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4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NCT 127의 세 번째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유니티' 3회차 공연이 열렸다. NCT 127 공식 트위터데뷔 6년 만인 지난해 10월, 많은 가수가 '꿈의 무대'로 손꼽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네오 시티 : 서울 - 더 링크 플러스'(NEO CITY : SEOUL - THE LINK +)를 치렀던 그룹 엔시티 127(NCT 127)이 이번에는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으로 왔다. 2019년 첫 번째 단독 콘서트 '네오 시티 : 서울 - 디 오리진'(NEO CITY : SEOUL - The Origin)을 열었던 장소였다. 4년 만에 돌아온 NCT 127은, 그간 쌓인 더 많은 곡과 무대를 선물했다.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네오 시티 : 서울 - 더 유니티'(NEO CITY : SEOUL - THE UNITY) 3회차 공연이 열렸다. 오후 4시가 되자마자 장내가 어두워졌다. 가로 60m, 세로 14m 규모의 대형 LED 스크린에 인트로 영상이 등장했다. 키보드의 '엔터'(Enter) 버튼을 누르자 관객석을 메운 NCT 127 응원봉에 형광 연두색 불빛이 들어왔다. '더 유니티'의 시작이었다.
이날 공연의 첫 곡은 '펀치'였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오프닝은 정규 2집 리패키지 타이틀곡 '펀치'(Punch)였다. 2020년 5월 발매된 '펀치'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시기와 겹쳐 팬들 앞에 자주 선뵈지 못한 곡 중 하나였다. '펀치'의 전주가 흐르자, 관객석의 함성이 커졌다. 커다란 삼각형을 가운데에 두고 양쪽을 사다리꼴로 처리한 독특한 구조의 거대 화면 안에는 마치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의 영상이 나왔다.
다음은 미니 4집 타이틀곡 '슈퍼휴먼'(Superhuman)의 도입부 '예~ 슈퍼휴먼'이라는 가사가 나오자, 관객석은 다시 한번 달아올랐다. 앞 무대는 약과였다는 듯, 폭죽과 화약을 아낌없이 써서 화려한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 곡은 정규 4집 리패키지 타이틀곡 '에이요'(Ay-Yo)로, 역시나 고난도의 안무와 묵직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달리는 곡'이었다.
이번 공연에는 가로 60m, 세로 14m의 대형 LED 화면이 마련돼 있었다. 가운데가 세모 모양인 점이 눈에 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네 번째 곡이 되어서야 잠시 숨 돌릴 틈이 생겼다. 정규 4집 수록곡 '불시착'(Crash-Landing)과 정규 5집 수록곡 '무중력'(Space), 정규 4집 수록곡 '타임 랩스'(Time Lapse)는 모두 알앤비/소울 장르로 조금 더 여유롭게 천천히 즐길 수 있는 곡이었으나, 스탠딩 마이크를 이용해 가창에 집중한 '불시착'을 제외하고는 두 곡 모두 충실한 안무가 뒷받침돼 있었다. '무중력' 무대 때 멤버들은 관객석에 가깝게 걸어서 이동하도록 만든 돌출 무대로 이동해, 둘씩 짝지어 안무를 선보였다. '타임 랩스'에서는 후렴구의 웨이브 안무에 호응이 뒤따랐다.
일곱 번째 무대는 정규 4집 리패키지 수록곡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摩天樓; 마천루)였다. 태용과 마크처럼 평소 랩을 주로 해온 멤버뿐 아니라 재현과 해찬 등 여러 멤버가 돌아가면서 각자만의 개성이 담긴 래핑을 이어간다는 게 특징이었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폭풍 같은 랩이 발군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유려한 보컬도 일품이었다.
'더 유니티'에서는 다양한 무대 구조물과 장치가 등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더 유니티'는 멤버들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무대로 꽉 채운 공연이었다. 앙코르 전 본무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세트 리스트는 총 7구간이었지만, 특징으로 분류하자면 크게 3가지였다. 팀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네오'(neo)와, 보컬 역량을 집중한 '남성 중창단', 모두가 떼창하며 만끽하는 '노래방 시간'까지 레퍼토리가 다채로웠다.
