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1월 28일 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박영수 전 특검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협 사무실에서 후보 기호 추첨을 마친 뒤 자신의 기호가 적힌 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대장동 사건의 또다른 축인 '50억 클럽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영수 전 특검의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 자금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박 전 특검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돕고 그 대가로 선거자금 일부를 지원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박 전 특검과 그의 측근인 양재식 변호사를 연달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2015년 변협 회장 선거 당시 남욱 변호사로부터 선거비용 일부를 지원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박 전 특검은 2014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지냈고, 2014년 말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합병이 이뤄지면서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도 수개월 간 겸직했다.
그는 2014년 하반기 선거 캠프를 꾸린 뒤 이듬해 1월 변협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 당시 캠프 일원으로 구성 단계부터 관여해 박 전 특검을 지근거리에서 도운 인물이 바로 대장동 일당 중 한명인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사업자 공모도 비슷한 시기 진행됐다.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업자와 금융권 관계자들은 2014년 하반기부터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컨소시엄 구성 등 공모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박 전 특검은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변호사였고 양 변호사는 대장동 일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자 공모를 함께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우리은행이 컨소시엄에 지분을 투자하고 대주단에도 참여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청탁을 들어주고 대장동 일대 부동산과 현금 등 200억원 상당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혐의(특경가법 수재)를 박 전 특검에게 적용했다.
우리은행은 내부 심사부 반대로 지분 참여는 하지 않았지만 1500억원의 PF 대출 의향서를 발급해줬다. 성남의뜰은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의 대출 참여를 이끌어낸 점이 인정돼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자금 조달' 항목 만점을 받았다. 검찰은 우리은행의 지분 참여가 여신의향서 제출로 바뀌면서 박 전 특검이 받기로 한 '약속자금'도 2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본다.
검찰은 변협 선거 당시 대장동 일당이던 남 변호사로부터 박 전 특검에게 억 단위 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보고 사실 관계를 따지고 있다.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박 전 특검이 변협회장 선거에 나갔을 때 제 돈으로 1억5천만원 정도를 도와줬다"고 진술했다.
남욱 변호사. 박종민 기자
여기서 남 변호사가 말하는 '제 돈'은 대장동 업자들이 2014년 4월부터 조성한 42억원의 비자금을 일컫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변호사는 박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업자 이기성씨로부터 22억5천만원, 토목업자 나모씨로부터 20억원 등을 받아 총 42억5천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일명 '정영학 녹취록'에도 김만배씨가 이씨에게 "남욱이 박영수 변협 회장 선거자금을 댔는데 그 돈이 바로 이기성 네가 남욱에게 건넨 비자금"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검찰은 이 돈 외에도 박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대여금 11억원과 퇴직금, 화천대유에서 분양받은 아파트 시세 차익 8~9억원 등 총 25억여원의 자금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이 돈을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에게 받기로 약속한 금품으로 볼 수 있는지 따지는 것이다.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과 유사한 방식이라는 시각이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사안의 중대성과 도망 및 증거인멸 염려 등 수사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근거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 측은 대장동 사업과 컨소시엄 구성 등 과정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