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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피해자 "돌려차기범 징역 20년? 그때 죽겠구나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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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과 연대, 지원 활동 계속 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화제를 좀 바꿔보겠습니다. 여러분 지난해에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기억하시죠? 바로 이 CCTV입니다. 귀가 중이던 20대 여성이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는데요. 갑자기 이 여성을 따라와서 무차별로 폭행을 하고 여성이 의식을 잃자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그 사건입니다. 심지어 둘 사이에는 일면식도 없었어요. 그래서 세상이 더 충격을 받았던 사건인데 어제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 사건의 가해자에게 징역 20년. 징역 20년, 10년간 신상 공개, 20년간 위치 추적 전자장치 부착, 이런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애초 수사에서는 성폭행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어요. 그랬다가 피해자의 끈질긴 추적과 언론의 관심으로 재수사가 이루어졌고 그러면서 성폭행 혐의가 추가가 됐던 그런 사건입니다.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끝난 지금 피해자의 심정은 어떨까요? 오늘 피해자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신원 보호를 위해서 익명으로 연결한다는 점 여러분 양해해 주시고요. 피해자님 나와 계세요.

◆ 익명>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제 대법원에서 징역 20년 확정 판결, 이 소식 딱 듣고는 어떠셨어요?


◆ 익명> 사실 굉장히 너무 많이 불안했는데 1년 4개월 동안 이 재판을 하면서 드디어 끝난 것 같아서 불행 중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많은 범죄 피해자분들이 이런 긴 싸움을 어떻게 감당하실까 통감하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라는 생각. 아니, 이거 굉장히 오랫동안 피해자가 뛰어다니면서 추적하고 이랬던 사건인데 그래서 좀 홀가분한 생각도 드셨어요? 어떠셨어요?

◆ 익명> 그래도 제가 이렇게 알려고 했던 것들이 결코 나쁜 결과를 나오게 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너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너무 다행이다 하면서도 좀 두려운 마음도 든다. 어제 그런 소감 밝히셨던데 그건 왜 그렇습니까?

◆ 익명> 이제 너무 정확하게 제 주소라든지 이런 거에 대해서 외우면서 보복을 다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 정말 진짜 보복을 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저는 이게 지금 형이 집행이 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20년 후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내가 이걸 피해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걱정해야 되는 순간이라서 그리고 마냥 달갑지 않고 그냥 아예 시작에 불과하다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그냥 우리 제3자 입장에서는 징역 20년 강간, 살인 미수 징역 20년 그러면 받을 만큼 받았네. 20년이면 진짜 감옥에서 그냥 한참 있다가 나오겠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다 전부인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 사람이 지금 32살이니까 20년 후면 52세네. 52살. 그러면 그때는 내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단 말씀이세요?

◆ 익명> 네. 일단 저는 물론 다른 범죄들에 비해서 많이 이렇게 형량이 나온 거에 대해서 다른 분들도 그렇게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양형 기준이라고 해서 많은 부분들에서 이제 가중돼야 되는 요소들이 굉장히 많단 말이에요. 그런데 계획적이거나 취약한 피해자를 고르거나 잔혹하거나 강도나 강간범이거나 아니면 중한 상해고 반성이 없고 유범이고 유기를 했고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많은 가중 요소들이 있었는데 그거에 비해서는 과소평가됐다라고 생각을 하고 초기 수사에서 성범죄와 관련된 체내 DNA를 채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합리적 의심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범죄에 대해서 약소 될 수밖에 없는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해서 이거에 대해서는 저는 과소평가가 되는 게 맞다고 저는 사실 생각합니다.

◇ 김현정> 사실 양형 기준이라는 게 있고 사실 모든 피해자가 나중에 이 가해자의 형량을 보고 만족한다라고 하는 경우는 없어요. 그건 감안을 하더라도 우리 피해자님이 이렇게 두려워하시는 이유는 제가 알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보복 범죄를 꿈꾸면서 피해자의 주소를 감옥에서도 달달달달 외우고 있다는 소식을 같이 구치소에 있던 사람한테 들으셨다는 거잖아요.

◆ 익명> 그렇죠.

◇ 김현정> 지난번 인터뷰에서 지금 그 얘기를 하셔갖고 제가 충격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구치소에 있는 동안 거기 있는 사람들한테 그 피해자가 이사 갔다는데 주소 좀 알아줄 수 없느냐 이렇게 물었다는 거죠?

◆ 익명> 아니, 아니요. 그런 것보다는 그냥 이미 파악을 하고 있었어요.

◇ 김현정> 이미 파악을 하고 있었어요? 이사 간 주소를?

◆ 익명> 네.

◇ 김현정> 그거 어떻게 알았대요?

◆ 익명> 전혀 모르겠고 가해자도 그거에 대해서는 어떠한 얘기도 조사에서 하지를 않아서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가장 추측하는 부분은 민사 소송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 김현정> 민사 소송할 때 거기에 주소가 노출됐을 수 있다.


