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카엔에서 재배된 '나츠카'는 고향기부금의 답례품 뿐 아니라 히라도시 세토우치시장 직판소에서 판매되기도 한다. 박정민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 일본 변방 '히라도시'가 일군 고향납세 '기적' ② 일본 히라도 답례품 '희소성, 차별화'로 승부수 ③ 국내 고향사랑기부제 선도 지역, 활성화 전략1 -전북 임실 '임실 치즈'로 기부자 마음 선점 ④ 국내 고향사랑기부제 선도 지역, 활성화 전략2 -경북 경주, 경기 가평·의정부를 중심으로 ⑤ 국내 고향사랑기부제, 제도 안착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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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도시는 규슈 북서부에 위치하고 쓰시마 난류의 영향을 받아 수많은 섬과 해안선을 따라 해양자원이 풍부하다. '수산왕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방어, 부시리, 만새기, 전갱이류, 갈치, 오징어, 문어, 소라, 성게 등 연간 풍부한 어개류와 어패류가 잡히고 있다. 연간 어획량은 8천~9천톤으로 금액은 평균 40억엔이다. 여기에 토양 조건도 좋아 쌀,감귤, 딸기, 아스파라거스, 감자 등 농산물도 생산되는 지역이다.
히라도시의 고향납세 답례품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상품의 우수성과 함께 제공 사업자들의 '개성 있고 독창적인 상품 개발력' 때문이다. 특히 타 지역에는 없는 본 재료를 바탕으로 가공품을 만드는 독창성도 큰 경쟁력이다. 단일 상품을 공급해야 하는 기존 상품 브랜드화 개념을 과감히 버리고 정반대로 '계절 한정 소량 다품목'이라는 단점을 희소가치화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의 선순환, 다각화로 경쟁력 확보
히라도시 중심부에서 울창한 원시림 사이로 난 굽은 길을 1시간 넘게 달려 이른 한 작은 어촌 마을.
잔잔하게 밀려드는 파도의 끝에 작은 모래 사장을 마주하고 있는 제조시설이 눈에 들어온다. 출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상큼한 내음이 후각과 미각을 자극한다. 상자에 노란색 오렌지를 골라 담고 택배 작업에 속도를 내는 손놀림이 분주하다.
히라도시의 대표 특산물이자 고향납세 답례품인 감귤류 '나츠카'를 선별하고 가공품을 만드는 젠카엔이다.
젠카엔은 '나츠카'를 다종 재배하고 있는 감귤농가로 히라도시 조용한 후미에 접해있다. 백사장과 낮은 산 등의 자연과 풍부한 일조량 일조량, 미네랄 가득한 바닷바람이 키워내 달콤한 맛이 유독 짙다.
젠카엔에서 재배한 나츠카는 여름 한 철 재배되기 때문에 재배기간인 6-7월 쯤에는 과일이다. 다른 기간에는 주로 음료나 마멀레이드 등 감귤 가공품으로 제조해 답례품으로 제공된다.
음료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물고기 먹이로 재활용되고 물고기 부산물은 다시 나츠카의 비료로 사용하는 선순환을 하고 있다.
젠카엔에서는 '나츠카'를 이용해 쥬스와 마멀레이드 등 가공품을 만들어 답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젠카엔은 지난 2013년부터 사카노수산이라는 양식업장과 제휴하고 있다. 나츠카 껍질 등을 먹고 자란 방어는 특유의 냄새가 없고 살이 탱탱해지고 개운한 뒷맛까지 풍기는 효과가 입증되면서 '나츠카 방어'라는 새로운 특산품도 탄생했다.
