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내 시멘트 업체들이 속속 시멘트 가격 인상을 결정한 가운데 레미콘·건설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전기료 급등 등 원가 인상을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레미콘·건설 업계는 주연료인 유연탄 가격 하락을 언급하며 가격 인상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시멘트 가격 급등 이후 레미콘 공급 차질로 일부 건설 현장이 멈췄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 업계 3위인 성신양회는 지난 2일 레미콘 업체에 공문을 보내 현재 t당 10만5천원인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다음 달부터 12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앞서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C&E도 다음 달부터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t당 10만4800원에서 11만9600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14%대 가격 인상이다.
다른 시멘트 업체들은 당장 가격 인상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나머지 업체들도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올해 1분기 영업적자를 냈는데 흑자를 냈던 다른 시멘트 업체들도 시멘트 사업 부문만 놓고 보면 두 업체처럼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 회사들의 가격 인상은 지난 2021년 6월 이후 최근 2년 새 4번째 조치다. 2021년 6월 t당 7만5천원이던 시멘트 값은 현재 10만 5천원 선으로 약 40% 뛰었다. 이번에 다시 가격이 인상되면 2년 새 60% 급등하는 것이다.
지난해 시멘트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은 유연탄 가격 인상이었지만 올해 인상 명분은 전기료 인상이다. 시멘트는 원료를 녹이는 소성로(시멘트 제조 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업종으로 전기료가 원가의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레미콘사들은 시멘트 업계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업계가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한다고 했던 유연탄 가격이 최근 크게 하락했는데 전기료가 크게 올랐다며 다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주로 수입하는 호주 뉴캐슬탄(6천㎉ 기준)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t당 최고 400달러에 육박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150~160달러 선으로 급락했다.
다만 이에 대해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연탄 가격이 급등할 때도 인상분을 시멘트 업계가 일부 감내하고 제한적으로 가격에 반영했다"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기료가 44%가 올라 유연탄 가격 하락 효과를 모두 상쇄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멘트 가격이 인상시 레미콘 업계는 인상분을 감내하거나 건설사에 인상분 일부를 전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선 시멘트 가격 인상 당시 레미콘 업체들은 건설사를 상대로 레미콘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하지만 건설사와의 협상에 난항이 이어지자 주요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며 건설 현장에 차질을 빚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달에 비가 많이 왔고 장마와 혹서기 타설 작업이 많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시멘트 가격 인상 등이 당장 건설현장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하반기에 타설 작업이 집중될 경우 상황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회의를 열어 시멘트 가격 인상의 적정성 여부를 논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멘트산업 소관인 산업부와 건설산업 소관인 국토부, 물가관리를 담당하는 기재부가 각 업계의 상황과 입장을 공유하고 업계가 자율적으로 협의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민간에 대한 직접적인 가격 통제에 나서기는 어려운 만큼 업계가 자체적인 협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갈등 조정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기료를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니 시멘트 업계의 입장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아니"라면서도 "공사중 원자재 가격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이를 반영할 수 없는 구조적인 부분이 문제의 핵심인데 이런 부분을 추후에라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는 전향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