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연장의 모습. 픽사베이인기 공연의 예매를 앞두고 트위터에는 대리 티케팅을 홍보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팬클럽 선예매와 일반 예매 모두 가능하고, 선입금이 필요하며 성공하면 보수로 얼마를 줘야 하는지 등을 상세히 적어두었다. nnnn명의 대기열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직링'(크)를 판다는 글도 올라온다. 남들보다 빠르고 요령 있게 티케팅에 성공한 개인의 글도 있지만, 티케팅 성공 사례가 수백 수천 건에 이른다며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며 조직화·기업화된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의 티켓 예매 시스템이 정착되자, 부정한 방법이나 편법으로 좋은 자리를 다수 선점해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파는 '암표 거래' 건수도 나날이 느는 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온라인 암표 신고 건수는 2020년 359건에서 2021년 785건, 지난해 4224건으로 급증 추세다. 암표가 판칠수록 공연의 실수요자(관객이나 팬)와 실 공급자(가수 및 스태프)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온다.
2023년을 '암표 근절의 해'로 삼고 암표 부정거래 대책 수립에 나서겠다고 공표한 (사)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회장 이종현, 이하 '음공협')는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베를린홀에서 '암표 및 부정거래 대책 강구 및 공연산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고기호 음공협 부회장은 올해 3월과 5월에 각각 공연기획사와 티켓 수요자에게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우선, 공연기획사는 '오프라인에서 웃돈 받고 개인으로부터 현장 구매하는 것'(78.7%) '상행위 목적으로 예매한 티켓'(70.9%) '중고 거래/리셀 사이트의 정가 이상의 티켓'(70.2%)이 '암표'라고 바라봤다. 티켓 수요자는 '중고 거래/리셀 사이트의 정가 이상의 티켓'(92.6%)이라는 답이 압도적이었고 '오프라인에서 웃돈 받고 개인 현장 구매'(87.1%) '상행위를 목적으로 한 예매 페이지 접속'(77.7%) '매크로로 구매한 본인 티켓'(62.1%) '계정 이동'(60.7%)이 그 뒤를 이었다.
음공협은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베를린홀에서 '암표 및 부정거래 대책 강구 및 공연산업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난 후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든 모습. 김수정 기자표를 산 후 되파는 '리셀'에 관해서도 양쪽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특히 수요자의 거부감이 셌다. 티켓 리셀에 반대하는 비율이 85.7%로 찬성 14.1%보다 6배가량 많았다. 공연 기획사는 티켓 리셀 반대 비율이 74.5%, 찬성 비율이 25.5%였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 암표에 관한 매크로 법령, 오프라인 암표가 '경범죄'로 규정되는 것을 두고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강력한 처벌'을 원했다. 티켓 수요자의 83.9%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 처벌 수준이 적당하다는 응답은 10.6%에 그쳤다. 공연 기획사는 74.5%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25.5%가 처벌이 적당하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온라인 암표 거래는 처벌 규정이 없다. 암표 거래 행태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응답)을 묻자 티켓 수요자는 공연 기획사의 암표 취소 처리(81.9%)를 첫손에 꼽았다. 응답자 64.1%는 지속적인 예매 내역 모니터링, 61.4%는 티켓 리셀 시 징역 혹은 벌금, 57%는 암표 구매 근절 문화/캠페인 필요, 54.1%는 티켓 수령 전 신분증 검사를 원했다.
대중음악 공연을 보기 위해 공식 예매처 외에 인터넷상에서 티켓을 구매한 경험을 물었더니, 티켓 수요자의 29.9%가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공연기획사는 암표로 인한 피해 경험으로 '공연 임박 시 취소 표 대거 등장'(52.1%) '암표 감시 추가 업무로 인한 손실'(41.3%) '관객 불만'(40.5%)을 주된 답으로 꼽았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티켓 되팔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보다 수위 높은 처벌을 바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업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인터파크는 부정 예매를 방지하고 피해를 줄이고자 유형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특정 상품을 반복적으로 '무통장 미입금' 상태에서 취소하거나, 과도하게 예매 페이지 호출을 하거나 할 때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동일 주소 다수 구매 건 등 의심 가는 사례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불법 거래 정황이 발견되면 구매자에게 소명 절차를 거칠 수 있게 했다. 또한 부정 예매 관련 위원회도 운영해 블랙리스트 유형과 횟수에 따른 단계별 제재를 논의하고 시행하고 있다.
빨리 표를 잡을 수 있게 하는 '매크로'를 쓰더라도 보안 문자 6자리를 눌러야만 한다. 부정 예매와 트래픽 이슈를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이다. 인터파크 콘서트컨설팅팀 강수현 매니저는 "매크로를 100% 막는 건 사실상 불가하다"라며 "손이 빠른 예매자가 예매한 건지 구분이나 확정을 하기 어렵고, 매크로 업체고 계속해서 규제를 피해가는 방안을 고려하기 때문에 예매처 입장도 매우 힘들다. 트래픽 이슈도 있어서 시스템 안정성을 위해서도 전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고기호 음공협 부회장(맨 왼쪽)이 발언하는 모습. 김수정 기자공연법 일부가 개정되기도 했다. 공연법 제4조의2(입장권 등의 부정 판매 금지 등) 1항은 문체부장관이 공연 입장권·관람권의 부정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개정됐다. 여기서 부정 판매는 공식 판매처나 위탁처 동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입장권 등을 상습 또는 영업으로 본인이 산 금액보다 비싸게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뜻한다.
2항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입장권 등을 부정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지정된 명령을 자동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이 소위 '매크로'다. 올해 3월 21일 신설돼 내년 3월 31일 시행을 앞뒀다.
물론 사각지대는 있다. 디케이엘파트너스의 백세희 변호사는 공연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상습 또는 영업'이라는 제한이 있다. 일회성으로 팔거나, 시간을 띄엄띄엄해서 파는 개인 판매자를 (법적으로) 리셀러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자신이 구입한 것을 넘는 가격으로 판매해야 한다. 리셀을 허용한다면 어디까지일지도 봐야 한다"라며 "(암표상의 벌금형보다) 가져가는 이익이 수십 배, 수백 배를 상회하기 때문에 몰수·추징 규정이 같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이어 "몰수·추징 규정은 범죄로 인한 수익을 모두 환수하고 박탈하는 근거가 된다.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범죄로 인한 이익까지 당연히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몰수·추징도 형벌의 일종이라 반드시 처벌 근거가 있어야 한다. 몰수·추징 근거가 마련돼야 비로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지난 4월 26일 경범죄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핵심은 '상습 또는 영업으로 정보통신망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팔거나 이를 중개한 사람'을 처벌 대상에 추가해, 온라인에서의 암표 거래를 처벌하는 데 있다.
이 의원은 "누군가가 표를 싹쓸이해 암표 매매가 이뤄지면 실제 공연 즐기고 싶어 하는 분은 기회와 가격 측면에서 큰 피해를 입는다. 아티스트와 대중의 관계를 멀게 해서 아티스트와 공연 산업 종사자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한 나라의 문화예술 발전 저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편화된 공연 질서와 규범은 그 나라의 국민과 문화 수준, 역량을 보여준다고 본다. 정책적으로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최대한 뒷받침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