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단의 가슴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와 인공기 배지가 달려 있다. 연합뉴스금지 약물 복용 문제로 '국기 게양 금지' 제재를 받았음에도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에 버젓이 인공기를 들고 입장한 북한 선수단. 그러나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북한의 처지를 감싸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OCA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항저우에서 인공기를 지지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로이터는 "북한이 세계 도핑 금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제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OCA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인공기를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23일 오후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북한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WADA는 지난 2021년 10월 코로나19 기간 중 북한 도핑방지기구가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적발했다. 이어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제외한 모든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북한의 국기 게양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북한이 이 제재를 풀기 위해선, 북한 반도핑기구 등에 대한 WADA의 감시단 현장 시찰 등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자국 유입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국경을 봉쇄했고, 이를 따르지 않았다.
게다가 2021년 도쿄올림픽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북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출전 정지 징계를 받고 2022년 말까지 국제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 시기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북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약물 검사를 진행할 수가 없었던 것.
WADA의 정기적인 약물 검사를 제 멋대로 건너뛴 북한 선수단이 3년 넘는 코로나19 기간 약물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황진환 기자
이 같은 WADA의 제재에도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버젓이 인공기를 펄럭이고 있다. 지난 23일 중국 항저우올림픽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에 7번째 순서로 출전한 북한 선수단은 대형 인공기는 물론, 입장한 선수단 모두가 소형 인공기를 들고 개회식장에 들어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선수촌 입촌식에서도 국기를 내건 북한 선수단은 탁구와 축구 종목 등에서도 인공기를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회를 주관하는 OCA는 어떤 입장일까.
로이터에 따르면, 라자 란디르 싱 OCA 회장 대행은 "OCA와 북한이 사정을 설명해 WADA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인공기는 휘날리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조사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의도는 모두가 대회에 참여하고, 참가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팬데믹 기간 특별한 문제가 있었다면, 우리는 그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북한의 처지를 두둔했다.
북한 선수단 숙소에 내걸린 인공기. 연합뉴스
WADA의 입장은 여전하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WADA는 북한이 여전히 도핑 방지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OCA도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고 표명했다"며 "OCA에 의무 사항을 상기시키고, 준수 절차를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입장을 알렸다.
그러면서 "북한은 계속해서 세계반도핑규약을 위반하고 있다. 모든 국제연맹과 OCA 등 주요 대회 기구는 북한의 미준수 결과를 통보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IOC 징계에서 풀린 북한은 이번 대회를 통해 5년 만에 국제 무대에 복귀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서 17개 종목에 185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