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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김구림 "국립현대미술관 외벽 묶는 퍼포먼스 무산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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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김구림'전

한국 실험미술 선구자…25일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
작품 선정 등 놓고 미술관 측과 갈등
작가 "40년 전 설치했다 철거한 작품, 이젠 설치조차 안 돼"
미술관 측 "문화재청 심의 등 행정 처리 시간 촉박해 무산"

김구림 작가. 문수경 기자 김구림 작가. 문수경 기자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작가들이 국내외에서 새롭게 집중 조명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구림(87)이 25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1959년 대구 공회당 화랑에서 '김구림 유화개인전'을 열며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24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배울 게 없어서 대학을 그만뒀다. 독학으로 미술 공부를 했는데 캔버스에 사물을 그리는 작업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고 나만의 길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1950년대부터 다양한 매체와 장르, 주제를 넘나들며 작업하고 있다. 비디오아트, 설치, 판화, 퍼포먼스, 회화 등 미술 분야뿐 아니라 무용, 연극, 영화, 음악 작업을 활발히 펼쳐 '총체 예술가'로 불린다. 이번 전시는 230여 점의 작품, 6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영화·무용·음악·연극으로 구성된 공연(9월 7일 오후 2시 MMCA다원공간)을 상연한다.

작가는 "미술 작품은 사후에도 전시회에서 보여줄 수 있지만 공연예술은 그렇지 않다. 살아있는 동안 마지막으로 공연 작품을 녹화해서 영상으로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공연은 작가가 제작한 영화 '1/24초의 의미'(1969), '문명, 여자, 돈'(1969), 안무·작곡·대본 작업한 무용 '무제'(1969), 음악 '대합창'(1969), 연극 '모르는 사람들'(1969)을 각각 15분간 공연한다. 총 70여 명의 출연자가 함께 한다.

김구림 '걸레' 1974 작가 소정.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구림 '걸레' 1974 작가 소정.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구림 '음과 양 14-S 16' 2013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구림 '음과 양 14-S 16' 2013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작가는 1969년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1970년에는 전위예술집단인 제4집단을 결성했다. 1970년대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판화와 비디오아트를 본격적으로 실험했고 1980년대에는 미국을 방문해 작업의 변화를 추구하며 '음과 양' 시리즈를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물질문명의 부산물을 이용해 제작한 '음과 양' 오브제를 두루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음과 양: 자동차', '음과 양' 설치 등 신작 2점을 최초 공개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우현정 학예연구사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경험할 기회가 충분치 않았던 김구림의 예술세계를 온전히 전달하는 데 초첨을 맞췄다"며 "1950년대부터 이어진 작가의 전방위적 활동은 시대에 대한 저항이었다. 작가의 미술사적 위치를 재확인하고 현재진행형 작업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전시 출품작 선정을 두고 작가와 미술관 측이 갈등을 빚어 아쉬움을 남겼다. 작가는 1970년작 '현상에서 흔적으로: 경복궁 현대미술관을 묶는 장면'(이하 현상에서 흔적으로)을 이번 전시에서 재현하려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상에서 흔적으로: 경복궁 현대미술관을 묶는 장면' 1970년 6월 9일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퍼포먼스의 기록. 선데이 서울 1970년 6월 14일자. 영국 테이드모던 아카이브 자료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현상에서 흔적으로: 경복궁 현대미술관을 묶는 장면' 1970년 6월 9일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퍼포먼스의 기록. 선데이 서울 1970년 6월 14일자. 영국 테이드모던 아카이브 자료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현상에서 흔적으로'는 작가가 1970년 6월 9일 당시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일종의 퍼포먼스다. 미술관 건물 외벽 전체를 흰 광목천으로 묶는 행위를 통해 '과거의 고리타분한 미술관은 관 속에 버리고 새로운 미술을 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당시 미술 작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작가와 사전 협의 없이 철거되어 법정 소송사건으로 번졌다.

작가는 "당시에는 작품이 설치됐다가 철거됐지만 40년이 지난 지금은 설치 자체를 못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런 곳인 줄 미리 알았다면 이 전시회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도 수 차례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에 아방가르드적인 작품은 하나도 없다. 고리타분한 작품만 늘어놓았다. 파격적인 작품을 보여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등록문화재 375호다. 건물 외벽을 감쌀 경우 문화재청 심의 등 관계 부처와 사전에 협의해야 하는데 각종 행정 절차를 전시 개막일에 못 끝낼 것 같아 작가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답변했다. 다만 "전시가 2024년 2월 12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검토는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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