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전 일대 모습. 연합뉴스일본이 지난 24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가운데 우리 정부 내에서 '오염수' 명칭을 놓고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오염수 방류 이후 명칭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30일 오전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용어 공식화' 관련 발언이 나오며 불이 붙었다.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오전 '수협·급식업계 간 수산물소비 상생 협약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명칭은) '오염 처리수'가 맞다"며 "정치 공세를 위해 오염수라 부르고 핵 폐수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나 당 차원에서 용어를 정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성 의원은 "TF 위원장인 내가 썼으니까 이미 우리 (당은) 공식화했다고 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성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정부의 입장을 묻자 "다시 한번 정리해드리면 현재까지 총칭하는 차원에서는 오염수 표현이 유지가 될 것"이라며 "어느 타이밍에 어느 정도로 보완을 할 건지 이 부분은 계속해서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아침에 (당 행사에서 성 의원 발언 등) 상황을 듣기로는 TF 차원에서 어민들하고 대화하는 과정, 그 후속 조치로 나온 발언의 일환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걸 종합을 하면 당에서는 조금 더 전향적인 표현을 쓰는 것 같고, 그건 저희들도 인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가운데)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해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개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의 설명대로 적용하면, 당‧정 협의를 개최할 경우 정부에서 만드는 공식 문서에는 '오염수', 당에서 만든 문서에는 '오염처리수' 등으로 표기되면서 중구난방식 용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당과 정부가 외교적 용어를 두고 별도로 사용하는 것이 상식적이냐는 질의에 박 차장은 "그게 상식적이냐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상황이나 사용하는 주체에 따라서 충분히 탄력성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브리핑이 끝난 후 주요 외교적 용어를 두고 당과 정부가 공식적으로 다른 명칭을 사용한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오염수 명칭을 두고 논란 끝에 '오염수(Contaminated Water)'와 '처리수(Treated Water)' 중에 오염수를 공식 용어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와중에 일본이 지난 24일부터 본격 오염수 방류에 착수하면서 용어 논란이 재차 급부상한 상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의 지적에 "오염수가 방류되는 게 아니라 과학적 기준에 의해서 처리된 그 오염수가 방류되는 것"이라며 용어 변경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역시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대표는 경기도 광주에서 현장 정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명칭 변경 가능성에 "당에서 공식 입장을 정하고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며 "용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중요한 건 실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