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사고 트럭, 언덕 입구에 설치된 차단봉. YTN 영상 캡처서울 동덕여대 캠퍼스에서 대학생 양모(21·여)씨가 쓰레기 수거용 트럭에 치여 숨지자 대학 측이 대책으로 설치한 차단봉이 실효성 논란을 일으켰다.
8일 동덕여대는 학생이 트럭에 치인 언덕에 차량 출입을 막는 차단봉을 설치하고 손수레를 이용해 쓰레기 처리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학생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언덕 입구에 차량 통행을 막는 차단봉이 설치됐다. YTN 영상 캡처
이날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학교가 언덕에 차량 출입을 막는 기둥을 설치했다"며 "설치된 기둥은 성인 키 기준으로 하체보다 조금 짧은 정도에 (설치 간격이 있어) 손수레 정도는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A씨도 SNS를 통해 "언덕을 보행자 통로로 사용하려면 쓰레기장 위치부터 옮겨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손수레를 언덕에서 놓치기라도 한다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똑같다. 보여주기식 대응은 그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재학생들은 SNS를 통해 "손수레 가는 길에는 경사가 없어지냐", "손수레로 쓰레기를 치우겠다는 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대안", "손수레는 사고 안 나는 거냐"라는 등의 지적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고가 발생한 언덕. 연합뉴스TV 영상 캡처
사고 이전부터 학생들 사이에선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쓰레기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건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건의는 2017년에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학과 차원에서도 요구가 있었고 교수님들 차원에서도 계속해서 요구가 있었는데 바뀌지 않았다"며 "고쳐주지 않은 그런 것들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덕여대 측에 여러 차례 입장을 묻는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사고 트럭. YTN 영상 캡처사고는 지난 5일 오전 8시 50분쯤 동덕여대 캠퍼스 중문에서 인문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일어났다. 학교 미화원 B씨(81)가 몰던 1t 트럭이 언덕 꼭대기 쓰레기 처리장에서 내려오다 양씨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목격한 재학생은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1t 트럭이 빠른 속도로 내려왔다. 인문관으로 올라가던 교수와 학생들이 다 피했다"며 "트럭이 돌담 벽을 박고 멈췄을 때 양씨가 피를 흘리며 길에 누워 있었다"고 한 매체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연합뉴스TV 영상 캡처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양씨는 뇌사 판정을 받았다. 이에 유족들은 장기 기증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수술을 하루 앞둔 7일 양씨가 사망하면서 장기 기증이 무산됐다.
사고를 낸 B씨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진술했으나 경찰 조사 결과 브레이크를 밟은 기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사망함에 따라 B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연합뉴스TV 영상 캡처한편 학교 측이 학생들의 추모 대자보를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자보 게시자들의 동의 없이 이뤄진 조치인지는 불분명하나, 총학생회 측은 이번 일에 대해 비판적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장은 "학교에서 대자보를 다 떼버렸다"며 "따로 학생 차원에서 집회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말할 수 없이 비통한 심경"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향후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내시설을 긴급 점검하고 안전한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