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연중 최고수준으로 치솟은 환율과 관련, "대책은 고사하고 6개월간 '환율'이란 단어 한 마디 언급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이재명 대통령을 직격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안팎까지 오른 가운데 이 대통령이 민생과 직결되는 이 문제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취지로 지적하면서다.
안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환율이 장중 1484원을 돌파했다. 공항 환전소에서는 이미 15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라며
"수치로만 보면 금융위기급 환란 상황"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에 대한) 어떤 해법도, 하물며 작은 방침조차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환율 관련 발언이 보도되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단어 '환율'로 검색도 해봤다고 했다. 안 의원은 "놀랍게도 지난 6월 26일 추경(추가경정예산)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윤(尹) 정부 비판에 '고환율'을 거론한 이후, 공식 발언에서 '환율'을 언급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물가상승 압력에 대한 대책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환율 문제도 있고, 주가 문제도 있고 아주 복합적"이라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고물가는 아닌데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체감물가가 상당히 높을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면밀히 상황을 주시하며 가능한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환율 문제를 콕 집어 심각성을 지적한 건 아니었고, 구체적 대응방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안 의원은 "환율 때문에 유가를 포함한 수입품 물가가 오르고, 수출 기업의 수익도 녹아내리고 있다"며 "골목가게는 원가도 못 맞춰서 장사할수록 적자이고, 청년의 단기 일자리마저 줄이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거칠게 표현하자면, 환율은 전 세계 경제주체들이 그 나라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라고 규정했다. 즉, 환율은 계속 오르고 원화 가치는 반비례해 떨어진다는 것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전망이 어렵다는 방증이라는 비판이다.
아울러 화제를 모은 부처별 현장 업무보고를 두고 "전국을 행차하며 공직자들 타박 주고 피박 씌우는 가짜 일은 그만두고, 환율·금리·물가와 같은 진짜 일에 매진하기 바란다"며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썼다.
안 의원의 문제 제기를 시작으로, 야권은 일제히 이 대통령의 '환율 무(無)언급'을 공격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기관장의 태만을 꾸짖던 대통령이, 국민 자산 가치 하락과 고물가·고금리로 직결되는
환율 위기와 집값 문제는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고, 탈모와 생리대만 챙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였던 시절을 가리켜 "환율 1400원에도 '국가경제 위기'를 외치던 사람이, 집권 후 1480원을 넘긴 상황에서는 입을 꾹 닫았다"고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급기야 국민 노후의 최후 보루인 국민연금까지 환율 방어에 끌어들였다. 무능의 자백"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통화량을 늘려 원화 가치만 떨어뜨리는 '돈 풀기'가 아니라, 경제 기초체력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드는 책임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며 "그마저도 할 의지가 없다면, 더 이상 국민의 삶을 담보로 국정을 운영하지 말고 내려오라"고 덧붙였다.
개혁신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정이한 대변인은 "대한민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고 있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컨트롤타워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은 지금 당장 환율 안정화 대책을 직접 발표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