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 깊은 곳 굴이 이어진다. 삽과 곡괭이로 땅을 팠고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지지대를 세웠다.
가로 81㎝, 세로 78㎝, 길이 9m가량의 땅굴이 시작된 곳은 충북 청주시의 한 모텔 지하.
목적지는 인근의 송유관이었다.
총책 A(58)씨 등 일당은 올해 초부터 지난 3월까지 두 달간 열심히 땅굴을 팠다.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자금책과 기술자, 작업자 등으로 역할을 나눴고 대한송유관공사 전직 직원도 범행에 가담했다.
송유관과 가까운 모텔을 통째로 빌려, 지하실에서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 모텔 주인은 모텔 영업을 하려는 줄 알고 건물을 빌려줬다고 한다.
총책 A씨는 범행을 위해 자금책과 석유절취시설 설치 기술자, 땅굴 파기 작업자, 운반책 등의 공범을 모집했다. 이들은 범행 장소를 물색하고 송유관 매설지점을 탐측하고 석유절취시설 설계도면을 작성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에도 송유관 인근의 주유소를 빌려 땅을 팠지만 물이 너무 많이 나오면서 실패했다. 이후 또 다른 지역에 있는 모텔을 빌려 굴을 파온 것.
유류 절도단이 판 땅굴. 대전경찰청 제공
이들이 판 땅굴 바로 옆에는 하루 평균 6만5천여 대의 차량이 오가는 4차로 국도가 있었다. 자칫 붕괴될 우려도 있어 유관기관과의 협조로 원상복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송유관을 불과 30㎝ 남겨두고 경찰에 적발되면서 기름은 한 방울도 훔치지 못했다. 경찰이 들이닥칠 당시에도 작업자들은 땅굴을 파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일당 8명을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A씨를 비롯한 4명을 구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