전반부보다는 뒤로 갈수록 어떤 기준으로 노래를 골랐는지가 비교적 선명하게 나타났는데, '소방차'(Fire Truck)와 '싯 다운!'(Sit Down), '체인'(Chain)의 한국어 버전과 '체리 밤'(Cherry Bomb) 매시업은 대놓고 '불을 지피는' 구간이었다.
NCT 127 도영. SM엔터테인먼트 제공NCT 127 마크. SM엔터테인먼트 제공데뷔곡인 '소방차' 무대 때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로 긴장감을 조성했고, 콘셉트에 맞춰 커다란 차량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멤버들이 소화기처럼 흰 연기를 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시즈니 혼날 준비 됐어?" 하는 멘트로 시작한 '싯 다운!' 무대는 NCT 127이 '힙합'을 하는 그룹이라는 점을 상기했으며, '체인'과 '체리 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매시업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난해하다는 평 속에서도 스타일리시한 '네오' 계열 노래로 팬들에게 사랑받은 '사이먼 세이즈'로 시작해, 누워 있다가 잠에서 깬 상황에서 시작돼 뮤지컬적인 퍼포먼스를 꾸민 '테이스티'(Tasty)에 이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한층 더 웅장해진 '페이보릿'(Favorite)(뱀파이어)(Vampire)이 차례로 나오는 구성을 통해, NCT 127의 '네오함'이 무엇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NCT 127 유타. SM엔터테인먼트 제공NCT 127 재현. SM엔터테인먼트 제공'윤슬'(Gold Dust) '신기루'(Fly Away With Me) '소나기'(Misty) '별의 시'(Love is beauty)는 NCT 127에게 붙는 애칭 중 하나인 '남성 중창단'의 면모를 보여주는 선곡이었다. 그중 태용과 마크 랩이 추가된 '신기루'는 이번 콘서트에서 '연출'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였다. 얇은 천이 하늘에서 내려와 신비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내내 유지됐는데, 오롯이 노래 감상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가 잘 통했다고 보인다. 또한 위와 아래를 각각 별빛과 수조처럼 꾸며 하나의 설치 미술을 보는 듯했다. 피아노가 강조된 편곡이 듣기 좋았다.
'불시착' 때는 멤버들이 빛을 통과할 때 반사 효과가 강해서 마치 다른 차원에 들어서는 느낌으로 표현됐다. '마천루' 때는 계단 구조물의 높낮이를 다르게 두어 슬로우를 건 듯한 효과가 났으며 안무 타이밍과도 잘 맞아 흥미롭게 지켜봤다. '테이스티'는 돌출 무대 중앙의 장치와 의자, 스카프 등의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파워풀함과 관능미를 부각해, '퍼포먼스' 완성도 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다.
NCT 127 쟈니. SM엔터테인먼트 제공NCT 127 정우. SM엔터테인먼트 제공가창력과 퍼포먼스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NCT 127인 만큼, 숨 돌릴 틈도 없이 빽빽하게 채운 세트 리스트에서도 '라이브 듣는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 '라이브' 면에서 기억에 남는 무대는 도입부 폭발적인 래핑으로 확 집중시켰던 '스카이스크래퍼', 데뷔 7주년을 맞은 NCT 127의 능숙한 완급 조절이 백미였던 '주느세콰'(Je Ne Sais Quio), 힙합 스타일의 랩과 축제 분위기를 표현한 밝고 산뜻한 보컬이 잘 녹아든 '퍼레이드'(Parade)(행진)이었다.