'나츠카 방어'는 이후 각종 방송매체에 소개될 만큼 인기를 얻었고 나가사키현의 경쟁력 있는 양식어종 만들기 추진 사업에도 채택돼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곤도 젠자부 젠카엔 사장이 지난 7월 초 과수원에서 수확한 '나츠카'를 모양과 크기별로 선별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정민 기자산과 바다의 산물이 서로 융합해 어디에도 없는 독자적인 상품으로 탄생했고 히라도산의 강점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곤도 젠자부 젠카엔 사장은 "히라도시 이곳은 나츠카가 잘 자랄 수 있는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고향세 답례품에 선정된 후 매출이 늘었다. 이 제도를 계속 유지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히라도시에서 생산된 답례품에 대한 지원책이 지속돼 충실한 답례품을 만들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히라도산만 취급하는 '히라도 세토 시장 협동조합'
히라도 세토 시장 협동조합. 박정민 기자히라도 중심부로 다시 차를 돌렸다. 푸른 해안을 배경으로 넓은 주차장과 홍보 깃발을 펄럭이는 건물이 서있다.
겉으로 보기엔 중소형 마트의 모양이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장을 보러 온 주민들과 지역 특산물을 둘러보는 관광객, 외지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히라도 협동조합인 세토시장이다.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히라도의 지리적 특성상 수협, 농협, 각종 상공단체 등이 함께하고 생산조합원들의 상품을 팔고 살 수 있는 '조합' 형태의 시장도 만들어졌다. 이곳은 히라도에서만 생산된 물품만을 취급하고 조합원들의 각종 농수산물, 생필품, 가공품은 물론 고향기부금 답례품도 유통되고 있다.
'히라도산, 혹은 히라도 시내 사업자의 상품만 판다'는 원칙과 어업인과 농업인기 가격을 매길 수 있도록 했다. 2011년 개설 당시 100여명의 조합원이 지난해 기준 424명으로 늘었고 어패류, 야채, 과일, 쌀, 정육 등의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지방술, 과자 등을 '철저한 히라도산'이라는 구호 아래 3천 종류 이상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세토시장에서 납품되는 답례품 역시 수십여 가지로 이 가운데 매일 히라도 근해에서 잡아들인 생선이 인기다. 생산자와 사업자가 고향납세에 물건을 내놓도록 하고 있다. 주문 알림이 오면 세토시장이 생산자에게 발주를 하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답례품으로 납품되고 있는 생선의 종류는 매일 바뀐다. 어부들과 해당 점포의 점원이 신선도를 점검해 생선의 비늘과 내장까지 처리해 기부자의 집까지 택배로 보낸다.
세토시장은 매일 어부들이 잡은 생선을 공급받고 시장 점원이 비늘과 내장을 처리해 5-6종류의 생선을 포장해 기부자의 집까지 택배로 보낸다. 박정민 기자 호리타테츠시 히라도 세토 시장 협동조합 과장은 "고향납세 제도는 답례품을 통해 전국에 지역의 매력을 선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그 답례품에 따라서 우선 히라도시에 흥미를 갖게 하고 실제로 관광객이 늘면 지역경제에 공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온 관광객들에게 할인 쿠폰 등을 발행하거나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된다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일본 히라도시의 고향납세 제도와 답례품 업체의 동반성장에는 긴밀한 '민관협력'이 핵심이다.
일본에서 고향납세 1위의 기적을 일군 구로다 나루히코 히라도시장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시도한 사업은 지역 현안이자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다비라항구 시사이드(sea side) 지역 활성화 사업'이다. 항만시설을 활용하는 사업인데 당시 다비라 항은 나가사키현이 관리하는 곳이어서 주차장 정비사업만 진행됐었다. 이후 건설과, 농림과, 수산과, 관광상공과 등 관계부서를 하나로 묶고 민간단체 등을 참여시켜 조합원을 모집하고 건물을 세우고 지금의 '히라도 세토 시장'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시청의 조직과 민간의 세력 다툼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사업이 지연됐지만 민간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방식으로 속도를 내어 2011년 히라도 세토 시장을 만들었다. 고향납세 제도와 답례품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관-민이 꾸준히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강원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