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7일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강력범죄 대책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잇단 흉기난동으로 정부와 여당이 국민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 등 인권침해 우려가 존재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여당, 사법입원제‧전 국민 정신건강 관리 등 대책 논의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여당은 잇단 강력범죄의 배경으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체계적인 관리가 미흡한 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하반기 전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고, 이에 앞서 법무부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사법입원제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는 제도다.
여당도 이에 발맞춰 국민 정신건강과 관련한 전문가 의견 수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지난 7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방문한 뒤 "(최근 일어난 강력사건들의) 피의자 공통점을 살펴보면 정신질환을 앓다가 치료를 중단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한다는데 당에서도 정신질환자들이 꾸준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 또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 검진 전면 도입을 제안했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에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실시하는 정기건강검진에 정신건강검진을 필수검진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도입시기도 바로 내년부터 2년에 1회씩 실시하는 것으로 전 연령대에 걸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법입원제, 법조‧의료 전문 인프라 부족에 20대 국회서도 '반대'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흉기로 5명을 살해한 안인득. 연합뉴스다만 여권이 추진하는 정신건강 관련 대책이 정신질환자의 인권과 충돌할 소지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법입원제의 경우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야 하는데 당정은 아직 구체적인 입법논의에 착수하진 않은 상황이다. 진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른 후 흉기로 5명을 살해한 '안인득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구체적인 대안이 논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사법입원제를 도입을 위한 현장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 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적인 법조‧의료계 인력과 인권친화적 시설 등의 확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승재현 박사는 "사법전담법원과 전문의 인력 확충, 친인권적 병상시설 등의 대안이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도 "사법입원제는 인신 구속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해외 입법 상황에 대한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고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전 국민 건강검진, '진료기록이 곧 낙인' 불안 해소 방안은?
스마트이미지 제공 안 의원이 주장하는 '전 국민 정신검진'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통해 정기건강검진에 정신건강검진을 필수로 실시하고, 정신질환으로 확진된 경우 의료비의 9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국가가 실시하는 정신검진에 따른 인권침해 소지와 기록 관리의 어려움이 난제로 꼽힌다.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이들조차 사회적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진료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전 국민의 정신건강 기록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지난 2021년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정신과 진입장벽' 중 제도적 불이익과 사회적 인식이 절반 이상(61.8%)을 차지했으며, 그 중에서도 정신과 기록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입시나 취업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전 국민이 신체검진처럼 의무적으로 정신검진을 받게 되면 일부 힘드신 분들만 따로 진료를 받는 것보다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국민 의무 정신검진으로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식과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다. 다만 진료기록 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소할 방안 마련이 함께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별도의 입법 없이도 현 제도 하에서 중증 정신질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승 박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정신질환 코드가 부여된 환자 중 치료가 중단된 이들을 파악할 수 있다"며 "복지부와 지자체를 통해 이들에 대한 모니터를 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