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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두루마기 테너' 김성호 "한복=韓전통의상 알리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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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3' 가곡 부문 우승…한국인으로는 4번째
"지난 3월 CBS '아름다운 열정 더 테너스' 공연서 '동심초' 불렀던 것이 큰 도움"
"매일 2시간만 자면서 연습, 서러운 감정 밀려와 울음 터뜨려"
"마음 치유하고 위로하는 친근한 이웃같은 성악가 되고파"

지난 17일(현지시간) 끝난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3' 가곡 부문에서 우승한 테너 김성호가 두루마기 차림으로 노래하고 있다. BBC 카디프 페이스북 캡처 지난 17일(현지시간) 끝난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3' 가곡 부문에서 우승한 테너 김성호가 두루마기 차림으로 노래하고 있다. BBC 카디프 페이스북 캡처 테너 김성호(33·독일 도르트문트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세인트데이비드홀에서 끝난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3'(이하 BBC 카디프) 가곡 부문에서 우승했다.

2년마다 열리는 BBC 카디프는 세계 최고 권위의 성악 콩쿠르다. 각 나라에서 2명씩 32세 이하 프로 성악가가 참여해 아리아 부문과 가곡 부문에서 우승자를 가린다. BBC 카디프에서 한국인이 우승한 건 김성호가 네 번째다. 앞서 바리톤 노대산(1999), 베이스 박종민(2015)이 가곡 부문에서, 바리톤 김기훈(2021)이 아리아 부문에서 우승한 바 있다.

BBC 카디프는 TV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으로 진행됐다. 16명의 참가자가 아리아와 가곡 부문에 동시 참가하는 방식이다. 김성호는 지난 19일 CBS노컷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들뜬 목소리로 "아리아 부문에 더 자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가곡 부문에서 우승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5명이 겨룬 결선에서 그는 △랠프 본 윌리엄스 'Let Beauty Awake' △슈만 'Mit Myrten und Rosen' △라흐마니노프 'Do not sing, my beauty'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Morgen' △김성태 '동심초' 등 5곡을 불렀다.

"랠프 본 윌리엄스는 영국인이 사랑하는 작곡가이고 라흐마니노프는 우크라 전쟁으로 러시아 음악 자체를 배제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선곡했죠. 슈트라우스 '모르겐'은 평소 너무 사랑하는 곡이고요. 제가 독일 가곡에 특화돼 있다보니 슈만을 선택하는 건 자연스러웠죠. 1차 때는 슈베르트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를 선곡했는데요. 1만 번도 넘게 들었던 곡이에요. '프리즈 분덜리히가 부르는 것 같다'는 심사위원 평을 듣는 순간 그간의 고생을 단번에 보상받는 느낌이었죠."

'동심초'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김성호는 "1차 때 불렀던 윤이상의 '고풍의상'이 '흥'을 담고 있다면 '동심초'는 '한'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송광선 명예교수님을 사사할 때 '동심초'를 부르면서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고 회상했다. '동심초'는 지난 3월 열린 CBS '아름다운 열정 더 테너스'에서 불러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그때 했던 연습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테너 김성호. BBC 카디프 페이스북 캡처 테너 김성호. BBC 카디프 페이스북 캡처 김성호는 자신의 이름이 우승자로 호명되자 얼떨떨한 표정을 지은 뒤 울음을 터뜨렸다. "결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했죠. 결과가 놀랍기도 하고 힘들었던 준비 과정이 생각나서 서러운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나 봐요. 악보를 외워가긴 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든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매일 2시간(새벽 4시 30분~6시 30분)만 자면서 연습에 매달렸죠."

그는 "관객들로부터 '테크닉은 다른 참가자가 더 좋지만 노래로 마음을 움직인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고마워했다. "너무 서럽고 힘들 때는 2021년 우승자인 (김)기훈이와 전화 통화하면서 힘을 얻었어요."

김성호는 1차와 결선에서 꽃무늬가 새겨진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나와 주목받았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150파운드(25만 원)를 주고 직접 구입했다"고 웃었다. "다른 콩쿠르에 참가했을 때 전통의상을 입고 결선 무대에 서는 친구들을 봤어요. 제가 한복의 선을 좋아히기도 하고 중국의 한복공정 논란도 있었기 때문에 전 세계에 '한복은 한국의 전통의상'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죠."

그는 "1차 때 불렀던 윤이상의 '고풍의상'이 한복 입은 여성을 묘사한 곡이다. 한복 입고 부르면 노랫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관객 20여  명이 '한복이 너무 예쁘다'고 말을 해서 결선에서 안 입을 수 없었다"고 웃었다.

김성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오페라과 석사를 졸업하고 독일 도르트문트 오페라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도 공개했다. 7월 8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한독 수교 140주년 공연에 참가하고 같은 달 22일 부산문화회관에서 개최되는 라보엠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 참여한다. "세계적인 성악가가 아닌 친근한 이웃같은 성악가가 되고 싶어요. 음악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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