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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같은 사운드·오너 경영 한계·과작…30주년 YG의 과제[파고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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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996년 5월 20일은 YG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현기획이 설립된 날입니다. 현재는 대표적인 아이돌 기획사로 더 유명하지만, 일찍부터 힙합과 알앤비(R&B)로 대표되는 흑인 음악 대중화에 기여해 폭넓은 음악을 들려줬다는 평가를 듣는 YG엔터테인먼트의 30주년을 CBS노컷뉴스가 돌아봅니다.

[기획] YG 30주년 ② - 부족하거나 개선할 점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 YG엔터테인먼트 제공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 사옥.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직 힙합과 알앤비(R&B)가 대세나 주류가 아니던 1990년대 중후반부터 흑인 음악(Black Music)을 적극적으로 흡수한 YG엔터테인먼트는 이 점을 바탕으로 '조금 다른' 위치를 선점했다. 힙합 씬에서 익숙한 개념인 '크루'로 시작해, 2000년대 중반부터 명실상부한 대표 K팝 엔터테인먼트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누션(Jinusean)이 히트하며 힙합 랩 곡도 전국적인 인기 가요가 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고, 원타임(1TYM)의 성공으로 힙합 아이돌의 가능성을 보았고, 이 시기에 일찌기 영입한 어린 지드래곤이 후에 빅뱅(BIGBANG)으로 데뷔"(랜디 서 음악평론가)하기에 이른 YG. 자체 제작한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의 성공과 활발한 외부 아티스트 영입을 바탕으로 다채로우면서도 탄탄한 소속 가수를 갖춘 것이 YG의 강점이었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특히 2000년대 초 알앤비 전문 레이블 엠보트와 함께 그려가던 한국형 알앤비(R&B) 씬의 새로운 지형도와 빅뱅과 2NE1이 국내외 음악계를 휩쓰는 쌍두마차로 활약하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의 YG풍 아이돌 팝은 가히 혁명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기세"라고 한 바 있다. 빅뱅 데뷔 10년 후인 2016년에 데뷔한 블랙핑크(BLACKPINK)는 '월드 클래스 아이돌'의 대표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YG표 사운드'가 자기복제적 성격을 띠면서 정체되고 있다는 점,  그룹 트레저(TREASURE)와 베이비몬스터(BABYMONSTER)가 아직은 활약한 선배 그룹의 뒤를 이어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할 만큼 안착하지 못한 점을 주된 숙제로 바라봤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YG 레거시'라는 셀프 감옥에 가둬버린 듯한 음악과 비주얼"이라고 정리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한동안 YG의 곡들이 전반적으로 비슷한 구조와 사운드 디자인의 노래가 많아 사풍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약간은 개선된 듯 보이지만 다른 기획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그런 경향이 있다"라고 짚었다.


위쪽부터 그룹 빅뱅, 2NE1, 블랙핑크. 코첼라 유튜브 캡처/YG엔터테인먼트 제공위쪽부터 그룹 빅뱅, 2NE1, 블랙핑크. 코첼라 유튜브 캡처/YG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일권 음악평론가도 "과거 YG는 미국의 힙합, 알앤비, 일렉트로닉 트렌드를 누구보다 빠르게 흡수한 뒤, 이를 한국 대중음악의 정서와 개성 있는 가사, 세련된 사운드와 결합해 자신들만의 고유한 K팝 스타일로 완성해 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반복되는 공식처럼 소비되면서, 프로덕션 전반에서 다소 자기복제적인 인상이 드러나는 곡들이 많아진 듯해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최승인 음악평론가는 "'YG식 사운드'가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지금, 이 강점이 동시에 한계로 작동하는 측면도 있다. 2020년대 초까지는 이 정형화된 틀이 꽤 잘 통했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다음 수가 예상 가능한 자리에서 머무르고 있는 모습이 아쉽다"라고 밝혔다.

최 평론가는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결을 묵묵히 지킨다는 점에서 분명한 매력이 있으나, 시대의 흐름 자체가 끊임없이 변형되는 현재 그 고집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시스템 자체가 조금 더 유연해지거나, 결을 푸는 방식이 좀 더 헐거워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게 YG의 정체성을 흐리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다음 사이클을 위한 길을 여는 일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라고 부연했다.

