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하는 촛불 뒤로 8명의 희생자의 사진이 놓여있다. 심동훈 기자형형색색의 차례 음식 옆에 맥주와 치킨이 놓였다. 언뜻 보기엔 생소한 조합이었다.
설날 당일인 17일,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광장에 위치한 이태원참사 분향소엔 특별한 차례상이 차려졌다.
차례상의 주인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8명의 전북 출신 희생자들이다. 음식 뒤엔 환하게 웃고 있는 그들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저마다 자녀의 이름을 부르며 분향한 유족은 생전 아이들이 좋아했던 음식에 젓가락을 놓았다. "OO이가 좋아했던 것"라며 치킨 위에 젓가락을 둔 유족은 그리운 듯 자녀의 사진을 손으로 쓰다듬기도 했다.
시민들도 저마다 마음을 전했다. 관광을 위해 한옥마을을 찾았던 관광객은 분향소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묵념을 하기도 했다.
치킨, 맥주가 놓인 차례상에 분향하는 유족들. 심동훈 기자
이날 유족들은 이태원참사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재차 높였다.
故문호균씨의 아버지 문성철씨는 "우리 아이들이 왜 길거리에서 이유없이 죽어야 했는지를 알고 싶다"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밝힌 이재명 정부 들어 진실규명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인원을 제대로 통제하고 소방이 응급환자들을 잘 처치했다면 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라며 "우리는 아이들을 잃었지만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4년 6개월이란 긴 시간동안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3월 12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향한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故이지현 씨의 어머니 장미라씨는 "참사 당시 소방 당국의 미비한 대응이 사망자를 늘렸다는 점 등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라며 "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 50명의 증인을 신청한 만큼 여러 의혹이 해소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례 이후 함께 음식을 나누는 유족과 시민들. 심동훈 기자
차례를 마친 유족들은 순서를 마친 후 함께 차례 음식을 나눴다. 이들은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시간"이라며 서로를 향해 새해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장미라씨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라며 "4년 반동안 어려움 시간을 보낸 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모이니 힘도 나고 위로도 된다"고 말했다.
故문호균씨의 아버지 문성철씨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피눈물이 날 듯 참담했던 유족들의 표정이 점차 편해지고 있다"며 "날씨도 좋아 우리 아이들 생각이 더욱 나는 날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지난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참사로 인해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현재 이들을 추모하는 분향소는 전국에 전북 전주, 한 곳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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