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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같은 신발, 같은 멜빵' 세쌍둥이, 네쌍둥이가 서울대에 모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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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병원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 개최…다태아 가족 2천명 모여
네쌍둥이 어머니, 다태아 전문가 전종관 교수 보자 눈물 왈칵…"아이들 너무 잘 크고 있다"
전 교수 "세상 나와 울어대는 아이를 보면 저절로 웃음…저출산 고령화는 국가적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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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도 쌍둥이다" "저긴 삼둥이네"

녹음 짙은 5월, 쌍둥이, 세쌍둥이, 네쌍둥이 등 다태아와 그 가족들이 드넓은 운동장에 가득 모였다.

서울대학교병원은 13일 서울대학교 운동장에서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를 열고 2016년~2021년 사이 태어난 다태임신 가족 2천여 명을 초대했다. 다태아 아이들만 850여 명이 초대받았다.

서울대병원은 저출산 시대를 맞아 출산 문화에 대한 사회적 환기와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처음으로 교류의 장을 만들게 됐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행사가 시작되자 이날만큼은 쌍둥이, 삼둥이를 '티 내기' 위해 다태아들이 같은 멜빵바지를 입고 똑같은 운동화를 신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유모차에 탄 쌍둥이들은 주인공답게 선글라스를 끼고 당당하게 입장하는 모습이었다.

쌍둥이 '김리나', '김리안' 어린이가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정 기자쌍둥이 '김리나', '김리안' 어린이가 '쌍둥이 플러스 홈커밍데이'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정 기자
6살 쌍둥이 김리나, 김리안양의 어머니 성지영(34)씨는 "주변에 쌍둥이가 별로 없어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도 수원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둘을 동시에 키우니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똑같이 안 해주면 질투도 해 힘들기도 하지만, 둘이 친구처럼 지내 좋다"며 설렌 표정으로 말했다.

리나, 리안양은 "오늘 엄청 재밌게 놀고 싶다"며 수줍게 소감을 밝혔다. 아이들의 외할머니 김영숙(64)씨는 "쌍둥이니 웃음도 두 배로 주고 너무 좋다. 둘이 잘 노는 것만 봐도 흐뭇하고 내 자식 기를 때 못느꼈던 것 감정"이라며 양손에 각각 손녀들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오늘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색감이 쨍한 옷을 똑같이 입혀야 눈에 잘 띄어요. 하나, 둘, 셋 계속 숫자를 세야 하거든요"

세쌍둥이 어머니 정다이(39)씨는 "오늘 아이들에게 꽃무늬 바지를 똑같이 입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씨는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아이가 혼자면 부모들은 둘째가 숙제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저도 한명이었다면 둘째를 낳아야 하나 끊임없이 고민했을 것 같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나온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쌍둥이 '이부현' '이소현' 양과 어머니 홍나래씨가 행사에 참여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정 기자 쌍둥이 '이부현' '이소현' 양과 어머니 홍나래씨가 행사에 참여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정 기자 
6살 이부현, 이소현 양은 얼굴에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드는지 연신 웃으면서 솜사탕을 한입 가득 베어물었다. 아이들의 어머니 홍나래(40)씨는 "바라는 것은 없고 건강하게만 컸으면 한다"며 "평생 가는 친구가 있으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인생을 잘 펼쳤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행사 한창 무르익고 아이들의 아이돌, '뽀로로'와 '루피'가 등장하자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뽀로로와 친구들이 운동장 뒤편에서부터 걸어 나오자 멀리 있던 아이들도 전속력으로 달려와 즐거운 웃음을 쏟아냈다

운동장 곳곳엔 아이들을 위한 미끄럼틀과 회전목마 등 놀이기구가 설치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았다. 페이스페인팅 부스에는 마음에 드는 동물 그림을 고르는 아이들의 설렌 목소리와  "간질간질하다"며 아이들 웃움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행사는 다태아 출산 전문가 서울대병원 전종관 산부인과 교수가 기획했다. 다태아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는 코호트(집단) 연구를 하는 전 교수는 서울대병원에서 태어나고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가족들을 처음으로 한곳에 모았다.

