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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사부 '봉테일'에게 유재선 감독이 배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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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잠' 유재선 감독 <제3장>
'잠'에 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 감독 편

영화 '잠' 유재선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잠' 유재선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봉준호 키드'
 
유재선 감독을 수식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이 별칭이다. 유 감독이 영화에 입문하게 된 이력은 그의 영화만큼이나 독특하다. 경제학도였던 유 감독은 대학교 때 수강한 문예 창작 강좌에서 처음으로 스토리 만드는 것의 매력을 발견했고, 군 제대 후 영화 동아리에 들어가 단편 영화를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만든 8편의 단편 영화 중 '영상편지'가 처음으로 서울 독립영화제와 인디포럼 영화제의 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이후 '부탁'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을 받았다. 이후 영화계에서 다양한 이력을 쌓은 유 감독은 '옥자'의 연출부로 봉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나 '봉준호 키드'라는 수식어를 얻은 건 단순히 이러한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수식어에 걸맞은 실력을 '잠'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 덕이다.
 
'봉준호 키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유 감독은 봉 감독으로부터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잠'에 활용했다. 과연 그가 봉 감독에게서 배웠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잠'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들어봤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데뷔작인 '잠'을 연출하면서 자신을 가장 괴롭혔고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영화를 촬영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이게 최선인가?'다. 이건 약간 후회하는 부분인데, 처음 몇 회차의 경우 배우들이 연기할 때 내가 보기엔 너무 훌륭하고 완벽해서 그냥 넘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케이를 빨리 부른 적이 많다. 그런데 촬영 회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느낀 건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는 거다. 그 이상도 있다는 걸 느꼈다.
 
이걸 깨닫고 나니 전 회차들의 가지 않은 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내가 놓친 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며 후회하게 됐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테이크를 가든 뭘 하든 이게 최선인지, 더 나아갈 수 있는지, 더 치열하게 할 수 있는지 되묻게 되더라.
 
▷ 유재선 감독을 이야기할 때 '봉준호 키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봉준호 감독의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웠던 것은 무엇이었나?
 
봉 감독님과 '옥자'를 2년 정도 함께했는데, 사실 그 당시에는 내 앞가림하기도 바쁘고 이 영화를 나 때문에 망쳐선 안 된다는 생각에 뭔가 배운다는 느낌을 받을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잠'을 하면서 내가 어깨너머로나마 봐 왔던 감독님 모습, 그러니까 프리프로덕션, 촬영, 후반 작업에서 하셨던 디렉션, 소통 방법을 굉장히 열심히 모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예를 들어서, 시나리오를 쓴 다음 캐스팅하고 투자가 되기도 전에 바로 콘티를 그렸다. 감독님이 그렇게 하시기 때문이다. 콘티를 기반으로 정말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촬영을 하신다. 콘티의 활용도가 높으셨는데, 나도 그런 모습을 많이 본받았던 거 같긴 하다.

유재선 감독이 직접 그린 '잠' 스페셜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유재선 감독이 직접 그린 '잠' 스페셜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내가 감독으로서 현장에 선다면 이런 감독이 되고 싶다 혹은 이런 원칙만은 놓치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바가 있었는지도 궁금하다.
 
'잠'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점은 난 봉준호 감독님만큼 천재는 아니라는 거였다.(웃음) 그렇게 무모하게 촬영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그렇게 배웠기에 당연히 영화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임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콘티뿐 아니라 현장감도 있고, 배우들도 다른 아이디어를 갖고 오고, 촬영 감독님도 세트나 배우의 동선에 따라 많은 걸 바꾸게 된다.
 
그걸 받아들이며 날이 지날수록 감독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봉 감독님은 본인의 천재성 때문에 그런 접근 방식이 가능한 거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세트장에 모인 사람들의 전문성과 천재성을 내 걸로 만들어서 좋은 영화로 버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웃음)
 
▷ 첫 연출작을 진행하면서 감독에게 가장 도전적인 지점은 무엇이었나?
 
사실 도전이 아닌 게 없었던 거 같다. 막연히 촬영장이 불안하긴 했다. 보통 데뷔하는 감독은 현장에서 가장 경험이 없다는 말이 있다. 완전히 정확한 말이기도 하다. 베테랑 배우, 베테랑 스태프 사이에서 내가 이 작품을 리더로서 잘 이끌 수 있을까, 내 비전을 잘 피력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있었다. 너무 운이 좋게도 정말 열정적이고 인성도 최고인 배우와 스태프분들을 만나서 첫날부터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잠'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를 마무리하고 나서 얻은 성취감은 무엇이었는지도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자랑스러운 점은 굉장히 많다. 자랑스럽지 않은 점은 없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최고의 역량을 다 넣어 만든 게 '잠'이라고 생각한다. 촬영, 사운드, 미술 등 모든 게 자랑스럽다. 다만, 내가 후반작업하고 영화제를 돌면서 영화를 아마 100번 넘게 봤을 거 같은데, 정말 이 영화 찍기 잘했다고 생각되는 점은 정유미, 이선균 배우의 명연기 아닐까. 특정 장면은 아직도 두 배우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두 분의 연기를 캡처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 다음에는 이런 이야기 혹은 이런 장르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해 본 게 있을까?
 
모든 게 처음인 내 입장에서는 다른 걸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데, 그런데도 몇 가지 영화 아이디어를 생각해 둔 건 있다. 하나는 재밌는 미스터리 범죄물을 만들고 싶어서 이야기를 개발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도 도전해 보고 싶다. 보통 이 이야기를 들은 영화인 친구나 제작사는 미스터리 범죄물을 하길 바라는 듯하다.(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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