◆ 익명> 그래서 제보하신 그 구치소 동기분의 얘기를 듣다가 저도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상한 집 주소에 대해서 혹시 거기 사시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걸 보고 진짜 나는 그 이후에 출소하면 그 사람에게 죽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인 거죠.

◇ 김현정> 이 사람이 출소하면 내가 이 사람 손에 죽겠구나라는 생각까지도 지금도 드세요?

◆ 익명> 당연하죠. 그래서 그냥 20년 뒤에 만약 죽는다면 어떻게 더 가치 있게 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그냥 피해자들과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지금 마음이 너무 안 좋은데 그 말씀을 들으니까. 일단은 마음 단단히 먹으시고요. 그런 일이 정말 없도록, 없도록 우리 사회가 그 보호망을 튼실히 해야죠. 제가 듣기로는 우리 피해자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런 일을 당한 피해자들을 돕는 일에 나서셨다는 게 맞습니까?

◆ 익명>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떤 일을 시작하신 걸까요?

◆ 익명> 일단 계속 SNS나 이런 데서 일반인 분들도 이 범죄 피해자에 관련돼서 공감하거나 정보를 얻으실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하고 있고 많은 분들이 그런 것에 공감을 하셔서 SNS로 자기가 이런 피해를 당했는데 너무 힘들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겠냐 이랬을 때 저랑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그런 경우도 있고 미디어와 연결해 드리는 경우도 있고요.

◇ 김현정> 일종의 상담소 역할을 하고 계시는 거네요.

◆ 익명> 네, 개인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얼마 전에 서울 신림동의 너클 성폭행 살인 사건. 왜 출근하시던 교사가 피해를 당한 그 사건의 범인이 최윤종 아닙니까? 실명이 공개됐어요. 최윤종. 그 최윤종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보고 범행 계획을 모방했다. 이렇게 진술을 했습니다. 이걸 피해자분이 들으시면서는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 익명> 사실 어느 정도 그 사건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다른 사건과 다르게 뭔가 싸한 느낌이 있었어요.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구속 송치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
◇ 김현정> 싸한 느낌이요?

◆ 익명> 네.

◇ 김현정> 최윤종 얘기 듣기 전에부터 그러셨어요?

◆ 익명> 네.

◇ 김현정> 왜 그러셨습니까?

◆ 익명> 뭔가 굉장히 유사하다, 패턴이. 유사하다라는 생각을 했었고 사실 어떤 다른 부위보다 머리를 가격했다. 이런 쪽에 있어서 뭔가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 CCTV 사각지대에 있어서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 기사가 나오기 전에도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기사가 나오고 나서 한 일주일 동안은 죄책감에 살았던 것 같아요. 그냥 내가 왠지 이런 거에 있어서 원인이나 어떤 시동을 건 게 아닌가라는 죄책감이 있었는데 그와 관련해서 신림동 공원 살해 사건 유가족이 또 연락이 오셔서요. 다행히 그런 거에 대해서 얘기를 하니까 아니, 전혀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고.

◇ 김현정> 죄책감 느끼지 마라.

◆ 익명> 가해자가 잘못한 건데 이거를 왜 피해자분이 그런 걱정을 하시냐. 이렇게 법 지식이 전혀 관련 없는 피해자 유가족분들도 저한테 위로를 해주시고 있어서 어떤 판사분이 돌려차기 사건을 담당하시는 재판부에서 모방 범죄가 우려가 되니 정유정 사건에서 재판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 자극적인 보도를 다 이렇게 얘기를 하셨는데 사실 언론 보도와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물론 이게 어떤 좋은 아이디어나 소스가 될 수 있어도 결국은 이걸 실행에 옮기려면 전과 18범이 얼마나 이게 허술했으면 아직까지도 이렇게 할까라는 메시지를 던져줬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 김현정> 오히려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말씀이신 거죠?

◆ 익명> 네, 그래서 이런 사건과 관련 없는 너그러운 양형 기준이 결국은 이 모방범죄를 나타나게 하는 제일 영향이 있었다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반성이나 인정이나 심신미약이나 초범이나 이런 것과 관련된 것들을 없애야 이런 모방 범죄와 관련돼서 많은 것들을 줄일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하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죄책감 느끼시면 안 돼요. 전혀 그러실 일이 전혀 아니라는 거. 그러니까 지금 너무 심리적으로 아직도 안 좋은 상황에서 최윤종 일까지 터져서 우리 피해자분을 더 어렵게 하는 건 아닌가, 저는 일단 그 걱정이 좀 들고 이제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졌습니다. 내려졌습니다. 얼른 일상으로 돌아가셔서 전처럼 밝고 건강하게 살아가실 수 있기를 저는 응원하겠습니다.

◆ 익명>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어려운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익명> 감사합니다.

◇ 김현정>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직접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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