내년 퇴직을 앞둔 전 교수는 "오늘은 그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컸는지 보기 위해 왔다. 분만한 쌍둥이 중 410g, 1560g으로 차이가 가장 컸던 쌍둥이들도 건강하게 자라 오늘 이 자리에 왔다"며 분주하게 아이들을 맞았다. 전 교수는 지금까지 4500건의 쌍태분만, 550건의 삼태분만, 12건의 사태분만과 1건의 오태분만을 했다.  

'뽀로로'와 '루피'가 등장하자 아이들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임민정 기자'뽀로로'와 '루피'가 등장하자 아이들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임민정 기자
선우와 준우네 가족은 오자마자 전 교수부터 찾았다.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성장 과정을 담은 성장 앨범에 전 교수의 사인을 받았다.

선우와 준우 어머니 이진희(39)씨는 "일반 병원에선 쌍둥이들은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35주째에 아이를 낳으라고 했다. 전 교수님을 찾아뵀더니 37주까지 기다려 보자고 했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만났다. 회진 때는 당연하고 새벽이고 밤이고 찾아와서 챙겨주셨다. 잔병치레도 없이 너무 잘 크고 있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쌍둥이 '문선우', '문준우' 가족이 전종관 교수에 사인을 받았다. 임민정 기자쌍둥이 '문선우', '문준우' 가족이 전종관 교수에 사인을 받았다. 임민정 기자
"덕분에 애들 너무 잘 크고 있어요" 네 쌍둥이 엄마 김정화(38)씨도 전 교수를 보자마자 왈칵 눈물부터 쏟아냈다. "제가 아이 낳을 때만 해도 네 쌍둥이가 많지 않아서 교수님이 용기를 많이 주셨다"며 "이 친구들이 어떻게 크게 될지 너무 기대되지 않느냐 하신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홍하랑, 홍하서, 홍하율, 홍하윤. 네 쌍둥이는 이날 민트색 티셔츠와 남색 바지를 입고 체크무늬 신발까지 맞춰 신었지만, 머리 모양은 제각각이었다. 네 쌍둥이지만, 성향도 생김새도 다른 아이들은 가족들의 사랑 속에 5살 때부터 자기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말하는 어린이로 자랐다.

네쌍둥이 홍하랑, 홍하서, 홍하율, 홍하윤 양이 전종관 교수와 만나 사진을 찍었다. 임민정 기자네쌍둥이 홍하랑, 홍하서, 홍하율, 홍하윤 양이 전종관 교수와 만나 사진을 찍었다. 임민정 기자
이날 하랑이는 머리에 커다란 흰색 리본을 달았고, 하서는 양 갈래로 머리를 땋아 늘어뜨렸다. 하윤이는 꽃 모양 머리핀 4개를 꼽았고, 하율이는 보라색 곰돌이 모양 머리 끈으로 머리를 묶어 모양을 냈다. 정화씨는 "처음엔 머리 묶는 법도 몰랐는데 6년이 지나니 너무 편하게 묶게 됐다"며 웃었다.

"세상에 나와 울어대는 아이를 대는 아이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새벽이나 주말에 나오기도 합니다. 시계나 달력을 볼 줄 모르니 어른인 제가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교수는 이날 가족들 앞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전 교수가 지금까지 2만 5천건의 분만을 진행했는데 힘 닿는데까지 3만 건까지 받을 생각이라고 하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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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16년부터 전향적 다태임신 코호트를 시작했다며 "여러분들은 15페이지가 넘는 기본 설문지를 작성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채혈을 해주셨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부하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출산 고령화는 우리나라 존립을 위협하는 국가적 난제다. 오늘 이곳은 저출산의 암울한 분위기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기온이 20도가 넘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자를 쓴 아이들은 지치지 않고 뛰어다녔고, 그 사이로 아이들이 불어 댄 비눗방울이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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