다. 근데 지금은 '월광'을 좀 안다고 할 만큼 여러 가지로 익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늘 초조하고"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내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은 (1983년에) 수필집을 만들 때는 7시간 만에 마스터를 끝냈다. 3시간 반 동안 노래하고 반주하고 그다음에 3시간 반 동안 오버 더빙해서 마스터 테이프를 갖고 나왔다. 그게 바로 판이 된 거다. 이번 앨범은 그때보다도 시간이 더 짧았다. 거의 5시간 만에 제 작업은 다 끝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거는 변하지 않았다"라고 부연했다.
김창완이 팬클럽이 준 플래티넘 디스크 모형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뮤직버스 제공"왜 그렇게 작업을 했냐면요. 그 당시에는 투트랙으로 레코딩을 하는 거기 때문에 아예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하고 이래야 돼서 그렇게 하면 돈도 많이 들고 그러니까 웬만해서는 '안 틀려야지' '시험 100점 맞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예요. 요새는 안 그래도 되는데 왜 그렇게 했냐면요. 사실은 음악이라는 게 그… 사라지는 거잖아요. 저는 음악이 사라져서 너무 좋아요. (아까) 이렇게 부른 노래 다 없어졌잖아요. 이것처럼 아름답고, 이렇게 명징한 아름다움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이 왜 좋아요?' 그러면 지금 요새는 주저 없이 '사라져서 좋다'고 해요. 그런데 그 사라짐을 갖다가 담으려면 이게 여러 번 오버 더빙하고 뭐하고 뭐하고 하면 그 사라지는 순간 같은 것들이 자꾸 벽돌처럼 박혀요. 저는 그게 귀로 들려요. 요즘에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노래가 많아요. 그래서 귀에서 서걱거리는 노래들이 참 많답니다. 그게 싫어서 어색하고 틀린 부분도 있고 그래요. 그런데 그 사라지는 소리가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녹음을) 오래 할 생각을 안 해요. 대답이 됐습니까?"본업인 가수뿐 아니라 연기자와 라디오 DJ 등 다양한 분야에서 쉬지 않고 오랫동안 활동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거의 하루하루가 똑-같다"라고 한 김창완은 "수십 년 해 온 노래 또 하네, 저도 그렇게 느끼는데 들으시는 분들이야 오죽하겠나. 40~50년 노래 듣고들 계시는데 아직까지도 저도 물리는 노래를 안 물려 하시는 분들이 정말 고맙다"라고 답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해서 라디오 방송 오프닝 쓰고 방송하고 종종 녹음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잠시 읊은 김창완은 "옛날같이 술을 많이 안 마시는데도 시간이 없다"라고 너스레를 떤 후 "근데 그렇게 지겹도록 똑같은 일상이 저한테 진짜 큰 기둥이다. 저의 일상을 지켜주는 게 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라디오 방송 제작진과 청취자, 공연장에 찾아와 주는 팬들에게 특히 고마움을 표했다.
김창완의 '나는 지구인이다' 앨범은 내일(24일)부터 음악 사이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며, 무선 통신 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를 활용한 카드 앨범과 CD, LP로도 발매된다. 김경진 대표는 NFC 앨범과 CD는 12월 중순, '기타가 있는 수필'과 '나는 지구인이다'를 함께 담은 LP 박스 세트가 내년 봄에 각각 출시 예정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