장준환 음악평론가는 "정체성이 강한 과거 아티스트에 비해,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트레저나 베이비몬스터 같은 그룹들이 크게 음악적 도약을 이루지 못한 채 과거 음악에 천착되어 있다는 감상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그룹 위너, 아이콘. YG엔터테인먼트 제공왼쪽부터 그룹 위너, 아이콘.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장 구조적인 문제로 '인재 파이프라인의 단절'을 든 차우진 엔터문화연구소 대표는 "2NE1 해체 이후 블랙핑크 데뷔까지 7년이 걸렸고, 블랙핑크가 사실상 개인 활동 중심으로 전환된 이후를 채워야 할 여성 그룹 라인업은 베이비몬스터 하나다. 남성 그룹도 빅뱅 이후 동급의 파급력을 가진 그룹이 나오지 않았다. 한 세대의 성공을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확실히 리스크인 듯"이라고 진단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 이후 흐름이 좀처럼 탄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회사의 미래에 물음표를 남긴다. 베이비몬스터가 그 공백을 분투하며 메워가고 있긴 하지만, 신규 제작 라인업이 눈에 띄게 축소된 데다 수익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블랙핑크 한 팀에 기대고 있다는 사실은, YG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현실인 동시에 명확한 한계를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바라봤다.

장 평론가는  "적시에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하고 여전히 블랙핑크에 기대고 있는 점, 테디의 이적으로 명맥이 끊긴 YG표 사운드 부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점도 크다. 끊임없이 신인을 발굴하고 새로운 장르 결합을 시도하며 브랜딩을 확장하고 갱신하는 데 주력인 타 엔터사와 달리, 유독 긴 발매 주기와 더딘 신인 운용이 발목을 잡는 것은 아닐까"라고 밝혔다.

YG는 유난히 '과작'(작품 수가 적음)하는 기획사이기도 하다. 음원 사이트 멜론 기준으로 블랙핑크가 발표한 음원은 85곡에 불과하고, 중복 수록된 경우를 빼면 훨씬 줄어든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그룹치고는 곡 수가 적다.

정 평론가 또한 "비슷한 연차의 다른 기획사 가수에 비하면 작품 수가 적은 경우가 많다. 2NE1도 그랬고 블랙핑크도 그랬는데 베이비몬스터도 그렇다. 다작이 능사는 아니지만, YG 가수는 활동량이 적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며 "과작과 몰개성, 두 문제 모두 제작진 풀이 적고 한정적이라 나타나는 문제가 아닌가"라고 밝혔다.


위쪽부터 그룹 트레저, 베이비몬스터. YG엔터테인먼트 제공위쪽부터 그룹 트레저, 베이비몬스터.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를 중심으로 한 '오너 리스크'를 향한 우려 섞인 시선도 여전했다. 랜디 서 음악평론가는 "2019년 밝혀졌던 '버닝썬 스캔들' 이후 사과도 사후 대처도 부족했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기에 '개선'의 여지가 있는 영역인지 모르겠다"라며 "양현석은 2019년에 대표직에선 물러났으나 총괄 프로듀서 자격으로 계속해서 활동했고"라고 비판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회사 간판 아이돌인 승리부터 양 총괄까지 연루된 대형 성범죄 스캔들은, YG가 회사의 운영 측면에서 점차 흑인 음악 색채가 옅어지는 가운데 정작 미국에서도 계속 지적받는 힙합 크루 문화의 남성 중심-마초적 면모를 매우 문제적으로 답습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형 사건이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YG가 이뤄낸 공 이상으로, 다시 스스로 쉽게 지우기 어려운 얼룩을 남기면서 YG가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명성에 걸맞은 책임 의식을 지니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명확한 변화를 약속하지 않은 채 이전과 큰 차이 없이 넘어가는 모습은 양현석이 중심인 YG의 구조적 한계를 보이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차 대표는 "창업자 중심의 거버넌스도 이제는 조직 전반의 리스크가 되고 있다. 레이블이 글로벌 규모로 성장하는 동안 거버넌스 이슈를 통제하지 못한 게 숙제로 남았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2000년대 초반 YG가 음악계에 던졌던 긴장감이 지금은 브랜드 관리 쪽으로 수렴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YG엔터테인먼트 제공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황 평론가 역시 "회사 전반에 걸쳐 사법적·도덕적 측면의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그 사안들이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지녔다는 사실이야말로, 우리가 YG라는 회사를 마냥 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희아 음악평론가는 "여전히 오너 리스크가 크다"라며 "엄밀히 말해 양현석 프로듀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는 하지만, YG엔터테인먼트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자이고 현재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의 YG엔터테인먼트가 양현석 프로듀서와 명확히 분리돼 있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 그게 회사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른 기획사에서도 흑인 음악을 수용하고 소화함에 따라, 더 이상 YG만의 강점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었다.

성 평론가는 "분명 YG가 흑인 음악 스타일을 한국 대중문화에 결정적으로 유입시킨 공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해외 음악 판도가 흑인 음악 중심이 됐고, 글로벌 진출을 지향하는 K팝 아이돌 산업에서 '힙합'은 기본으로 가져가고 있다"라며 "소속 그룹들을 더 이상 YG만이 만들 수 있는 그룹이라고 하기 어렵고, 크루적인 면모도 줄고 있다 보니 YG의 색채가 옅어지는 감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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