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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 맥주 '방뇨' 사건과 중국의 언론통제[베이징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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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중국 주요 언론에서 찾아보기 힘든 칭다오 맥주 방뇨 사건
중국 언론 속 칭다오 맥주는 외주업체 직원의 일탈 피해자
총리 역임한 리커창 추모 열기도 언론에는 찾아볼 수 없어
체제 유지 위해 언론 통제하는 중국…국민 불만은 쌓여가

칭다오 맥주 3공장에서 원료에 소변보는 작업자. 홍성신문 캡처칭다오 맥주 3공장에서 원료에 소변보는 작업자. 홍성신문 캡처
최근 평소 알고지내던 중국 관영매체 소속 한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칭다오 맥주 방뇨 사건에 대한 그의 의견을 물었다.

그런데 그 기자는 대수롭지 않다는듯 맥주 원료에 오줌을 눈 외주업체 직원이 공안에 체포됐고, 법적 처벌을 받을 예정이니 사건이 일단락 됐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세계 많은 언론에서 관심을 가진 사건인데 후속 조치가 미비한 것 아니냐고 되묻자 그는 "당국에서 조치할 것"이라고 짧게 답할 뿐 더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그 기자의 말처럼 중국 언론에서 칭다오 맥주 방뇨 사건은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다.

또, 관련 영상이 처음 소셜미디어(SNS)에 올라가자 일부 매체가 이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기는 했지만 인민일보 등 주요 관영매체는 해당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영방송 CCTV는 SNS를 통해 사건이 알려진지 이틀이 지난 뒤인 지난달 23일 다른 매체가 보도한 해당 사건의 내용을 간단히 전한 뒤 후반부에 이런 설명을 달았다.

"칭다오 맥주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인 변화와 개선을 통해 회사의 주요 생산 장비는 국제 선진 수준에 도달했으며 원자재, 공정, 기술, 운영 절차 등의 관리 및 통제를 강화해 식품 안전과 높은 제품 품질을 실현했다"

맥주 원료에 방뇨를 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도 의아한데, 방뇨 사건을 다루는 기사에 오히려 '식품 안전을 실현했다'고 추켜세우는 내용이 포함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렇게 중국 언론 속에 칭다오 맥주는 한 외주업체 직원의 일탈로 엄청난 피해를 본 피해자일 뿐이다. 그동안의 허술한 식품 안전 관리를 지적하고, 파헤쳐야 할 언론이 없다보니 생긴 일이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는 중국 당국이 해당 사안이 크게 확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당국의 통제를 받는 중국 언론매체들도 이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이같은 언론통제는 일상적인 일이다. 최근에는 지난 3월까지 10년간 권력서열 2위인 중국 국무원 총리를 지낸 리커창 전 총리의 사망에 대한 추모 열기가 당국의 검열로 언론매체에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리 전 총리의 영결식이 열리지 전까지 그의 업적이나 생애를 다루는 보도 하나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중국 최고지도부가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리고 언론매체와 기자들 역시 이같은 언론 통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듯 하다.

중국언론인협회는 최근 제33회 중국저널리즘대상 수상작을 발표했는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명화를 그리기 위한 10년간의 노고와 노력-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즈음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집권기록" 등 체재 선전 보도가 대부분이다.

중국 공산당은 14억에 달하는 인구를 가진 인구대국이자 56개 소수민족을 거느린 다민족 사회인 중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한다는 명분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서 벌어지는 이같은 상황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언론 통제는 체제 유지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눈뜨고 정보를 통제 당하고 있는 국민들의 불만은 계속 쌓여갈 수밖에 없다.

언론을 동원해 칭다오 맥주 방뇨 사건을 외주업체 직원의 단순 일탈로 마무리 짓는다고 중국 국민들이 예전처럼 칭다오 맥주를 즐겨 마실지는 의문이다.

또, 리 전 총리 추모 열기가 더 확산되는 것은 막았지만 "양쯔강과 황허는 거꾸로 흐를 수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 등 그가 남긴 말의 의미를 곱씹는 국민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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