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한국'. 2019 강운구. 뮤지엄한미 삼청 제공 울산 반구대 암각화 속 고래는 왜 세로로 서 있을까. 50여 년 전 신문에서 사진을 접한 이후 품었던 궁금증은 오래도록 풀리지 않았다. 결국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강운구(82)는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섰다.
2017년부터 총 8개국, 30개 사이트를 답사했다. 울산 반구대는 7번 방문했고 파미르고원, 텐산산맥, 알타이산맥에 걸쳐 있는 중앙아시아 4개국(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과 러시아, 몽골, 중국의 광범위한 지역을 아울렀다.
오는 22일 서울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개막하는 '암각화 또는 사진'전은 이러한 끈기와 인내의 결과물이다. 5천 년 전 사람들 생활상을 담은 암각화 사진 150여 점을 공개한다.
반구대 암각화를 찬찬히 뜯어보면, 수평으로 있는 고래는 죽은 것이고 수직으로 서 있는 고래는 살아 있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뭍짐승은 수평으로 있으면 살아 있는 짐승이고 수직으로 서 있으면 죽은 짐승이다.
'사르미시사이, 우즈베키스탄' 2018 강운구. 뮤지엄한미 삼청 제공 강운구 작가는 21일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당시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수평과 수직으로 구분해 표현했고 고래 같은 물짐승과 뭍짐승에서 수직과 수평의 개념이 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5천 년 전 사람 1천 명을 만났다"며 "암각화에 대한 눈이 뜨여 반구대의 서 있는 고래를 이해하고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낸 만큼 이쯤에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시에서 암각화는 흑백 사진, 현대인의 삶과 풍경은 컬러 사진으로 보여준다. 바위의 파티나(표면의 광물질이 배어 나와 녹스는 것)에 새긴 그 시절 천재 화가들의 암각 솜씨와 함께 찬란한 대자연의 풍경은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하다.
작가는 "자기가 경험한 것을 그린다는 점에서 암각화는 고대의 사진이라고 볼 수 있다"며 "러시아어가 서툴다 보니 지명만 겨우 알고 답사 지역을 찾았지만 여행은 매우 즐거웠다"고 회고했다.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작가는 1966년부터 75년까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다가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사진집 '내설악 너와집' '경주 남산' '강운구 사진론' 등을 출간했다.
이번 전시와 연계해 사진집 '암각화 또는 사진'이 발간됐다. 12월 9일에는 강운구 작가와 함께 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한다.
아르파우젠, 카자흐스탄. 2018. 강운구. 뮤지엄한미 삼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