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송승민 기자50대 경찰관이 20대 성폭행 피해자를 사적으로 만나 "부적절한 발언을 하고 신고 취하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경찰관은 피해자가 대화를 왜곡한 것이라며 부인했다.
딸뻘 피해자에게 "남자 70% 외도 꿈꿔…30%는 외도 중"
10일 CBS노컷뉴스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5월 3일 전북 군산경찰서 소속 A 수사관은 자신이 담당하는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와 사적으로 만났다.
A 수사관은 이날 피해자 B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B씨와 밥을 먹으며 성폭행 피해자에게 적절치 않은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아버지뻘이지. 딸 같기도 하고"라며 "나이를 먹어 가면 욕망은 좀 수그러들지만, 욕망은 그대로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감이 떨어졌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A 수사관은 "젊은 사람 만났을 때 '정말 예쁘다. 저 여자와 데이트하고 싶다', 뭐 내가 홀몸이면 하겠지"라며 "근데 내가 가정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되지"라고 했다.
또 "하지만 욕망…뭐냐면 내가 과연 저 여자한테 대시를 했을 때 저 여자가 나를 받아줄까"라며 "(대시를 했을 때) 나한테 호응을 해줄까"라고 이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주제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남자는) 70%가 외도를 꿈꾸고 있다. 아마 30%는 이미 외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야"라며 "남자 입장에서 누군가 나한테 대쉬한다 그러면 남자들은 쉽게 무너지는 거지"라고 그 뜻을 알 수 없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A 수사관은 "아버지뻘 입장에서 남자들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한 말"이라며 "피해자가 대화를 왜곡해서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한 끼도 못 먹었다. 밥 먹자'고 했다"며 "불쌍하고 해서 밥을 사줬다"고 설명했다.
전북 군산에 위치한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 연합뉴스 "수사관이 신고취하 종용했다"는 의혹도
피해자는 A 수사관의 부적절한 발언은 물론, "A 수사관이 신고취하를 종용했다"며 감찰과 심의를 검찰에 신청했다.
A 수사관은 위와 같은 자리에서 "본인은 오래전부터 수사를 했기에 아직은 우리나라 정서가…"라며 "그 판례 입장으로 봐서는 죄가 안 될 수가 있지"라고 '피의자가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피해자는 A 수사관의 이러한 말을 듣고 '한국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안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미군의 조사를 받기 위해 신고취하를 했다. 그러나 변호인의 의사에 따라 신고 취하를 다시 철회했다.
피해자 측은 "신고 취하를 종용하여 '피해자가 사건처리를 원치 않는다'고 보이도록 했다"며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불송치 결정이 나게 된 빌미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송치는 경찰이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기지 않아 수사가 종결되는 것이다.
경찰의 판단과는 달리 피해자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 6월 말쯤 미군 장병을 기소했다.
신고취하 종용에 대해서 A 수사관은 "(준강간)은 친고죄도 아니고 반의사불벌죄도 아니다"며 "신고 취하서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불송치 결정서에 '신고 취하를 취소한다'는 서류도 붙였다"고 했다.
다만,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수사 중인 사건의 관계자와 부적절한 사적접촉을 해선 안 되며, 소속 경찰관서 내에서만 접촉해야 한다. 다만, 현장 조사 등 공무상 필요한 경우 외부에서 접촉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수사서류 등 공문서에 기록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편, 피해자 B씨는 지난해 7월 24일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을 뛰쳐나오며 "성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인근에 있던 군무원이 B씨를 미 헌병대에 인계했다. 경찰은 미군으로부터 사건을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미군 장병 C씨를 준강간 혐의로 입건하고 한 차례 보완수사를 거쳤으나 결국, 불송치했다. 피해자의 이의제기로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으며, 검찰은 지난 6월 말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