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김포공항 국제선 귀빈실 출구에서 시위대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정주 기자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박3일 방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도착했지만, 반대 시위를 피하기 위해 공항에서 머물다가 약 2시간 만에 '성동격서' 전략으로 빠져나갔다.
일본 순방 일정을 마치고 지난 7일 밤 10시 30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도착 후에도 30분가량 귀빈실에 머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같은 시각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 등 시위대는 김포공항 국제선 출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그로시 사무총장을 기다렸다.
시위대는 "그로시 고 홈(Go Home)", "해양투기 반대" 등을 외치며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항의 표시를 하기 위해서 기다렸고, 안전 유지를 위해 300여명의 경찰들이 현장에 배치됐다.
도착한지 1시간쯤 지난 후 그로시 사무총장 일행이 귀빈실 출구가 아닌 공항 청사 내 다른 출구로 나오려고 시도했지만, 해당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과 시위대 등을 발견하고 다시 황급히 엘리베이터로 몸을 숨기는 등 소동이 일기도 했다.
밤 11시 20분쯤 출구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차량이 후진으로 접근했고, 잠시 후 그로시 일행의 짐으로 보이는 캐리어들이 차량 트렁크로 운반됐다.
자정이 넘어 8일 새벽 0시 30분쯤 귀빈실 출구 앞에 다수의 경찰병력이 재차 보강되기 시작하자, 순간 전운이 감돌기도 했다. 시위대는 "이제 나온다", "숨지 마라" 등 구호를 외치며 삼삼오오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끝내 그로시 사무총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몇몇 경찰 간부들 사이에 무전 소통 후 대기하던 경찰들도 현장을 떠났다.
경찰 등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시위대를 피하기 위해 공항 화물청사 통로를 통해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김포공항 국제선 귀빈실 출구에서 시위대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정주 기자
정식 귀빈실 출구를 통해 나오는 게 어렵다고 판단, 결국 마지막에 경찰 병력을 출구 쪽에 몰아넣어 취재진과 시위대의 시선을 돌리고 본인들은 다른 출구로 나가는 이른바 '성동격서' 전략을 쓴 셈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방한 첫 일정으로 이날 오전 종로 광화문 인근 한 호텔에서 일부 언론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에는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 등 각각 단독 면담한다.
오는 9일 오전에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만난다. 방한 일정이 끝나는 9일 오후 항공편을 통해 뉴질랜드로 이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