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에 설치된 대형 조각들. 국제갤러리 제공 키아프·프리즈 서울 개최(9월 6~10일)에 맞춰 '21세기 가장 선구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인도 출신 영국 미술가 아니쉬 카푸어(69) 개인전이 30일부터 10월 22일까지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갤러리 전 공간(K1·K2·K3)에서 조각, 페인팅, 드로잉 등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K3에는 무게 500~700kg, 높이 3~4m에 이르는 신작 대형 조각 4점을 설치했다. 카푸어의 상징 색인 진한 빨강과 검정을 입힌 이 작품들은 실리콘과 유리섬유를 활용해 만들었다. 모호한 형태의 거대한 덩어리가 인간의 장기를 연상시킨다.
K2의 회화들. 국제갤러리 제공 조각가로 명성이 높은 작가는 최근 들어 회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K2의 회화는 캔버스에 실리콘과 섬유유리, 유화 물감을 사용했다. 입체감이 두드러진 이 작품들은 물감이 흩뿌려진 듯한 모양새로 유혈이 낭자한 전쟁터를 떠올리게 한다.
K1 바깥쪽에는 종이에 과슈(물과 고무를 섞어 만든 불투명한 수채물감)로 작업한 드로잉 작품을 모았다. 회화에 비해 절제된 방식으로 제작한 이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시각적 혼돈 안에 문 또는 창문을 암시하는 공(空)의 영역을 묘사했다.
반타블랙을 사용한 오브제. 국제갤러리 제공 안쪽에는 '반타브랙'을 사용한 오브제 4점을 전시한다. '반타블랙'은 빛을 99.6% 흡수해 '세상에서 가장 검은색'으로 불리며 카푸어가 이 물질을 예술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갖고 있어 '카푸어 블랙'으로 불리기도 한다. 작품을 보는 방향에 따라 평면적이기도, 입체적이기도 한 점이 흥미롭다.
윤혜정 국제갤러리 이사는 30일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카푸어는 물성의 한계와 시각예술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하면서 사물과 세상의 본질을 탐구한다"며 "물질성과 정신성으로 가득찬 작가의 작품 세계는 예술의 초월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런던과 베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카푸어는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열린 개인전을 통해 혁신적인 작업 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회화와 그의 대표작인 검정 작품을 병치해 시각예술의 물리적·개념적 한계를 실험했다.
1990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영국 대표 작가로 참여해 프리미오 듀밀라를 수상했고 이듬해 영국의 권위 있는 예술상인 터너 프라이즈를 받았다. 그가 만든 공공미술 조각은 전 세계 곳곳에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