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다정한 포만감으로 가득한 '항구의 니쿠코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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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항구의 니쿠코짱!'(감독 와타나베 아유무)

외화 '항구의 니쿠코짱!' 스틸컷. ㈜미디어캐슬·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외화 '항구의 니쿠코짱!' 스틸컷. ㈜미디어캐슬·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는 메시지가 애니메이션이란 마법을 타고 현실까지 흘러들어온다. 애니메이션 '항구의 니쿠코짱!'은 우리들의 이웃 니쿠코짱과 키쿠코의 관계와 성장을 통해 다정하고 따뜻한 포만감을 전해주는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의 한상 차림 같은 작품이다.
 
평범한 인생도 '갓생'(신을 뜻하는 영어 '갓(God)'과 '인생'을 합친 말로, 현실에 집중하면서 성실한 생활을 하고 생산적으로 계획을 실천해 나가는 이른바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의미)으로 만드는 무한 긍정 에너지 니쿠코짱(오타케 시노부). 정이 많아 허다한 날 남자에게 속는 그는 사라진 남자를 찾아 딸 키쿠코(코코미)와 함께 작은 항구 마을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운명의 고깃집을 만난 후 마을에 정착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어느덧 항구 마을에서 사춘기를 맞이한 딸 키쿠코는 어김없이 마을 최강 인싸(인사이더)력을 발휘하는 니쿠코짱이 요즘 들어 부끄럽다. 키쿠코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평범한 날이 최고라는 니쿠코짱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니쿠코짱은 밤마다 누군가와 비밀스러운 통화까지 한다. 그렇게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모녀 사이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없는 가운데, 어느 날 둘 사이를 바꿔 놓을 뜻밖의 비밀이 밝혀진다.
 
한 번 보면 친구가 되고 싶은 만능 재주꾼 캐릭터를 다룬 극장판 '도라에몽' 시리즈와 경이로운 상상력을 선보인 '해수의 아이'로 익숙한 와타나베 아유무 감독이 이번엔 '항구의 니쿠코짱!'으로 한국 관객들을 찾아왔다.
 
외화 '항구의 니쿠코짱!' 스틸컷. ㈜미디어캐슬·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외화 '항구의 니쿠코짱!' 스틸컷. ㈜미디어캐슬·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나오키상 수상 작가 니시 카나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항구의 니쿠코짱!'은 마음의 공복을 채워줄 니쿠코짱만의 특급 인생 레시피를 담은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계 '칸영화제'로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를 통해 일찌감치 주목받은 작품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가구야공주 이야기' 등 다수의 지브리 작품은 물론 '해수의 아이' 등 아유무 감독과 여러 작품을 함께한 코니시 켄이치 작화감독이 총작화감독으로 참여해 색연필화 느낌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작화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작화만큼 따뜻하고 다정한 니쿠코와 키쿠코,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어루만진다.
 
영화는 항구마을을 중심으로 어린아이 같은 니쿠코와 어른 같은 키쿠코의 관계와 회복, 그리고 키쿠코의 성장을 그려나간다. 이 과정에서 니쿠코와 키쿠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니쿠코는 사람과 사랑에 배신당하고 버림받고 이용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저버리지 않은 인물이다. 자신의 불신과 불행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보다 자신 앞에 있는 키쿠코와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향한 믿음과 사랑 속에서 평범한 날이 최고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간다.
 
니쿠코를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몸도 마음도 둘 곳을 찾지 못한 키쿠코의 내면에는 또다시 불시에 어딘가로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내면의 불안과 친구와의 관계가 맞물리며 키쿠코는 성장통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스러운 키쿠코는 이러한 불안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채 안으로만 쌓아간다.
 
외화 '항구의 니쿠코짱!' 스틸컷. ㈜미디어캐슬·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외화 '항구의 니쿠코짱!' 스틸컷. ㈜미디어캐슬·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영화는 키쿠코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영화 내내 키쿠코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지만, '어린' 키쿠코라 가능한 장면이자 그가 아직 '어린아이'임을 보여주는 게 바로 말하는 생명체다. 마치 키쿠코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속마음을 대신 이야기해 주는 것처럼 보여준다. 어린 시절 동물이 말을 한다는 상상력, 다른 생명에 내 마음을 빗대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어린아이의 시선은 '애니메이션'이라는 마법을 타고 판타지적인 연출로 드러난다.
 
괜찮은 척 아닌 척해온 키쿠코는 숨겨왔던 마음 하나가 툭 터져 나온 뒤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불안과 비밀이 연달아 터지면서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쌓아놓기만 했던 마음의 짐들을 꺼내놓음으로써 비로소 편안해지고, 니쿠코와의 관계도 더욱더 끈끈해진다. 그렇게 키쿠코는 또 어딘가로 가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서 벗어나 마음을 단단하게 뿌리 내리게 된다.
 
이러한 관계 회복과 성장에 있어서 중요하게 작용한 건 '다정함'이다. 혼자라고 생각했던,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홀로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어루만진 건 니쿠코를 비롯한 항구마을 친구와 사람들의 다정함이다.
 
외화 '항구의 니쿠코짱!' 스틸컷. ㈜미디어캐슬·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외화 '항구의 니쿠코짱!' 스틸컷. ㈜미디어캐슬·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이러한 다정함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 중 하나가 '항구의 니쿠코짱!'에서 주요하게 다룬 '음식'이다. 음식 신은 영화에서 공을 들인 신이자 영화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누군가를 대접한다는 마음,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든다는 마음, 레시피를 통해 이어지는 기억과 관계의 중심에는 그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유난히 음식 신이 많이 나오고, 먹음직스럽게 그려진 건 그 안에 담긴 '마음' 덕분이다. 그렇게 니쿠코와 키쿠코는 음식을 먹으며 상처와 불안이 남긴 마음의 공복을 채워나간다. 사람이 가진 다정함, 사람 사이의 따뜻함을 보여주는 게 음식이라는 점에서 한 컷 한 컷 정성스레 만들어 나간 음식들은 관객들의 마음에도 포만감을 전해준다.
 
평범한 날이 최고라는 니쿠코짱의 말처럼 평범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공복을 채우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항구의 니쿠코짱!'이 전하는 다정한 포만감을 느껴보길 권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평범해 보이는 날 속에 담긴 마음과 관계가 보일지 모른다. 영화 속 유명 애니메이션을 오마주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97분 상영, 4월 27일 개봉, 전체관람가.

외화 '항구의 니쿠코짱!' 메인 포스터. ㈜미디어캐슬·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외화 '항구의 니쿠코짱!' 메인 포스터. ㈜미디어캐슬·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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