'같이 즐기자'고 여러 차례 권유한 멤버들이 가장 기다렸던 구간이 아닐까 싶은 '노래방 시간'은 '더 유니티'의 하이라이트 그 자체였다. NCT 127의 존재를 가장 널리 알린 곡인 '영웅'(英雄; Kick It)에서 시작해 '질주'(2 Baddies)를 거쳐 최신 타이틀곡인 '팩트 체크'(Fact Check)(불가사의; 不可思議)로 마무리되는 구성이었다. 폐활량이 염려될 만큼 '빡센' 구간이었지만 멤버들은 추임새와 애드리브로 흥을 돋웠으며,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신나는 떼창과 응원으로 멋진 합을 이뤘다. 마크는 이 구간을 언급하며 "우리는 약간 하나였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NCT 127 태용. SM엔터테인먼트 제공NCT 127 해찬. SM엔터테인먼트 제공모든 무대에서 핸드 마이크를 썼던 '남성 중창단' 구간뿐 아니라 '더 유니티' 공연 전체적으로 음향 수준이 좋아 라이브감이 더 생생히 다가왔다. 다만 '신기루'와 '소나기'에서는 반주 음량이 커서 일부 멤버들의 목소리가 원활히 전달되지 않아 아쉬웠다. 70년대의 재지한 감성을 펑키 업템포로 재해석한 '디제이'(DJ)는 NCT 127가 넓은 장르 소화력을 알 수 있는 곡이지만, 읊조리거나 속삭이기도 하면서 힘을 풀고 편안하게 가창하는 곡이기에 콘서트에서 곡의 강점이 100% 표현되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정말 형 존재의 큼(커다람)을 다시 느꼈고, 여덟 명이 구멍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하면서 이 무대를 만들었다"라고 유타가 언급하기도 했지만, 현재 메인 보컬 태일은 건강 문제로 활동을 쉬는 중이라 콘서트에 불참했다. 도영·해찬·유타·정우·재현·쟈니·태용·마크 등 멤버들이 돌아가며 태일 파트를 나눠 소화했고, 각자 최선을 다했다. 'NCT 127스러움'이 어느 때보다 강조된 이번 공연에 태일이 빠진 점은 큰 아쉬움이지만, 동시에 태일이 합류해 '9인 완전체'가 만들 '더 유니티'는 어떨지 궁금증과 기대가 생긴다.
전일 전회차가 일찌감치 매진된 NCT 127 '더 유니티' 공연은 회당 1만 명의 관객과 함께한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더 유니티'는 멤버들의 실력, 대표곡과 신곡은 물론 팬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했다는 세트 리스트, 초대형 화면과 고품질의 음향, 아낌없는 호응으로 공연에 활기를 더한 팬들이 완성한 흥미로운 공연이었다. 2016년 데뷔한 후 '네오'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착실히 디스코그래피를 쌓아온 NCT 127이 어떤 팀인지 다시금 새길 수 있는, 'NCT 127의 집약체'다운 공연이었다.
리더 태용은 공연을 마치고 나면 30분 동안 '더 좋은 공연을 위해' 타이밍을 놓쳤거나 틀린 점을 이야기하는 '노트' 시간을 마련하는데, 이번 '더 유니티' 1~2일차에는 "노트할 게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우리가 여기(체조경기장)서 처음 (공연)했을 때보다도 멤버들, 우리 127이라는 팀이 정말 많이 성장했다는 걸 많이 느꼈다. 여기까지 열심히 달려온 멤버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NCT 127은 오는 24~26일 3일 동안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남은 공연을 이어 간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유타는 "여기가 오늘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였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마지막 '영웅' 시작할 때부터 '팩트 체크' 끝날 때까지 여러분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엄청 힘이 됐고 남은 3일도 '아, 이거면 진짜 해낼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뭐든 괜찮으니 (오늘) 이 순간이 여러분들의 마음에 남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NCT 127은 앙코르 '엔젤 아이즈'(Angel Eyes) '낮잠'(Pandora's Box) '다시 만나는 날'(Promise You)까지 총 28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약 3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콘서트에는 엔시티 드림(NCT DREAM)과 엔시티 뉴 팀(NCT NEW TEAM), 방송인 조나단 등이 초대돼 자리를 빛냈다. 첫째 주 마지막 공연을 마친 NCT 127은 오는 24~26일 사흘 동안 2주차 공연을 잇는데, 세트 리스트가 약간 달라진다고 귀띔했다. 추가로 판매한 시야제한석까지 모조리 매진된 이번 공연을 통해 NCT 127은 회당 1만 명씩 총 6만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