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메인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스포일러 주의 10년에 걸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대장정의 마무리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다웠다. 그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그래왔듯이 유쾌함을 잃지 않았고 서로를 믿고 연대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그렇게 팬들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며 길고 긴 여정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무려 6년 만에 시리즈의 마지막 여정으로 돌아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감독 제임스 건)는 가모라(조 샐다나)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던 피터 퀼(크리스 프랫)이 위기에 처한 은하계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가디언즈 팀과 힘을 모으고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들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미션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외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히어로'와는 어쩐지 거리가 먼 듯한, 히어로와 빌런 그 어디쯤에 있는 악동 이미지의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내세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특유의 유쾌함과 유머 그리고 7080 팝송들로 이뤄진 사운드트랙으로 많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스페이스 오페라 특유의 우주 배경의 모험이 펼쳐지면서도 어느 한 존재의 뛰어난 능력에 기대기보다 '팀'의 위력을 보여준 게 '가오갤' 시리즈의 특징이자 매력이었다.
그리고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 '가오갤 3' 역시 '가오갤'의 장점이자 특징이자 매력인 '팀'이 빛나는 작품이다. 팀이라는 건 함께하기에 강하고, 함께하기에 슬픔과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팀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빛난다.
제임스 건 감독이 10년 여정을 마무리할 서사의 주인공으로 선택한 건 자신이 라쿤임을 부정하는 로켓(브래들리 쿠퍼)이다. 늘 자신은 '라쿤'이 아니라고 하는 로켓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됐고, 그동안 남들과 다른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와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캐릭터다. 그동안 자세한 사연이 알려지지 않은 로켓의 과거가 드디어 이번 영화에서 밝혀진다.
외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로켓의 전사를 펼쳐내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존재가 강력한 빌런인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다. 언더독 무리 안에서도 언더독임을 자처한 로켓은 매드 사이언티스트인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완벽'이란 이름 아래 펼쳐진 비윤리적 과학실험의 피해자였다. 친구들을 구하지 못하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아픔을 품고 살았던 로켓에게 감독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초반 로켓은 라디오헤드의 '크립' 가사처럼 스스로를 이상한 존재라고 여기고, 자신이 발 디딜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몸과 영혼을 원했지만, "언제나 주인공은 너였어"라는 라일라의 말처럼 로켓은 주인공이 아닌 적이 없었다. 완벽하지 않은 적 없었다. 이미 존재 자체로 로켓은 주인공이었고 완벽한 존재였다. 로켓은 그렇게 자기 자신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진정한 '로켓'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이 가장 애정하는 캐릭터를 위한 감독의 선물이기도 하다.
로켓이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동력이 된 건 '가오갤' 시리즈가 강조해 온 팀, 즉 친구들이다. 과거의 친구들, 현재의 친구들이 로켓을 구하고, 로켓 역시 스스로를 구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설정된 게 바로 하이 에볼루셔너리다. 완벽하진 않지만 함께하기에 완벽했던 팀 가디언즈와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불완전한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대비가 눈에 띈다.
외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세상에 완벽한 존재라는 건 없고, 완벽해 보이는 존재라 할지라도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팀 가디언즈는 개별로 보면 완벽하진 않을지 몰라도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나아가는 '팀'이다. 팀 가디언즈와 대척점에 선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동료가 없다. 그에게 자신 외의 존재는 모두 '수단'이다.
자신만이 절대적인 존재이자 완벽한 종을 창조할 수 있기에 오히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 존재다. '완벽'과 '완벽한 종'을 추구하지만 창조물에 열등감을 느끼는 창조주인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잘못된 신념을 '선'이라 생각한다는 점에서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 현실에서도 존재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하이 에볼루셔너리와의 대립 관계를 통해 '가오갤 3'는 다시금 '팀'의 진정한 의미를 강조한다. 그리고 '가오갤'이 빛나는 지점 중 하나는 이른바 낙오자나 적이었던 존재에게도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들 스스로가 두 번째 기회를 통해 새로운 길을 걸었듯이 이번에는 자신들을 위협한 아담 워록(윌 폴터)도 받아들인다.
외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시리즈 사상 가장 어두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런 와중에도 '가오갤 3'는 시리즈 특유의 유머와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오합지졸인 듯 보여도 우정과 연대의 힘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었기에 위험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음악을 사랑하는, 그러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팀 가디언즈만의 모습이 고스란히 반영하며 시리즈 최고의 마무리를 선보였다. 동시에 그간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비판 받았던 다른 마블 영화와 달리 한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 시대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예고했다.
제임스 건 감독은 그동안 영화에서 B급 영화적 소양을 내보인 바 있다. '가오갤 3'에서도 마치 '후뢰시맨' 같은 일본 특별촬영물의 오마주같이 느껴지는 장면은 물론 B급 컬처 느낌이 물씬 나는 외계 생명체의 모습,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패러디 등 감독의 문화적 소양과 재치가 빛나는 지점들이 있다. 이러한 지점이 주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여기에 끝내주는 선곡의 사운드트랙은 물론 음악 리듬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액션 시퀀스는 '가오갤 3'의 백미다.
감독은 시리즈 팬들을 위한 또 다른 선물도 마련해 놨다. "아이 엠 그루트"만 주구장창 외치던 그루트가 "사랑해, 모두"라고 말하는 순간 역시 '가오갤' 시리즈 팬들을 향한 감독과 배우들의 인사와도 같다. 추억 가득한 엔딩 크레딧을 보는 재미 역시 쏠쏠하니 엔딩 크레딧이 끝나는 순간까지도 극장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가오갤 3'를 보다 재밌게 즐기고자 한다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을 먼저 보길 권한다.
150분 상영, 5월 3일 개봉, 쿠키 2개 있음, 12세 관람가.
외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캐릭터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