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궁금했던 뮤직 비즈니스 이야기' 책 표지,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 본인 제공'음원 스트리밍'이 음악을 듣는 주효한 방법이 된 지 오래인 시대에, 왜 이렇게 실물 음반(CD)이 많이 팔릴까?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노래 중 어느 쪽이 더 수명이 길까?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음원 발매 시기는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 정말 K팝은 성장하고 있을까?
써클차트(구 가온차트)에서 K팝 칼럼을 10년 넘게 쓰고 있는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이 K팝과 관련한 다양한 궁금증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 분석한 신간 '궁금했던 뮤직 비즈니스'를 최근 출간했다.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만난 김 위원은 칼럼을 쓸 때부터 책을 낼 계획이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에도 공저 '뮤직 비즈니스 바이블'(2016)을 쓴 바 있는 김 위원은 "칼럼에 있는 내용은 실제 있었던 일이기에 나중에 교재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음악 업계에 들어와서 일하고 싶은 친구들은 많은데 배울 데도 없고 정보도 없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되게 많이 한다. 뭔가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계속하던 차였다"라고 부연했다.
현재 중앙대 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기도 한 김 위원은 강의 경험을 통해서도 '수요'를 확인했다. 김 위원은 "정성적인 평론과 정량적인 평론이 있다면 전자가 굉장히 많고 후자는 거의 없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들어오려고 하는 분들을 위해 교육적 차원에서 측면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책의 예상 독자를 '음악 업계에 들어오고 싶은 이들'로 잡은 거냐고 질문하자, 김 위원은 "그분들도 있고, 엔터 시장에 진입한 대리 이하의 초급자에게도 권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202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이콘' 현장 사진. 케이콘은 K팝을 포함해 K-컬처를 확산하고자 기획된 행사다. CJ ENM 제공책에는 △OST 흥행 공식 △시즌송 △올드&뉴미디어의 차트 영향력 △팬덤과 피지컬 앨범 △미래 음악 산업 △음악 소비 행태 △K팝의 세계화 △음원 수명 △노래방 시장 △국제 스포츠 이벤트와 음악 시장 △음원차트 빈집 털이 △시대별 노래 제목 길이 변화 △역주행과 음원차트 △차트 프리징(멈춤) △'슈퍼스타K'와 오디션 금지곡 △중장년층 팬덤의 성장 △글로벌 팬덤의 성장 △국내 팝 소비 현황 △가요의 가사 변화 △음원 유통 전략 △국내 음악시장 현황 △아이돌 음원의 진화 △통계로 보는 음악시장 △걸그룹 시장 재편 등 총 24개 주제의 글이 실렸다.
이 중 '차트 프리징'은 김 위원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다. 마치 주식 시장처럼 음원 차트도 개장 및 폐장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이용자 수가 적은 밤에는 적은 양의 스트리밍만으로도 차트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그게 다음 날 아침 차트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처음 김 위원이 제안한 '차트 프리징' 시간은 출근과 퇴근 시간대였다고.
그는 "그때가 가장 트래픽(이용량)이 많은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대의 조작이 힘들다. 실제로는 0시부터 아침 7시 이런 식으로 하니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차트 프리징되기 전 막판에 1위를 끌어올리면 그게 굳어지니까… 그걸 출퇴근 시간에 하면 스트리밍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사재기하는 입장에서도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지니까 하기가 힘들다"라며 "반쪽짜리 성공이라고 본다"라고 바라봤다.
실제 정책으로 반영하고 싶은 다른 아이디어가 있는지 묻자, 김 위원은 '서킷 브레이커'를 들었다.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했을 때 해당 종목의 거래를 일시 정지시키는 것이다. 이를 음원 차트에 적용한다면 대상은 '실시간 차트에서 순위가 급등한 곡'이 된다.
김 위원은 "그 노래만 서킷 브레이커를 건 다음, 이게 실제 스트리밍에 따른 것인지 기계로 돌린 것인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가수나 기획사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사재기 이미지가 생기면 활동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사재기가 아니라면 정확하게 데이터를 확인함으로써 누명을 벗을 수 있다는 거다. 정당한 1등을 인증받는 셈이라고 할까"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랬더니 김 위원은 "출간 이벤트로 책을 읽고 궁금한 점을 문의하면 선착순 100명까지 답변을 해 주려고 한다. 저자에게 직접 궁금한 점을 물을 기회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