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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잼버리 콘서트에 BTS 소환? 수습마저 떠넘기는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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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주요 행사였던 K팝 콘서트, 당일 연기
새만금 야외 특설 무대→전주월드컵경기장→상암월드컵경기장
촉박한 일정 속 정부의 일방 발표에도 소속사는 침묵으로 속앓이
멤버 2명 군 복무 중인데 방탄소년단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황당 주장도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 '정부의 대중문화 압력 거부' 해시태그 운동
프로축구 정규 리그 상황 고려 안 해 구단은 '난처', 팬들은 '분통'

그룹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그룹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당일 저녁 개최 예정이었던 잼버리 K팝 콘서트 일정과 장소 변동을 그날 오후에 발표(8/6)→당초 출연진에 있지도 않았던 방탄소년단 언급 시작 및 가수 라인업 재확인 및 조율 불가피(8/6~)→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 변동설, KBS2 '뮤직뱅크' 결방 공지(8/7)→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 확정(8/8)→뉴진스·있지·엔시티 드림 등 포함한 출연진 문체부 공식 발표 예정(8/9)

폭염 경보가 뜨는 와중에도 편의·휴식 공간을 포함한 제반 시설이 부족해 온열질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갯벌을 매립한 땅이어서 비가 몰아치면 침수가 잦고 배수 장애를 겪으며, 물품 구입이 여의찮은 상황에서 편의점은 바가지요금을 받는 등 총체적인 운영 부실이 드러난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 주요 행사 중 하K팝 슈퍼 라이브'(이하 'K팝 콘서트')도 주최 측의 무능과 준비 부족을 피해 갈 순 없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6일 K팝 콘서트 연기를 알리며 "수용인력, 안전관리, 아티스트 출연 문제, 프로그램 보완 조정 문제, 새만금 이동조건, 퇴영식 문제 등을 종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동에 실무진과 당사자에게 불이 떨어졌다. 당초 예정된 출연진이 바뀐 날짜와 장소에서도 출연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당일 취소'를 공지하면서도 K팝 콘서트와 연관된 수많은 주체의 상황을 고려하기는커녕, 이렇다 할 양해조차 구하지 않았다. 주최 측 때문에 가수와 소속사가 난감해졌지만, 이들은 마치 한 마음인 듯 대부분이 침묵을 지켰다. 정부 행사인 만큼 말을 꺼내기 곤란해하는 기색이 읽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잼버리 K팝 콘서트 일정을 6일에서 11일로, 장소를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장소는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었다. 문체부 제공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지난 6일 오후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잼버리 K팝 콘서트 일정을 6일에서 11일로, 장소를 새만금 야외 특설무대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장소는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바뀌었다. 문체부 제공한 기획사 관계자 A씨는 "아이돌 그룹은 활동 기간에 무척 바쁘고, 이미 일찍부터 정해진 일정이 있다. 이번처럼 너무 며칠 전에 바뀌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 B씨 역시 "지금 상황은 거의 강제로 시키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일정이 바뀌는 경우는 많지만 적어도 몇 달 전에는 조율하지, 이렇게 며칠 전에 얘기하는 건 드물다"라고 말했다.

