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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전형성으로 전형성을 전복한 '바비'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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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바비'(감독 그레타 거윅)

외화 '바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외화 '바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스포일러 주의
 
175cm 키에 50㎏ 몸무게, 가슴-허리-엉덩이둘레 '36-18-33'인치의 몸매 그리고 금발 머리에 파란 눈동자를 지닌 최초의 바비. 서구 사회가 말하는 미의 기준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전형적인 '바비'가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형성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부장제가 말하는 '완벽함'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평범함'을 인정하고 사랑하자고 말이다.
 
'레이디 버드' '작은 아씨들'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이 된 그레타 거윅이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상징물인 바비인형을 통해 전형성을 전복시키는 영화 '바비'로 돌아왔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아이, 토냐'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바빌론' 등으로 스타성과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마고 로비가 그레타 거윅에게 각본과 연출을 맡기면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마고 로비부터 그레타 거윅이라는 완벽한 바비들은 '바비'를 완벽한 영화로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바비'는 풍자와 역설, 반어로 그려낸 영화다. 바비랜드와 리얼 월드(현실 세계)라는 가상과 현실, 그리고 관객들의 현실과 스크린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오가며 시대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외화 '바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외화 '바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마고 로비가 연기한 '전형적인 바비'는 남성 중심의 사회가 정한 서구적인 미의 이상적인 기준, 즉 금발의 완벽한 미모와 몸매를 지닌 젊은 백인 여성의 모습을 한 초창기 바비 인형이다. 영화의 설정부터 흥미로운 것은 전형성의 상징물인 바비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여성에 대해 갖고 있는 전형성을 전복시키는 풍자극을 그려냈다는 데 있다. 풍자의 구조를 지닌 영화답게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적나라하게, 그러나 유쾌하게 드러낸다.
 
바비랜드 속 바비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대통령부터 물리학자, 의사, 기술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사회 지배층으로 활동하는 바비와 달리 켄은 그냥 켄이다. 리얼 월드 속 남녀의 역할과 위치를 완벽하게 반대로 반영한 바비랜드에서 바비로 대변되는 여성들은 차별을 겪지 않고, 논리와 감정을 동시에 드러내도 비난받지 않는다. 높디높은 유리천장도 바비랜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바비랜드에 살던 전형적인 바비는 완벽한 자신의 삶과 외모에 균열이 생겨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얼 월드로 넘어가 자신을 갖고 노는 인간을 찾으려 한다. 그곳에서 전형적인 바비가 보고 겪게 된 건 '현실'이다. 전형적인 바비는 자신을 둘러싼 시선을 통해 현실의 여성이 겪는 시선과 감정을 알게 된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나 자신을 의식해야 하고, 때때로 폭력적인 시선 앞에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스스로를 검열해야 한다.
 
외화 '바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외화 '바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반대로 켄은 남성 중심의 리얼 월드로 오게 되자 여성인 바비와 달리 시선의 '대상'이 아니라 시선의 '주체'가 되며 '가부장제'가 만들어 낸 '남성성'에 눈을 뜨게 된다. 바비랜드를 반대로 반영한 것이 '리얼 월드'이기에 바비랜드 속 바비와 켄의 위치가 역전된 것이다.
 
가부장제를 배운 켄은 바비랜드를 리얼 월드처럼 남성 중심 사회인 '켄덤(Kendom)랜드'로 만든다. 그 안에서 가부장제에 세뇌되어 "'쓸모 있는 장식품'이 좋다"고 외치는 바비들의 모습은 기괴하면서도 현실 반영이라는 점에서 씁쓸하게 다가온다.
 
켄이 바비랜드를 켄덤랜드로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은 여성을 억압하는 현실의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풍자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사회가 어떻게 여성을 억압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어왔고 만들고 있는지 그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러한 켄 무리에게서 바비랜드를 되찾으려는 바비들의 모습은 현실의 여성들이 주체로서 자신을 깨닫고,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형적인 바비와 이상한 바비를 주축으로 한 몇몇 바비들은 가부장제의 부조리를 일깨우며 바비들을 각성시키고, 켄의 자멸을 이끌어 바비랜드를 정상화한다. 그렇다고 '바비'가 세상의 모든 켄, 즉 모든 남성이 자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바비가 말하는 것은 남성의 자멸이 아닌 평등을 저해하는 가부장제가 가진 폐해를 타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화 '바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외화 '바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바비를 바비답게 만든, 영화에도 등장하는 '페미니즘'이란 단어는 단순히 '여성'들만을 위한 담론이나 운동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에 반대하며 차별받는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담론이자 운동이다. 그렇기에 '바비'는 켄에게도 '그냥 켄'이 '나'라는 존재 의의를 되찾아 줌으로써 페미니즘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바비 역시 '완벽함'을 버리고 '바비=나'라는 것을 깨닫고 '평범한 바비'여도 괜찮다고 말한다. 바비들이 각성하는 과정에서 인간 글로리아는 리얼 월드의 여성이 겪는 차별과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전형적인 바비가 금발에 완벽한 몸매와 하이힐을 신지 않아도 바비이듯이, 세상의 모든 바비와 여성에게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비범하지 않아도 된다고, 평범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영화의 마지막, 인간이 되길 선택한 전형적인 바비의 머릿속에 지나간 수많은 여성의 역사에는 전형성이나 특별함보다 그저 '자신'으로 살아가는 모습만이 있다. 그들의 삶을 만난, 가장 사회적 기준에 부합한 전형적인 바비는 완벽한 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하이힐을 벗어 던지고 바비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 '평범함'이란 땅에 발 디디게 된다. 이 순간 비로소 바비랜드와 리얼 랜드 사이 장벽이 사라지고 바비는 여성이고, 여성은 바비가 된다.
 
외화 '바비'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외화 '바비'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품답게 '바비'는 기본적으로 여성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섬세한 표현은 물론이고 모녀 관계와 정체성 탐구에 대한 면도 담겨 있다. 가부장제가 만든 차별과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여성의 여정 속에는 글로리아와 사샤라는 모녀 관계의 회복 과정은 물론, 죽음과 완벽한 미에 대한 고민 속에 정체성을 찾는 전형적인 바비의 모습도 있다.
 
정체성에 대한 탐구는 넓게 나아가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들만의 담론이나 구호가 아님을 이야기하듯, 바비와 함께 켄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처럼 감독은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메시지를 만화적인 효과, 뮤지컬 신을 활용한 연출, 바비 장난감을 구현한 세트 등으로 보는 재미까지 더해 영리하면서도 재치 있게 전달한다.
 
그레타 거윅이 만든 세상 속 전형적인 바비의 여정을 뒤따르다 엔딩을 마주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바비' 포스터 속 유명한 문장에 더해 한 가지 문장을 더하게 된다.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그리고 바비는 평범해도 괜찮아!"
 
114분 상영, 7월 19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바비'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외화 '바비'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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