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KBL2023-2024시즌 프로농구가 개막한 첫 주말, 부산에 다시 상륙한 농구 열기는 예상보다 혹은 기대만큼 뜨거웠다.
전주를 떠나 새 출발에 나선 부산 KCC는 지난 22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무려 8780명의 농구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울 삼성을 106-100으로 누르고 개막 축포를 터뜨렸다.
개막 주간에 펼쳐진 경기에 8천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한 것은 2006년 서울 삼성과 부산 KTF(현 수원 KT)의 잠실 개막전(1만1848명)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관중 수만큼이나 전창진 KCC 감독의 유연한 리더십이 개막 첫 주말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KCC의 공격 전개 스타일은 예전과 달라졌다. 과거에는 세트 오펜스에서 골밑 중심 공격을 주로 했다면 이번 개막전에서는 공격 전환 속도가 매우 빨랐고 기회가 오면 얼리 오펜스를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KCC는 속공으로만 무려 19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들어 리그 전반적으로 외국인 선수의 유형이 조금은 달라졌다. 예전에는 정통 포스트 공격을 주로 하는 빅맨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개막 주간에는 리바운드를 잡자마자 드리블을 시작해 외곽에서 공격 전개를 돕는 외국인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명이 KCC가 새로 영입한 알리제 드숀 존슨이었다.
존슨은 KCC가 비시즌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최준용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둘 다 장신 빅맨이지만 드리블 기술과 스피드가 뛰어나 보다 빠른 공격 전개, 세트 오펜스에서의 파이브-아웃 등 최근 세계 농구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선수다.
전창진 감독은 변화를 받아들였다.
자신의 확고한 철학에 맞춰 팀을 운영하고 선수를 기용하는 감독이 있다. 반대로 선수단의 상황에 맞게 전술을 유연하게 맞춰가는 유형의 지도자도 있다.
지금까지 전창진 감독은 전자에 가까웠다.
KCC 알리제 존슨. KBLKCC 허웅과 정창영. KBL과거 원주와 부산 프랜차이즈 시절부터 전창진 감독은 철저하게 '확률 농구'를 추구했던 지도자다.
전창진 감독은 KCC가 정규리그를 제패한 지난 2021년 "난 감독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무조건 확률 농구를 했다. 우리 팀에 3점슛을 잘 던지는 선수가 많지만 이왕이면 높은 확률을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감독 입장에서 상대의 3점슛을 먼저 막아야 한다고 선수에게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여기서 그의 명확한 농구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확률 높은 '2점 농구'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수비 시에는 상대의 확률 높은 득점 구간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KCC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존슨과 최준용이 그 중심에 있었다. 전창진 감독은 개막전을 마치고 현장 취재진을 통해 최준용과 대화가 변화의 시작점이 됐다고 밝혔다. 선수의 의견을 수용하고 현 선수단에 가장 적합한 농구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농구 스타일은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 전개를 권장하고 더 많은 선수에게 공격 기회가 주어진다. KBL의 젊은 선수들은 이 같은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이 같은 스타일은 특히 공격적인 윙 자원인 허웅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게다가 트랜지션에 능한 송교창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KCC의 달라진 스타일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 KCC의 개막전은 이 같은 기대감을 고조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승부처가 되면 전창진 감독이 잘 구사하는 '확률 농구'가 빛을 발할 때도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되는 매치업이 있다. 오는 28일(토요일) 오후 2시 원주에서 펼쳐지는 원주 DB와 KCC의 맞대결이다.
DB 김종규와 강상재. KBL
'포인트포워드' 로슨을 영입한 김주성 감독의 DB는 개막전에서 고양 소노를 상대로 무려 110득점을 기록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DB는 파이브-아웃을 기반으로 상대 수비를 끌어낸 뒤 손쉬운 골밑 득점을 노렸고 수많은 오픈 3점슛 기회를 만들었다. 공수 전환 속도 역시 빨랐다. KCC와 승부에서 엄청난 화력전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