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민소운 기자핼러윈 데이를 앞둔 28일 밤 이태원에는 화려한 코스튬과 엄청나게 붐비는 인파는 없었다. 매년 핼러윈 데이를 즐기기 위해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서울시 열린데이터 광장에 따르면, 오후 11시 기준 이태원에는 8000~8500명의 인파가 몰렸다. 평소 금요일보다 오히려 인파가 줄었다는 인상도 들었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민소운 기자
지난해 참사가 일어난 곳에는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란 벽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포스트잇에 추모의 글을 적어 붙였고, 앞으로 추모객들이 놓고 간 꽃과 음료 등이 놓여 있었다.
한 추모객은 벽에 붙은 추모 글을 하나하나 읽더니 이내 소주를 들고와 잔을 올리고 헌화를 하기도 했다.
핼러윈 데이를 맞아 코스튬을 차려 입은 사람도 드물었다. 대부분 평상복 차림으로 일행들과 삼삼오오 모여 걸었다.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핼러윈 기념 장식들도 가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태원을 찾은 김모(33)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사람이 적은 것 같다"며 "코스튬을 입은 사람을 한 번도 못 봤다. 오늘은 그냥 조용한 곳에서 먹고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함께 걷던 노모(24)씨는 "이태원에 오니까 마음이 무거운 게 있는 것 같다"며 "오늘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놀랐다"고 했다.
간만에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술집을 운영하는 A씨는 "평소 핼러윈에 비하면 사람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며 "오늘은 평일보다 더 없다. 많이 안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심각하게 사람이 없을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외진 골목에서 술집을 하는 B씨는 "차라리 할로윈 때 문을 닫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며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용산구청과 경찰, 소방, 교통공사 등은 다음달 1일까지 3575명을 이태원 주변에 배치해 안전을 확보하고 통행을 관리하는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핼러윈' 성지가 된 홍대
대조적으로 서울 홍대 주변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태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붙은 안내문. 양형욱 기자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은 많은 인파가 몰림에 따라 9번 출구는 '출구 전용'으로 운영됐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직접 나와 사람들이 뒤엉키지 않도록 방향을 안내하기도 했다.
어울마당로에는 핼러윈의 상징인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심심찮게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게임이나 영화 캐릭터 분장을 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흥을 돋구었다.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어울마당로에서 게임 캐릭터 코스튬 복장을 한 시민. 양형욱 기자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앞에서 시민들이 영화 캐릭터 코스튬 복장을 한 코스튜머와 사진을 찍고 있다. 양형욱 기자
게임 속 캐릭터 코스튬을 입은 김모(40)씨는 "올해는 이태원 대신 홍대로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다"며 "지난해 참사가 있어서 올해는 나올 생각이 없었는데, 어린 친구들은 또 즐기고 싶어하는 것 같아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대 상상마당 인근에는 마포경찰서와 마포소방서, 마포구청 관계자 등이 함께 합동상황실이 설치하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다음달 1일까지 마포구청 직원 6백명, 경찰 1750명, 소방 3백명 등이 홍대 주변에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