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 황진환 기자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피고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측이 9일 재판에서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정 전 실장 측은 "남욱 변호사 등 민간 개발업자들이 요구한 5대 사항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정진상 전 실장은 모두 거절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뇌물을 받았다면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결과적으로 김만배 씨가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았느냐고 맞섰다.
"뇌물 받았다면 요구 들어줬겠지" vs "김만배 선정됐잖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수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증인신문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정 전 실장 공판에서는 지난 기일에 이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정 전 실장 측의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정 전 실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유 전 본부장을 통해 총 2억 4000만 원의 뇌물을 받고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의 사업 편의를 봐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실장 측은 이날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정 전 실장이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 개발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면 그들의 사업 요구를 들어줬어야 하는데, 실제론 모두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 측은 거부한 내용으로 △민간 개발 허가 요구를 거절 △신흥동 1공단 공원화 사업과 대장동 사업 분리 개발을 요구했지만 거절 △토지 환지방식을 거부하고 수용 방식으로 결정 △민간업자들의 구획계 지정 내용을 거부하고 성남시가 지정 △개발 사업자 지정 방식이 아닌 공개 경쟁 결정 등을 언급했다.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에게 '민간 개발업자들이 민간 개발을 허가해 달라고 성남시에 요청했지만 허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고, 유 전 본부장도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 전 실장이 증인(유동규)에게 뇌물을 받았다면 혜택을 줘야 하는데 어떤 혜택을 받았는가?"라고 물었고 이에 유 전 본부장은 "동생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 자체가 혜택이 아니겠는가"라고 답했다.
또 유 전 본부장은 결과적으로 김만배 씨가 사업자로 정해지는 등 혜택을 받은 셈이라고도 반박했다. 유 전 본부장은 "초기에는 남욱 변호사가 사업 주도권을 잡고 했지만, 이후 김만배 씨가 사업에 참여했고 (사업을) 장악했다"라며 "김 씨는 성남시 내부를 다 들여다보고 내부 사람들이랑 친해졌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증인(유동규)의 답변 취지는 남 변호사 등 원래 민간 개발업자들의 요구 사항은 이재명 당시 시장과 정 전 실장을 통해서 진행되지 않았지만, 전체 진행 상황에서는 (김만배 씨 등) 이른바 대장동 한통속으로 진행됐기에 뇌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유 전 본부장은 "그렇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전 실장 측은 "민간 업자들의 요구 사항을 하나도 안 들어줬고 결국 마지막에 김 씨가 주도해서 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특혜라고 하는데, 사업자 선정은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증인의 권한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되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전 기획본부장이었을 뿐, 이재명 시장 마음대로 다 했다"라고 맞섰다.
검찰도 "단순히 5개 요구사항으로만 볼 수 없다. 그것만 요구한 것이 아니라 대장동 개발을 통한 이익 극대화 방안도 요구했고, 민원도 들어줬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결국 이것이 핵심이니 논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상이 대한민국 먹자고 했다…최재경, 2014년에 李에 소개"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신문에서 지난 2010년 정 전 실장으로부터 성남시의 도시 개발 업무를 맡아달라고 부탁받았다고도 말했다.
그는 "2010년 봄부터 성남시장 선거 전까지 서울 여의도 술집에서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매우 자주 만났다"라며 "대화 중에 제가 도시 건설 분야를 맡고 '거기서 돈 좀 만들자', '네가 건설 분야로 가야 (돈을) 만들 수 있으니 그쪽으로 가라' 등의 얘기가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정 전 실장 측이 '구체적인 워딩이 기억나는가'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제일 기억나는 것은 '나라를 먹자', '대한민국을 먹자'였다"라고 답했다.
윤창원 기자
한편 유 전 본부장은 이날 공판에서 최재경 전 민정수석을 지난 2014년 이후에 이재명 대표에게 소개해줬다고도 말했다. 검사 출신인 최 전 수석은 김만배 씨가 50억 원을 줬다는 이른바 '50억 클럽(약속그룹)'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씨 소개로 최 전 수석을 알았고, 2014년 이후부터 최 전 수석을 이재명 대표한테 소개해줬다"라며 "경기도 분당의 한 복집에서 만났다"라고 주장했다.