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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중단 3년,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살인자의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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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역 흉기 난동범 최원종,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 받고도 3년 동안 치료 '포기'
정신질환 치료는 개인·가족의 몫…법원이 입원 여부 판단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국내 중증 정신질환 환자 50만명 중 42만명 지역사회 거주…입원 가능 병실 '부족'

경찰이 총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구속)의 신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성남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최원종. 연합뉴스경찰이 총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구속)의 신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5일 성남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최원종. 연합뉴스
지난 7일 신원이 공개된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범 22살 최원종. 중학교 시절 특목고 진학을 꿈꾸며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상도 탔던 '영재'는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어른'이 됐다.

특목고 입학이 좌절되고, 일반고에 진학하면서 그는 '분열성 성격장애'에 시달려 왔다. 정신분열증 전 단계로 그는 지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정신과 약을 복용하며 치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영상 캡처트위터 영상 캡처
하지만 3년 전부터는 '차도가 없다'는 이류로 치료를 '중단'했다고 한다.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그의 선택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재로선 본인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가족이 강제하지 않은 한 정신질환자가 의무적으로 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2017년 환자 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신건강보건법이 개정된 후 환자가 입원을 거부하면 강제 입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면서도, 제때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정신질환자 범죄는 전체 범죄율에 비해 낮지만 살인 등 강력 범죄 발생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피의자 김성민(41)은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를 받지 않았고,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을 일으킨 안인득(46)도 정신질환을 앓았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사회장은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지금까지는 가족이나 정신과 의사에게만 맡겼고 입원 결정도 보호자들이 책임지는 과정이었다"고 전했다.

"노부부가 젊은 아들을 강제로 입원시킨다고 한들 퇴원 후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러다보니 치료를 미루다 가족을 해치는 경우도 많고요. 지금 제도는 환자의 인권을 중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보호자 인권을 지켜주지는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치료에 소극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전문가들이 '사법입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정신질환자에 대해 경찰이 응급 입원, 지자체장이 행정 입원을 시킬 수 있지만 소송 등의 이유로 실제로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정신질환 치료를 가족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의학회는 "핵가족 또는 1인가구 중심 사회로 변화된 상황에 중증 정신질환의 무거운 부담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며 "입원을 포함한 어려운 결정을 가족에게만 부여해서는 안 된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 폐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신상진 성남시장도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 법원 결정으로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족한 정신질환 병실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내 중증 정신 질환 환자는 50만명으로, 이 중 7만700명이 의료기관에 입원해 있다. 나머지 42만명이 지역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필수의료 기피 영향으로 정신과 병상도 줄어들면서 응급 정신질환자를 받아줄 병원도 줄어들고 잇다.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에 다르면 2021년 6만2천여개던 정신과 병상은 5만1천개로 줄어들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떠나는 전문의도 늘면서 지역사회에 머물고 있는 42만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 문제도 심화되고 있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사회장은 "의사 수는 줄고 있는데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제때 입원을 하지 못하고 입원실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신 질환자의 입원과 치료를 지원하는 제도를 추진할 방침이다. 법무부 역시 사법 입원제' 도입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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