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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보선 참패로 드러난 與 민낯…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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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천' 원칙 대신 '꼼수 공천' 고민, 김태우 사면 뒤 '공천' 급선회
선거 전략 無…'윤심' 의존 공천, 양적 공세에 매몰
패배 '책임' 대신 지도부 '자리 보전' 초점…'쇄신' 목소리 실종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자가 지난 11일 저녁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선거사무소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현황표를 보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윤창원 기자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자가 지난 11일 저녁 서울 강서구 마곡동 선거사무소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현황표를 보던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윤창원 기자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기초단체장 1명을 뽑는 '미니' 선거였지만, 정치적 의미와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취약한 여당의 구조가 민낯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당초 공천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너무 쉽게 무너졌고, 그나마 무공천 방침의 이면에는 '탈당 뒤 무소속 출마'와 같은 변칙적인 전략들이 숨어 있었다.

패배의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는 방식 역시 쇄신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핵심 지도부 중 누구도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인사가 없고, 소속 의원 중 누구 하나 공개적으로 "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무원칙' 꼼수로 일관한 與…'무공천' 앞세우다 尹의 김태우 사면에 공천 선회


1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선거를 대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無)원칙'이었다. 초기 무공천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김태우 후보가 사면·복권되자 후보를 내는 것으로 선회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지난 5월 김 후보가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확정받으면서 보궐 사유가 발생하자 지도부는 후보를 내지 않는 방향을 염두에 뒀었다. 혹여 총선을 앞두고 패배라도 할 경우 지도부 흔들기 등 당 내홍의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당내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지표가 낙관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궐에 대한 귀책사유가 자당에 있을 때는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규가 있었기 때문에 명분도 존재했다. 국민의힘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궐위로 인한 보궐 선거 때, 귀책사유가 있는 민주당에서 공천한 것을 비판해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특히 당시 지도부 일각에서는 구청장 출마를 위해 일찍부터 강서구에서 활동하고 있던 인사가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패배할 경우 당이 책임질 필요도 없고, 무공천이라는 명분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무공천을 통해 이른바 '제3지대' 신당에서 자체적으로 후보를 낼 수 있는지, 낼 경우 신당에서 수도권 중도층의 표심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는지 등 여론을 파악해 볼 수 있는 시험대로 활용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집권 여당이었지만 강서구민들의 삶은 뒷전이고 정치공학적 계산기만 두들겼던 셈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에 김 후보를 포함하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통상 유죄 판결을 받은 자가 사면만 될 경우 피선거권은 10년 동안 제한되지만, 김 후보는 대통령이 복권까지 해주면서 바로 선거 출마가 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당 지도부는 이를 '윤심'으로 판단하고 공천으로 선회했다. 다시 김 후보가 나와야 할 명분이 부족했음에도 밀어붙였다. 사실상 공천 기준이 '민심'이 아닌 '윤심'에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를 3개월 만에 사면·복권해서 다시 선거를 뛸 수 있도록 만든 대통령은 물론, 이를 원칙 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한 당에게도 책임이 있는 셈이다.

무원칙 공천은 전략 부재로…패배 후에도 면피 급급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공천에 원칙이 없으니 제대로 된 선거 전략도 있을 수가 없었다.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불화도 끝내 잠재우지 못했다. 캠프는 유세 기간 내내 '윤심 팔이'와 '물량공세'로 이를 만회해 보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캠프를 당의 주요 중진 인사들로 채우고, 의원들 총동원령까지 내렸지만 면피성 움직임에 그쳤다는 평가다.

특히 김 후보 출정식 당일 현장에는 김기현 대표, 김병민·장예찬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권영세 의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정작 김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기도 전에 각자 일정을 위해 자리를 뜨면서 후보만 남는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등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거에서 패배한 뒤 보여준 당의 모습도 '면피'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이번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지도부들끼리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 '임명직 당직자 일괄 사퇴'로 국한시키거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사퇴 권고' 등 우회로를 찾는 방안만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잠시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은 될지 몰라도 패배에 책임을 지는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특히 김 후보의 공천을 두고 대통령실에 책임이 있는지, 이를 그대로 수용한 당에 책임이 있는지 등을 두고 '네탓 공방'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누가 대통령실의 의중을 당에 전달했고,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는 등 특정 인물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오는 13일 최고위원들과 일대일 면담 이후 혁신 기구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또한 구성원이 현 지도부의 연장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패배의 책임이 있는 측이 혁신을 주도한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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