가요 관계자 C씨도 "행사 종류, 성격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이런 행사는 주요 출연자의 경우 미리 일정을 잡는다. 이미 잼버리는 전 국민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 됐고, 정말 사정이 있어서 불참하게 되더라도 안 나가면 가수와 소속사만 난처해지는 판국"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활동기가 아닌 팀도 일정 맞추기 어려울 수 있다. 콘서트, 팬 미팅, 투어, 각종 방송 촬영 등 일정이 있다면 시간 확보하기가 쉽지 않으니까"라고 부연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안타깝다. 전 세계에 많은 팬이 있다고는 해도 이런 일 앞에서는 가수들이 상대적 약자인 셈"이라며 "K팝 콘서트로 즐거움을 주면, 잼버리 사태를 둘러싼 불만도 들어갈 수 있다는 발상이 아닌가. 정직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원래 K팝 콘서트에는 아이브, 제로베이스원, 엔믹스, 스테이씨, 피원하모니, 앤팀, 베리베리, 이채연, 아이키, 네이처, ATBO, 싸이커스가 출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조직위의 일정 변동 발표 후, 처음 라인업에 속해 있지도 않았고 현재 멤버 두 명(진·제이홉)이 군 복무 중인 그룹 방탄소년단의 이름이 거론됐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다가 폭염으로 인해 지난 5일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단원들의 모습. 황진환 기자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했다가 폭염으로 인해 지난 5일 조기 퇴영한 영국 스카우트 단원들의 모습. 황진환 기자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탄소년단의 K팝 콘서트 출연을 위해 국방부가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쓰기도 했다. 성 의원은 "국방부는 BTS가 국격을 높일 수 있도록 세계 잼버리 대회에서 공연할 수 있게 지원해 주시기 바란다"라며 "소중한 손님들에게 새만금에서의 부족했던 일정들을 대한민국의 문화의 힘으로 채워줄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멤버 2명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탄소년단 7인 완전체 무대는 명백히 무리인 요구였다. 정부 주도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을, 대중문화예술인을 이용해 무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타가 나오는 이유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잼버리 사태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실력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어떤 사건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원래 계획에도 없었던 BTS를 동원해 부실한 운영, 불편한 환경에 대한 비판과 불만을 덮어버리려고 한다는 점에서, 문화예술을 그저 권력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본다"라고 지적했다.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를 비롯해 K팝 팬들 반응도 싸늘하다. 아미는 트위터에서 "방탄소년단 그리고 이 나라 케이팝 가수는 그 누구도 국가 공무원이 아닙니다. 나랏일에 타의로 불려 가 현재 당면한 국격 실추 문제를 나서서 수습하고 만회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대중문화계에 정부의 어떠한 압력도 거부합니다" "비정상적인 잼버리 준비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아 주세요" 등 공통된 문구와 해시태그를 집중적으로 게시하는 항의 운동을 진행 중이다.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제1지구에서 퇴영 준비를 하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 연합뉴스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제1지구에서 퇴영 준비를 하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원들. 연합뉴스이승한 TV 칼럼니스트는 "K팝 아티스트가 국가 행사 홍보대사나 축하 사절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전상의 이유라곤 해도 지금처럼 공연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아티스트들이 따라주기를 바라는 건, 이들을 언제든 차출할 수 있는 국가행사 상비군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풍 카눈이 잼버리 야영장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로 장소가 변경됐다고 아는데, 안전이 그만큼 중요했다면 연기가 아닌 취소를 해야 했다. K팝 아티스트 일정과 K팝을 사랑하는 세계 청소년들의 마음이 '잼버리 성료'라는 목표를 위해 인질로 잡혀있는 상태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라고 부연했다.

이 모든 과정이 촉박하게 진행된 탓에, 완성도 측면에서도 가수와 관객 모두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 될까 봐 우려도 제기된다. K팝 콘서트는 오는 11일 저녁 7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데, 전체 라인업은 고작 이틀 남긴 오늘(9일)에야 발표될 예정이다. 여러 가수가 출연하는 대규모 콘서트여서 조율할 부분이 적지 않고, 무대 장치 설치도 해야 하기에 상당히 빠듯한 일정이다.

가요 관계자 C씨는 "여러 팀이 출연하는 대형 콘서트는 무대 장치를 설치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철거도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촉박하게 발표하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다. 주최 측에서 요구하면 다 바꿔줘야 한다는 식이어서"라며 "원래 장소에서 수개월간 무대를 준비했던 스태프들도 아마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8일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8일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상암경기장)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K팝 슈퍼 라이브' 콘서트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고 있다. 연합뉴스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급조된 콘서트를 치르는 건 오히려 K팝을 악용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잼버리에 참석한 청소년들을 너무 우습게 아는 것 아닌가"라며 "워낙 준비 기간이 충분치 않아 아티스트가 '최선'을 보여주기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 아티스트도 관객도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비판의 목소리는 가요계와 K팝 팬들에 그치지 않는다. 대형 공연이나 행사가 있을 때마다 당연하다는 듯 경기장이 동원되는 '관행'을 지켜보는 축구 구단과 팬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K팝의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마땅한 '전용 공연장'이 없어, 걸핏하면 경기장을 빌려야 하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총체적 난국"이라고 운을 뗀 K리그 팬 D씨는 "전주로 장소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예정된 축구 경기는 어디서 하는지 △장소 변경이라면 티케팅이나 연간 회원권 보유자 좌석 배치는 어떻게 하는지 등 세부 사항 안내가 전혀 없었다. 휴가철 극성수기에 숙박, 교통을 예약한 축구 팬과 원정 선수단에 혼란을 준 점이 제일 한심하다"라고 비판했다.

D씨는 "문체부와 지자체, 구단 말이 다 달라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최소한 말을 맞추고 공식 발표를 했으면 좋겠고, 언론도 받아적기보다는 앞뒤 안 맞는 부분을 질문했으면 한다"라며 "축구장이 지역 시설공단 소유라 대여 권한은 그쪽에 있다고 해도, 최소한 시즌 중에는 축구에 집중할 수 하는 게 맞다. 리그 일정은 안중에도 없고 축구 팬들을 존중하지도 않는 게 가장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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