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공교육 경쟁력 제고'를 통해 사교육을 잡겠다는 정부가 2025년 일반고 전환 계획을 접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목고를 존치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존치해 공교육 내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에 일반고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이 부총리도 지난해 10월 인사청문회에서는 "고교다양화 정책이 서열화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 부총리는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이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던 자사고 정책과 관련해 "다양화 정책이 어떤 면에서는 (고교) 서열화로 이어진 부작용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며 부작용을 낳았음을 인정했다.
이 부총리는 MB정부에서 교육과학문화수석과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장관을 지내면서 자사고 확대 등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교육계에서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자사고와 특목고를 유지하게 될 경우, 상위권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일반고 황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소영 정책대안연구소 정책팀장은 "현재도 자사고와 특목고는 입학 전은 물론 입학 후에도 사교육비가 일반고에 비해 상당히 높다"며 "이러한 고교 유형들을 존치한 상황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내놓는다는 것이 굉장히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자사고를 희망하는 초·중학생의 월평균 1인당 사교육비는 61만 4천원, 외고·국제고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사교육비는 55만 8천원으로 일반고 지망 학생의 사교육비(36만 1천원)보다 컸다.
신 팀장은 "2025학년도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일반고에서도 얼마든지 교육과정 다양화를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됨에도 이런 유형의 학교를 존치하는 것은 이중적인 정책"이라며 "고교 서열화 문제가 계속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송경원 정의당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현재는 고교 1~3학년 모두 상대평가인데, 2025학년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1학년은 상대평가가 유지되지만 2~3학년은 절대평가로 바뀐다"며 "내신에서의 불리함이 줄어드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로 상위권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좋은교사운동 조창완 정책위원은 "지난 정부에서 자사고와 특목고를 2025년에 일몰제로 없애겠다고 했는데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이를 뒤엎었다"며 "현장에서는 교육 정책들이 너무 쉽게 바뀌는 것에 대한 혼란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자사고는 33개, 외고는 30개, 국제고는 8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