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허위 인터뷰 의혹을 받고 있는 뉴스타파가 보도의 근거가 된 김만배씨와 신학림씨의 만남 당시 녹음파일과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 새로운 내용이 있나요?
◆권영철> 대장동 관련해서는 새로운 내용은 없었습니다. 뉴스타파의 지난해 3월 6일 보도도 기존의 언론보도에서 거론된 것이었지만, 김만배씨의 육성으로 들려준다는 사실이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녹취록에는 두 사람이 한국일보에서 근무하면서 알게 된 오랜 사이지만 십수년만에 만나서 대장동 얘기, 한국일보 시절 얘기, 가족얘기 등을 하는 내용입니다.
다만 박영수 변호사가 김만배씨에게 특검이 되고 싶으니 최재경 민정수석에게 부탁해 달라는 내용, 김만배씨가 최재경 수석을 '의형제'라고 하면서 만나서 박영수 변호사가 특검을 하고 싶어 한다는 얘기는 새롭게 보였습니다.
김만배씨는 윤석열 검사가 특검팀에 합류하는 걸 반대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2023.9.7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72분 대화' 음성파일 전체 공개> 내용 중 일부.
◇정다운> 쟁점 중 하나가 '윤석열 대통령이 조우형씨를 만났느냐' 아닙니까? 녹취록에는 어떻게 나오나요?
◆권영철> 지난해 3월 6일자 뉴스타파에 녹취록이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 2022.3.6 뉴스타파 [김만배 음성파일] 관련 보도 中 |
김만배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신학림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김만배 "응. 박OO (검사가) 커피주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물어보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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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니가 조우형이야?" 저 말을 윤석열 당시 검사가 했다는 건가요?
◆권영철> 이게 2011년의 상황과 2023년의 상황이 다르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합니다.
2011년 상황에서 김만배씨는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라고 했다고 말을 했습니다. 김만배 쪽 변호인이 '어디서 들었냐'고 물었더니 "조우형이가 대검 중수부에 갔다 와서 그러더라" 라고 했고, 그래서 '어디서 이런 말을 했다더냐' 라고 물었더니 "그건 물어보지 않았다"고 하더랍니다.
지금은 2023년 입니다. 윤석열 대검 중수부 2과장은 대통령이 됐고요, 김만배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에서 지금은 대장동 비리 의혹의 핵심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상황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만배씨는 최근 검찰 진술에서 태도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김씨의 변호인에 확인해보니 "제가 뭘 확인도 안 해보고 말 함부로 해서 죄송하다"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는 겁니다.
◇정다운> 조우형씨는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잖아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조우형씨의 2021년 11월 24일 검찰진술조서를 공개했습니다.
조우형씨는 '당시 대검 중수부에 출석할 때 진술인이 만난 검사는 박OO 검사뿐인가'라는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당시 대검 중수부에서 윤석열 중수과장을 만나거나 조사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니요, 없다. 저는 윤석열 검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기간 중에 "조우형 얼굴도 안 봤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비실명 성명에서 "조모씨는 부산 저축은행 수사 당시 윤석열 검사를 만난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부인했습니다.
다만 조우형씨의 현재 처지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인 조우형씨의 재산은 검찰이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추징보전했습니다. 검찰에 자주 불려가서 조사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뉴스타파 홈페이지 캡처◇정다운> 사실은 뭘까요?
◆권영철> 김만배씨의 말대로 윤석열 검사가 '니가 조우형이야' 라고 했다면, 그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은 박 모 검사와 조우형씨 뿐입니다.
조우형씨는 본적이 없다고 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김만배씨는 2011년 당시 조우형씨가 그렇게 말했다고 했지만, 최근 검찰조사에서는 말을 바꿨습니다.
다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과 관련된 일을 보면, "VIP가 격노하면서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는 말이 핵심 아닙니까? 그런데 국방차관이 장관은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말합니다.
대통령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면 사건 관련자들은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합니다. 진실이 뭔지는 언젠가는 밝혀지지 않을까요?
◇정다운>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다'는 부분은 어떻게 된 겁니까?
◆권영철> 일단 뉴스타파가 김만배 신학림의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그 어디에도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뉴스타파의 보도에도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사실관계를 정리하자면 조우형씨가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 중수부의 수사를 받게 됐고, 김만배씨에게 부탁해서 박영수 변호사를 선임합니다.
커피를 준 사람은 박 검사이지 윤석열 검사는 아닙니다. 박 검사도 이를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JTBC가 기사를 쓰면서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고 하면서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고 한 겁니다.
이 말이 아마 주임검사가 커피를 타줬다. 주임검사는 윤석열 검사다. 이렇게 됐습니다. 특히, 지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2022년 2월 25일)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조우형한테 커피는 왜 타줬나?"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고 알려진 겁니다.
◇정다운> 정부 여당에서 이 사안을 '국기문란'이다. 심지어 판사출신인 김기현 대표는 '사형에 처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백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권영철>
먼저 김기현 대표의 오늘 발언부터 들어보시죠. "선거공작은 자유민주주의 밑바닥에 커다란 싱크홀을 파버리는 사악한 짓이며, 이 사건은 정경검언 4자유착에 의한 국민 주권 찬탈 시도이자 민주 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 기도로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입니다." 대통령실과 방통위, 국민의힘이 '국가문란'이니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사건'이니 '국가 반역죄'라고까지 몰아붙이고 있지만 그렇게 볼 사안인지 납득이 안 됩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취임이후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학림 김만배 녹음파일을 보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십수년만에 언론에 난 부고를 보고 연락해서 찾아온 언론계 선후배간 일상적인 대화입니다.
다만 신학림씨가 이 녹음파일을 왜 6개월 가까이 묵히고 있다가 대선 5일 전에 뉴스타파에 제보했는지 그 점에 대해서는 사실관계가 확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정부, 여당이 연일 '허위 인터뷰'라고 단정 짓고 희대의 대선공작인 것처럼 몰고 가는 건 언론에 재갈을 물려서 비판적인 보도를 막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따져 봐야 합니다.
'김만배 신학림 녹음파일이 쟁점이 되면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 문제나 해병대 사령관의 항명 논란, 등등 주요 사회 이슈들이 묻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